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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1
김형경 지음 / 문이당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에는 조금 놀랐다. 나같은 사람이 소설 속에서였지만 아주 많다는 것에 대하여. 세진의 모습은 나였다. 물론 주변환경은 아주 달랐다. 나는 화목한 가정환경을 가지고 있었고 그녀처럼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도 아니며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그녀가 경험했던 것들, 어둠 속에서 만났던 희미한 모든 것들을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았고, 나도 그녀처럼 시시콜콜한 것에서부터 시작해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 개론을 닥치는대로 읽어댔다. 과학적으로 내가 용납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나를 정의내리고 싶어서.
이 책은 분명 재미있다. 두 권의 책이 전혀 부담되지 않았다. 그다지 복잡하지는 않았지만 작가의 방대한 학습량에 책을 읽는 도중에도 종종 감사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그렇게 세진은 자신을 치유한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일상에서 벗어남을 선택해야만 했을까, 그녀처럼 자신의 일상을 떠나서 자신을 다시 바라볼 시간을 갖을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결국 세진도 인혜도 그 모든 것들을 심리학에서 찾아야만 하는 걸까, 어쩌면 그녀들이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들이 사회적으로 이루어놓은 성공을 이미 성취해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혹 이것은 나의 어떤 잠재되어있는 컴플렉스가 표출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모든 문학에서, 아니 모든 예술과 학문이 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것은 인간을 이해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 지독한 인간의 나르시즘. 어쩌면 그것인 인간이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