검은 해바라기
오윤희 지음 / 북레시피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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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사실 너머의 진실>


그때 나는 느꼈다. 형의 마음속엔 독이 있다는 걸. 독사가 죽을 때까지 제 독을 품고 살아가야 하는 것처럼 형 안에 있는 독 역시 형과 한평생을 함께하리라는 걸. 그리고 언젠가는 그 독이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형 자신도 망쳐버리리라는 걸.

p.347


 최근에 '정숙한 세일즈'라는 드라마를 봤다. 드라마의 전반적 내용보다는 각자의 이유로 이기적인 선택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과 그 안에서 진실을 찾으려는 사람들, '가족'의 의미, 자식을 둔 '엄마'의 선택 같은 것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사회적으로 여성에게 강요되었던 여러가지 제약들 ― 모성애를 포함한 가족에 대한 헌신, 순결함이나 정숙함 등으로 포장된 성권리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 구조적 차별 등 에서 기인한 여러 에피소드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을 보며, 겉으로 드러난 사실만으론 역시 그 너머의 진실을 알 수도 볼 수도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은 «검은 해바라기»를 읽는 내내 반복되었다.


 «검은 해바라기»는 소년 범죄라는 사회적 이슈를 통해 가족 내부의 균열과 인간 내면의 추악함 등을 치밀하게 다룬 소설이다. 도입부터 입에 올리기도 불편한 사건이 터져나오고, 사건을 파헤칠수록 더 많은 사건들, 더 큰 불편함이 느껴진다. 결국 모든 것은 심리적 학대로 이어져있고, 그 결과로 무너져가는 인간의 내면을 정면에서 바라본다. 가정과 사회에서 우리는 늘 크고 작은 폭력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서로에게 크고 작은 상처를 입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리고 사회는 그 사실을 외면한다. 검은 해바라기를 읽으며 시종일관 불편하다고 느꼈던 가장 큰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는 누군가에게 폭력이었던 적이, 가해자였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사회 속에서, 가정 속에서, 우리는 모두 다른 가면을 쓴다. 어떤 이는 인정 욕구를, 어떤 이는 통제 욕망을, 또 어떤 이는 열등감을 숨긴다. 해바라기라는 상징은 그 가면의 실체를 드러낸다. 그리고 그 가면이 가장 자주 쓰이는 곳이 바로 가정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이 보호나 사랑이 아닌 폭력이 될 때, 그 관계는 가장 깊은 상처로 변한다.


 끊임없이 태양을 좇지만 햇빛을 채워 넣지 못해 시꺼멓게 말라가는 해바라기처럼, 자신의 유일한 증명인 인정을 받기 위해 자신만 빛나려 하는 형. 빛에는 항상 그림자가 따르듯 주변을 ― 특히 동생을 ― 끊임없이 그림자 속으로 몰아 넣어 괴롭히고, 무너뜨리고, 끝내 자기 자신마저 파괴한다. 겉보기엔 평범하지만 통제, 조종, 거짓, 자기애적 폭력이 뒤섞인 진실은 어쩌면 우리 사회를 닮았다.





 작가는 자극적인 소재를 소비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대신, 그 뒤에 숨은 심리와 관계의 균열, 그리고 가해와 피해의 경계가 뒤섞이는 지점을 집요하게 탐색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단순한 사회 미스터리가 아닌, 인간 심리의 해부 기록에 가깝다. 결국 독자는 '진실이란 무엇인가', '누가 피해자이며 누가 가해자인가'라는 질문 앞에 멈춰서게 된다.





부모로서 읽는 이 소설은 더욱 무겁다. 아이를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우리는 얼마나 많은 폭력을 정당화하며 살아가는가. '나는 어디까지 이기적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마지막 장을 덮은 뒤에도 오래 남는다. 결국 이 책이 보여주는 것은 법으로는 단죄할 수 없는 내면의 죄, 그리고 눈에 보이는 것 너머의 진실이다.





«검은 해바라기»는 읽는 내내 먹먹하고, 불편하고, 아프다. 그러나 바로 그 불편함 속에서 우리가 외면해온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이 소설은 인간의 내면을 비추는 잔혹한 거울이며, 그 거울 속의 '나'를 끝내 외면할 수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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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필사로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 - 매일 조금씩, 꾸준히 키우는 글 감각 쑥쑥 1
김명교 지음 / 언더라인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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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매일 따라 쓰며 글쓰기 자신감 키우기>


글쓰기 실력을 키우는 최고의 방법은 필사입니다.

p.7


 초등학생인 아이는 활자 중독이라고 할 정도로 책을 좋아한다. 하루 종일 게임을 할래, 책을 읽을래 물으면 당연히 책을 고르는 아이. 하지만 읽는 것을 좋아한다고 쓰는 것도 좋아하고 잘 한다는 뜻은 아니다. 쓰는 것은 읽는 것보다 더 많은 훈련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 아이도 예외는 아니다. 쓰는 것을 정말 귀찮아하고 쓸 말이 없다는 말을 앵무새처럼 매번 해댄다. 억지로 감사 일기 3줄 쓰기, 아주 짧은 일기 쓰기 등을 시켜봤지만 글씨를 쓰는 자체도 귀찮다고 하니 고민이 깊어져갔다. 글쓰기는 평생 해야 하는 것인데 어떻게 하면 글쓰기를 싫어하지 않으면서 글도 잘 쓰게 만들 수 있을까?


 «한 줄 필사로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 아이들을 위한 필사 책이자, 글쓰기 책이다. 저자가 고심해서 고른 문장들을 읽고 필사하며 생각하게 한다. 꾸준한 필사를 통한 글쓰기 연습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직접 글을 써보는 활동까지 연결된다.


 필사는 정서 안정, 자기 성찰, 문해력 증진 등 여러 방면에서 좋다고 하는데, 어른인 나는 필사를 습관처럼 하면서 정작 아이에게는 권해볼 생각을 못 했다. 그래서 글을 쓰려고만 하면 막막해지는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글쓰기의 자신감이 떨어질 때 필사로 극복했던 자신의 경험을 담아 이 책을 만들어 준 저자에게 참 고마운 마음이 든다. 이 책을 통해 아이가 글쓰기 자체에 조금 더 흥미를 느끼고, 글쓰기는 귀찮거나 힘든 것이 아니라 정보를 전달하거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길 기대한다.






이 책은 필사 → 감상 → 원리 → 표현 → 창작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통해 아이들의 글쓰기 힘을 단계적으로 키워준다.


동화, 소설, 시, 기사 등 국내외 다양한 작품과 기사 등에서 발췌한 문장들을 글의 종류에 따라 총 8장으로 구성했다. 각 장의 주제에 맞게 읽고, 쓰고, 생각하고, 배운 후 사실, 생각과 느낌, 의견, 시, 상상하는 글 등 다양한 글을 써 보는 활동으로 이어진다.






좋은 글을 따라 쓰며 문장의 리듬과 감각을 익힌다.

문장을 따라 쓰는 것만으로도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든다.


부모님의 칭찬과 응원 또한 아이들에게 큰 용기를 주어 글쓰기에 시너지 효과를 준다.






필사한 문장을 읽고 떠오른 생각이나 느낌을 적어보는 '나만의 의미를 더하기'.

'나는 어떻게 느꼈는지'를 표현하는 과정이다.


각 장의 주제에 맞는 글쓰기 원리를 배울 수 있는 '개념 더하기'.

설명문, 논설문, 일기, 상상 글쓰기 등 다양한 글쓰기 방법을 예시로 이해할 수 있다.






소재 찾기 → 짧은 글쓰기 → 한 편 완성하기까지 네 가지 미션을 통해 실전 글쓰기를 연습한다.

짧은 문장에서 출발해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경험은 글쓰기 자신감을 심어준다.








글쓰기가 지겨워지거나 지치지 않도록

매일 한 장씩 필사하기!


필사하기 전 책이나 글에 대한 설명을 읽고

따라 쓰며 글쓰기의 감각을 익혀 나간다.


이전에 읽었던 책을 만나면 아는 내용이라 뭔가 신나는 기분이 되고

새로운 내용을 만나면 또 다른 책이나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어 더 좋다.


여러 형태의 글을 따라 쓰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다 보면

어느새 글쓰기 자신감도 쑥쑥!



내가 쓴 글이 마음에 쏙 들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기억하세요!

나의 이야기는 나만 쓸 수 있다!

매일 조금씩 꾸준히 쓰다 보면 잘 쓸 수 있다!

p.13



뭘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글쓰기가 두려운 어린이,

글쓰기가 귀찮고 생각하기가 어려운 어린이,

글을 더 잘 쓰고 싶은 어린이에게 추천하는 책.



매일매일 따라 쓰다 보면

'나도 쓸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겨나

어느새 자신감도 실력도 쑥쑥 커져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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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대동여지도 - 한글로 쉽게 읽고 활용하는 <대동여지도> (최신 개정판)
김정호 지도, 최선웅 도편, 민병준 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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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한글로 쉽게 읽고 활용하는 대동여지도>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더욱 쉽고 가깝게 만나는 책!


 이 땅의 산줄기와 물줄기, 고을과 도로 등

자연과 인문 지리 정보가 모두 담겨 있어

전국의 지리 지식을 쉽게 얻을 수 있었던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목판으로 제작해 널리 보급할 수 있어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지도였다.


기호를 사용해 지도 읽기에 편리하고,

방격표로 축척을 알 수 있으며,

도로 위에 찍은 방점으로 거리까지 계산할 수 있었다.


지도를 모두 펼치면 가로 약 3.8m, 세로 약 6.7m로

건물 2층 높이의 대형 전도이지만,

접으면 책처럼 만들 수 있어 휴대와 보관이 간편했다.


〈대동여지도〉는 이러한 우수성 덕분에 역사상 최고의 지도로 손꼽히지만,

현대 지도와는 표현 방식이 다르고 지명이 한자라서 쉽게 읽을 수 없었다. 


 «한글 대동여지도»는 11,677개나 되는 모든 한자 지명에 한글로 토를 달고

지도마다 땅에 대한 개관을 담아 〈대동여지도〉를 바로 보고 이해할 수 있게 도왔다.


1861년의 신유본(辛酉本) 지도 122도엽을 한지 위에 먹으로 찍어 낸

목판 인쇄본의 모습대로 약 65%로 축소하여 실은 이 책은

당시의 〈대동여지도〉를 더욱 생생하고 가깝게 만날 수 있게 해 준다.





이 책은 1861년 신유본(辛酉本) 〈대동여지도〉의 지도 122도엽을 각각 약 65%로 축소하여 모든 지명과 주기에 한글을 병기하여 이해 돕는다.

또한 〈대동여지도〉에 표기되지 않은 독도인 우산도(于山島)와 거문도인 삼도(三島)를 지도에 추가하고, 틀린 지명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인 서울(한양)의 지도를 살펴보았다.

조선 왕조 6백 년 도읍지인 한양과 그 주변지역인 광주와 양근 지역까지 살펴볼 수 있다.

한양은 도읍지인 만큼 경조오부도와 도성도를 통해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경조오부도는 한양의 중심부와 성 밖 10리까지 한성부의 전체 구역을 넓게 보여준다.

성 안은 간략하게 도로만 그리고, 성 밖 지역은 산줄기와 물줄기, 도로를 중점적으로 표현했다.





도성도는 한양을 둘러싼 내사산 산줄기를 연결해 쌓은

한양 성곽 안을 자세히 보여주는 정밀도이다.

국가 경영에 필요한 주요 건물이나 성 안의 사정을 자세히 표현하고 있는데,

조선 시대에도 낱장으로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성곽을 따라 4대문과 4소문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현재는 소실된 돈의문(서대문)과 소의문(서소문)의 위치도 알 수 있다.

흥인지문(동대문)이 흥인문이라고 나와있는 것도 흥미로운데,

검색해 보니 사대문의 이름은 다 세 글자로 지어져서 원래 이름은 흥인문이었으나,

조선 후기에 흥인지문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경복궁과 창덕궁 주변은 우리 가족의 주요 생활권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아이와 함께 지도에서 우리 동네 이름을 찾고, 학교가 있는 곳을 찾아보는 등

실제로 지도를 읽으며 활용해 볼 수 있어서 더욱 재미있다.





이 책을 편찬하면서 추가했다는 우산도(독도)와 삼도(거문도)의 모습.

울릉도의 크기가 생각보다 커서 놀랐다.





«한글 대동여지도»의 진짜 좋은 점은 사실 이 책의 활용법에 있다.


책의 지도를 잘라 이어 붙여서 분첩절첩식 책이나 대형 전도로 직접 완성해 볼 수 있다는 점!


〈대동여지도〉는 총 22층으로 구성된 지도이다.


지도를 각 층별로 이어 붙인 뒤 지그재그로 접어 병풍처럼 펼쳐 보는 분첩절첩식으로 제책하면, 휴대가 간편하고 보관이 쉬운 형태로 만들 수 있다.


각 층별로 지도를 이어 붙이고 이웃한 층끼리 연접시키면, 가로 2.44m, 세로 4.14m의 대형 전도가 완성되어 우리나라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지도를 만드는 것에서 끝이 아니다!


<대동여지도>는 목판으로 찍어 낸 흑백 지도를 용도에 따라 채색하여 사용하였다고 한다.

채색 예시를 참고하여 대동여지도를 직접 채색하며 나만의 채색 대동여지도를 만들어 보자!



한글이 병기되어 이해하기 쉬운 «한글 대동여지도»

활용하기에 따라 교육적 목적으로도, 소장이나 전시 목적으로도 훌륭하다.


혼자서 차근차근, 혹은 아이들과 함께

지도를 채색해가며 지역의 역사에 대해 알아볼 수도 있고,

현재와 과거를 비교하며 여러 주제에 대해 이야기해 볼 수도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각각의 지도를 채색하여

전도로 만들어보는 활동도 추천한다.

자신이 맡은 구역에 대해 조사하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

모두의 힘을 합쳐 전도를 완성하는 과정을 통해

협동의 중요성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한글 대동여지도» 한 권으로

우리 역사를 더욱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는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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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사랑하는 삼각형 - 열기구에서 게임, 우주, DNA까지 거리와 각도의 놀라운 수학
맷 파커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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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그 자체로 완전한, 일상 모든 곳의 삼각형>

기하학을 다시는 쳐다보지 않게 되어 기뻐하는 지점에서부터 삼각형을 사랑하는 지점까지 그 넓은 스펙트럼에서 당신이 어느 지점에 있건, 나는 삼각형의 유용한 면과 필수적인 면, 그리고 쓸모없는 면을 모두 보여줄 수 있길 바란다.

삼각형은 모든 것이고, 모든 것은 삼각형이다.

p.17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든 싫어하는 사람이든 누구나 학교에서 '피타고라스'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수학'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이름 중 하나이자, 기하학과 삼각법의 기초를 세운 사람. 그가 발견한 '피타고라스 정리'는 바로 삼각형의 성질에 관한 대표적인 법칙 중 하나이다.


 삼각형은 수학에서 가장 기본이면서도 가장 단단하고 그 자체로 완전한 도형이다. 선 세 개가 만나 만들어지는 가장 간단한 다각형이자, 모든 복잡한 도형과 구조물의 기초가 되는 가장 안정적인 구조를 갖추었다. 삼각형은 컴퓨터 그래픽, 건축, 우주 등 현대 기술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수학이 사랑하는 삼각형»은 삼각형이 어떻게 우리의 일상과 과학, 예술을 동시에 지탱하는지, 그리고 어떤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세상을 구성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의 말처럼 아주 유용하고 필수적인 면과, 쓸모없는 면까지 포함해서 가끔은 무겁지만 시종일관 유쾌하게. 책을 읽어 내려갈수록, 삼각형이 단순한 도형이 아니라 세상을 해석하는 보편적 도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삼각형은 물리적 형태를 가질 만큼 변들을 충분히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에 대해 일반화되고 의미 있는 사실을 말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제약을 지니고 있어 모든 형태 중에서 최적의 지점에 있다.

p.125



삼각법의 힘은 방정식을 외우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값을 찾을 수 있다는 걸 알고, 그럼으로써 원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데 있다.

p.277





 이 책에서 흥미로웠던 것들 중 하나는 펄린 잡음을 음악으로 표현한 사례였다. 펄린 잡음은 원래 컴퓨터 그래픽스에서 자연스러운 질감을 만들어내는 시각적 알고리즘이다. 그런데 저자는 팟캐스트에서 이 개념을 이야기할 때 오직 오디오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제약 때문에, 잡음장을 음악의 음계에 매핑하여 무작위적 곡조를 만들었다고 한다. 놀랍게도 펄린 잡음은 부드럽게 변화하기 때문에, 음을 완전히 무작위로 고른 것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고 흐르는 느낌의 곡조를 만들어냈다. 이처럼 수학적 원리가 눈에 보이는 패턴을 넘어 귀로 들리는 소리의 결을 만들어내는 데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이 신선했고, 복잡한 개념을 청각적으로 전달하려 했던 저자의 기발함에 감탄했다.


다음번에 스마트폰 속 이미지를 프린트할 때, 스마트폰과 프린터 둘 다 사면체 메시를 탐색하면서 이제 더는 멍청하지 않은 헤론의 공식을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기 바란다.

p.169



나는 여전히 삼각형이 기하학의 얼굴이라는 신념을 고수하지만, 육각형도 분명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디를 바라보건, 도저히 있을 법하지 않은 곳들에 육각형이 존재한다.

p.173





 또 하나의 흥미로운 부분은 비주기적 타일 덮기 패턴에 관한 이야기다. 이 패턴은 수학자들이 꿈꾸던 질서와 혼돈의 경계에 있는 형태로서, 반복되는 패턴을 만들지 않으면서 표면을 완전히 덮는 패턴을 말한다. 그중에서도 독립적으로 비주기적 패턴이 될 수 있는 단일 타일에 대한 이야기는 나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 신비로운 가상의 형태는 흔히 말장난으로 아인슈타인(Einstein)으로 불렀는데, 이 단어는 독일어로 하나(ein)의 돌(Stein)이란 뜻이다. 2023년 3월 '모자(the Hat)'라 불리는 최초의 아인슈타인이 발견되었다. 그 뒤 같은 사람이 모자 타일의 변형인 '거북(the Turtle)' 타일을 발견했지만, 주기성을 띄는 패턴이 있어 오류가 지적되었다. 마침내 첫 아인슈타인을 발견한지 2달 만인 2023년 5월, 반사 타일 없이도 온전한 비주기적 패턴을 만드는 '카이랄 비주기적 단일 타일'인 '스펙터(Spectre)'가 발견되며 60여 년에 걸친 난제가 해결되었다. 특히 거북 타일의 모서리에 특별한 곡선을 더해 스펙터로 탄생시킨 과정은, 수학이 논리적 사고를 넘어선 창의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분야임을 보여준다. 쓸모없어 보이는 질문에서 시작해 놀라운 발견에 도달하는 수학의 여정을 보며, 나는 피타고라스 정리만을 외우던 시절에는 결코 알 수 없었던 수학의 또 다른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삼각형은 초기의 '쉬운' 발견이었고, 그 후 새로운 형태들이 줄지어 발견되었다. 

p.214





 삼각형에서 시작해 기하학삼각법사인파의 경로를 따라 파동과 푸리에 해석으로 도달하는 수학의 여정은 기하학과 응용 기술을 넘어, 세상의 가장 깊은 곳까지 닿아 있다. 우리가 듣는 소리와 보는 빛, 심지어 양자역학의 파동 함수에 이르기까지 결국은 사인파의 조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때, 나는 모든 것이 삼각형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저자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삼각형이 물리학의 근본을 이루는 핵심 언어라는 사실은 정말 놀라웠다.


우리는 수학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살고 있다. 우리가 고체 물질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실제로는 파동 함수이다.

우리는 문자 그대로 사인파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삼각형으로 만들어졌다. 실체는 삼각형이다.

삼각형은 모든 것이고, 모든 것은 삼각형이다.

p.419





 이처럼 방대한 수학적 내용을 다루면서도 이 책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맷 파커 특유의 유머 덕분이다. 저자는 일상적인 비유와 재치 있는 문장을 사용하며 독자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덕분에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수학의 깊은 원리들을 가볍고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수학이 사랑하는 삼각형»은 단순한 교양 수학서의 경계를 넘어, 마치 훌륭한 인문학 서적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공식의 나열에 머무르지 않고,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수학의 재미와 아름다움을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수학을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수학이 딱딱한 학문이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순간을 지탱하는 부드럽고 유쾌한 언어임을 깨닫게 해줄 것이다.



나는 삼각형을 사랑한다! 현대 세계가 제대로 굴러가는 것도 다 삼각형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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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로그 이탈리아 소도시 여행 - 2025 최신판 트래블로그 시리즈
조대현.신영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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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아름다운 소도시 여행을 위한 책. 소도시를 여행하는 만큼 렌터카 등 자동차 여행의 팁도 얻을 수 있다. 여행의 모든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유용한 정보를 가득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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