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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리스
김선미 지음 / 한끼 / 2024년 10월
평점 :
"이미 클론이 진화가 가능한 존재라는 게 밝혀졌어. 클론은 동물이 아니야.
인간과 같은,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종이야. 인간이 진화하기 위해 같은 종을 희생하는 게 맞을까?" p.63
함박눈을 맞고 있는 아이들아, 이곳은 지옥이야. 하지만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서 대신 피를 흘리는 이도 여기에 있단다. 물론 그는 인간이 아니야. 어쩌면 인간보다 나은 존재일지도 몰라. p.129
진눈깨비가 그치면 달이 뜰 거라고. 달빛이 비추면 모래벌판에도 꽃이 필지 모른다고. 그때 같이 미래로 가자고 약속하며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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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욕망으로 탄생한 클론. 안전한 장기이식을 위해 생명을 얻게 된 복제체이기에 그들의 운명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국가바이오휴먼연구소 책임자인 시욱의 어머니는 심장이 안 좋은 아들을 위해 첫 클론을 만들었고, 정부는 클론을 상용화하는 법안을 의회에 상정했다.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같은 공간에서 거주하게 된 시욱과 클론 오안은 처음엔 서먹했지만, 곧 서로의 상처를 받아들이며 친구가 된 것도 잠시.. 클론의 상용화를 반대하는 무리들이 고용한 테러리스트에 의해 테러 및 납치를 당하게 된다.
자신이 누구인지 증명하는 생체칩을 통해 시욱은 구조되는 한편 생체칩이 제거된 오안은 버려지게 되고. 20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 다시 재회하게 그들.
악연 중의 악연인 권혜, 운명에 좌절하지 않는 해커 가나, 도망친 칩리스를 붙잡는 총지휘관과 칩리스를 구출하는 핵심 역할로 마주하게 된 시욱과 오안, 소용돌이 치는 운명 앞에서 이들은 과연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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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입장에서 보았을 때 오안은 그저 한발 앞서 생체칩을 제거한 인간일 뿐이에요. 오안, 당신을 이제 칩리스chipless라고 부르면 어떨까요? 칩리스는 말 그대로 칩이 없는 인간이라는 의미예요."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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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로 만들어진 복제체라고 해도 클론은 생각하고 마음을 느낄 수 있으며 진화하는 존재라는 것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인간이 명령하는 대로만 움직이는 로봇이 아니라, 하나의 종으로서 인식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사고의 전환을 가져다 주었다. 물론 소설속에서 이지만 흥미로운 발상이었다.
현재 과학기술은 인간의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한 수준에까지 올라왔다. 상상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게 신기할 따름인데, 부디 소설속에서 처럼 사회 부조리로 흐르는 일은 일어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난때문에 대리모와 장기밀매를 겪는 아이들, 열성 유전자를 조작하는 시술과 낙태 의무화 법안 추진, 정부의 조작, 사회 혼란, 테러나 납치 등 다양한 사회 문제들이 녹아들어가 있으면서도 미래형 SF라는 것이 재미있었고, 17년 공들여 쓰여진 만큼 탄탄한 서사로 다가와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인간다움이 뭔지, 희망과 연대, 정의와 자유, 용서와 화해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는 책. 한 편의 밀도 높은 영화를 본 것 같아서 몽글한 여운 마저 감돈다. 작가님의 전작인 <비스킷>이 책을 덮자마자 궁금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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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협찬받아서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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