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사랑하는 삼각형 - 열기구에서 게임, 우주, DNA까지 거리와 각도의 놀라운 수학
맷 파커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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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그 자체로 완전한, 일상 모든 곳의 삼각형>

기하학을 다시는 쳐다보지 않게 되어 기뻐하는 지점에서부터 삼각형을 사랑하는 지점까지 그 넓은 스펙트럼에서 당신이 어느 지점에 있건, 나는 삼각형의 유용한 면과 필수적인 면, 그리고 쓸모없는 면을 모두 보여줄 수 있길 바란다.

삼각형은 모든 것이고, 모든 것은 삼각형이다.

p.17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든 싫어하는 사람이든 누구나 학교에서 '피타고라스'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수학'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이름 중 하나이자, 기하학과 삼각법의 기초를 세운 사람. 그가 발견한 '피타고라스 정리'는 바로 삼각형의 성질에 관한 대표적인 법칙 중 하나이다.


 삼각형은 수학에서 가장 기본이면서도 가장 단단하고 그 자체로 완전한 도형이다. 선 세 개가 만나 만들어지는 가장 간단한 다각형이자, 모든 복잡한 도형과 구조물의 기초가 되는 가장 안정적인 구조를 갖추었다. 삼각형은 컴퓨터 그래픽, 건축, 우주 등 현대 기술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수학이 사랑하는 삼각형»은 삼각형이 어떻게 우리의 일상과 과학, 예술을 동시에 지탱하는지, 그리고 어떤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세상을 구성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의 말처럼 아주 유용하고 필수적인 면과, 쓸모없는 면까지 포함해서 가끔은 무겁지만 시종일관 유쾌하게. 책을 읽어 내려갈수록, 삼각형이 단순한 도형이 아니라 세상을 해석하는 보편적 도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삼각형은 물리적 형태를 가질 만큼 변들을 충분히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에 대해 일반화되고 의미 있는 사실을 말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제약을 지니고 있어 모든 형태 중에서 최적의 지점에 있다.

p.125



삼각법의 힘은 방정식을 외우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값을 찾을 수 있다는 걸 알고, 그럼으로써 원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데 있다.

p.277





 이 책에서 흥미로웠던 것들 중 하나는 펄린 잡음을 음악으로 표현한 사례였다. 펄린 잡음은 원래 컴퓨터 그래픽스에서 자연스러운 질감을 만들어내는 시각적 알고리즘이다. 그런데 저자는 팟캐스트에서 이 개념을 이야기할 때 오직 오디오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제약 때문에, 잡음장을 음악의 음계에 매핑하여 무작위적 곡조를 만들었다고 한다. 놀랍게도 펄린 잡음은 부드럽게 변화하기 때문에, 음을 완전히 무작위로 고른 것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고 흐르는 느낌의 곡조를 만들어냈다. 이처럼 수학적 원리가 눈에 보이는 패턴을 넘어 귀로 들리는 소리의 결을 만들어내는 데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이 신선했고, 복잡한 개념을 청각적으로 전달하려 했던 저자의 기발함에 감탄했다.


다음번에 스마트폰 속 이미지를 프린트할 때, 스마트폰과 프린터 둘 다 사면체 메시를 탐색하면서 이제 더는 멍청하지 않은 헤론의 공식을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기 바란다.

p.169



나는 여전히 삼각형이 기하학의 얼굴이라는 신념을 고수하지만, 육각형도 분명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디를 바라보건, 도저히 있을 법하지 않은 곳들에 육각형이 존재한다.

p.173





 또 하나의 흥미로운 부분은 비주기적 타일 덮기 패턴에 관한 이야기다. 이 패턴은 수학자들이 꿈꾸던 질서와 혼돈의 경계에 있는 형태로서, 반복되는 패턴을 만들지 않으면서 표면을 완전히 덮는 패턴을 말한다. 그중에서도 독립적으로 비주기적 패턴이 될 수 있는 단일 타일에 대한 이야기는 나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 신비로운 가상의 형태는 흔히 말장난으로 아인슈타인(Einstein)으로 불렀는데, 이 단어는 독일어로 하나(ein)의 돌(Stein)이란 뜻이다. 2023년 3월 '모자(the Hat)'라 불리는 최초의 아인슈타인이 발견되었다. 그 뒤 같은 사람이 모자 타일의 변형인 '거북(the Turtle)' 타일을 발견했지만, 주기성을 띄는 패턴이 있어 오류가 지적되었다. 마침내 첫 아인슈타인을 발견한지 2달 만인 2023년 5월, 반사 타일 없이도 온전한 비주기적 패턴을 만드는 '카이랄 비주기적 단일 타일'인 '스펙터(Spectre)'가 발견되며 60여 년에 걸친 난제가 해결되었다. 특히 거북 타일의 모서리에 특별한 곡선을 더해 스펙터로 탄생시킨 과정은, 수학이 논리적 사고를 넘어선 창의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분야임을 보여준다. 쓸모없어 보이는 질문에서 시작해 놀라운 발견에 도달하는 수학의 여정을 보며, 나는 피타고라스 정리만을 외우던 시절에는 결코 알 수 없었던 수학의 또 다른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삼각형은 초기의 '쉬운' 발견이었고, 그 후 새로운 형태들이 줄지어 발견되었다. 

p.214





 삼각형에서 시작해 기하학삼각법사인파의 경로를 따라 파동과 푸리에 해석으로 도달하는 수학의 여정은 기하학과 응용 기술을 넘어, 세상의 가장 깊은 곳까지 닿아 있다. 우리가 듣는 소리와 보는 빛, 심지어 양자역학의 파동 함수에 이르기까지 결국은 사인파의 조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때, 나는 모든 것이 삼각형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저자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삼각형이 물리학의 근본을 이루는 핵심 언어라는 사실은 정말 놀라웠다.


우리는 수학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살고 있다. 우리가 고체 물질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실제로는 파동 함수이다.

우리는 문자 그대로 사인파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삼각형으로 만들어졌다. 실체는 삼각형이다.

삼각형은 모든 것이고, 모든 것은 삼각형이다.

p.419





 이처럼 방대한 수학적 내용을 다루면서도 이 책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맷 파커 특유의 유머 덕분이다. 저자는 일상적인 비유와 재치 있는 문장을 사용하며 독자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덕분에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수학의 깊은 원리들을 가볍고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수학이 사랑하는 삼각형»은 단순한 교양 수학서의 경계를 넘어, 마치 훌륭한 인문학 서적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공식의 나열에 머무르지 않고,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수학의 재미와 아름다움을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수학을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수학이 딱딱한 학문이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순간을 지탱하는 부드럽고 유쾌한 언어임을 깨닫게 해줄 것이다.



나는 삼각형을 사랑한다! 현대 세계가 제대로 굴러가는 것도 다 삼각형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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