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있는 집의 질문들 - 돈 걱정, 사교육 고민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부너미 지음 / 어떤책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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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있는, 아이가 있을, 한때는 아이였던, 아이가 사는 세상을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라면 한 번 쯤 고민해볼 만한 질문과 그 질문을 살아내는 엄마들의 이야기. 너무나 일상적인 가까운 이와의 수다 같으면서도 결코 만만치 않은 도전과 용기에 격려와 응원을 보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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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름다움은 이미 때 묻은 것 - 모성, 글쓰기, 그리고 다른 방식의 사랑 이야기
레슬리 제이미슨 지음, 송섬별 옮김 / 반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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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 도착한 책을 실제로 마주하니 나도 모르게 배시시 웃고 말았다. <모든 아름다움은 때 묻은 것>이라는 확고하게 문학적인 책 제목 그리고 아기와 아기를 바라보는 여성의 표지 그림은 묘하게 어긋났다. 문학 속의 모성은 고귀하거나 추앙 받는 경우가 많았고 한편으로 최근의 비문학에서의 모성은 입에 올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거리를 두고 싶어하거나 혹은 아예 이 세상에 사라졌거나 사라져야 할 것처럼 구시대의 산물처럼 여겨지거나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 책 레슬리 제이미슨의 <모든 아름다움은 때 묻은 것>의 첫 인상은 내게 여전히 모성이 그렇게 느껴지듯 아이러니했다.

양육 당사자가 쓴 책을 여러 권 읽었지만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문체였다. 저자가 이 책에서 펼쳐놓은 경험은 어떤 점은 특별하고 또 어떤 점은 평이할 수도 있지만, 각각의 사건을 낱낱이 헤집어서 펼쳐놓는 저자의 글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서 본 연륜 많은 일식 요리사가 피 한 방울 고이지 않고 살점 하나 떼이지 않게 생선을 손질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이보다 더 날 것이 없는 냥 자신을 직시하고 질문을 에둘러 회피하지 않는 그 힘이 저자를 작가로 살게 하는 거구나 싶게 하기도 했다.

책 도입부를 읽는 양육자라면 누구나 아기와 한 몸 같았던 그 시절을 떠올릴 것 같았고, 나 역시 그랬다. 다섯살인 아이와 살면서도 그 시절은 이미 까마득하다. 문득 아이의 어린 시절이 떠올라서 휴대전화를 열어 한참 그 때 사진과 영상을 찾아 보았다. 표정조차 없이 작고 여린 사진 속 아기를 보면서 그 시절이 다시 돌아오지 않음이 아쉬웠지만 그렇다고 도무지 지나가지 않을 것 같은 그 시절을 '그 땐 그랬지' 과거로 치환하기엔 불면과 불안으로 끔찍했던 심정들도 고스란히 떠올랐다. 너무나도 세밀한 이 책의 구석구석들은 어느 양육자에겐 추억이고 대변일 수 있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상처의 소환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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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꿍 2025-11-17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어요. 마지막 문단이 너무 제 마음 같아서 의미 없을 수 있는 댓글을 남기게 되었네요. 이 책을 읽고 요동치던 제 마음을 더 잘 이해하게 됐어요. 감사합니다. ^^
 
벨 훅스 같이 읽기 - 벨 훅스의 지적 여정을 소개하는 일곱 편의 독서 기록
김동진 외 지음, 페페연구소 기획 / 동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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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훅스의 이름을 자주 듣게 된 건 그리고 낯선 그 이름을 친숙하게 느끼게 된 건, 여성주의교육연구소 페페(Feminist Pedagogy) 덕분이다. Facebook에 읽은 책 소감을 종종 올리곤 했었는데 그중 2020년 출간된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도 간단한 후기를 올린 책 중에 한 권이었다. 그런데 그 책의 기획자인 김동진 대표가 댓글을 달아주셨다. 친구도 몇 안 되는 독후 감상문 모음집에 가까운 SNS에 저자의 댓글을 받은 첫 책이었기도 하고, 기획자로서 불편했음직한 내용도 적혀 있었는데 가감 없이 의견을 달아주셔서 인상적이었다. 이후 페페 연구소가 기획한 모든 책을 읽지는 못했지만 몇 권을 더 읽었다. 특히 SNS로 소식을 종종 전해 들었는데, 내가 벨 훅스의 부고를 처음 알게 된 것도 페페 연구소를 통해서였다. 저자의 벨 훅스를 향한 애정을 짐작하고 있었고, 책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 나올 책이 나왔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혼자만의 친밀감이랄까.

 

 책 제목은 간결하게 짓다 보니 그 책이 어떤 책인지는 부제를 통해 명료하게 알 수 있는 편인데, 이 책 역시 '벨 훅스의 지적 여정을 소개하는 일곱 편의 독서 기록'이라는 부제가 <벨 훅스 같이 읽기>를 조금 더 선명하게 드러내준다. 이 책에서 가장 처음 와닿은 것은 글의 형태였다. 한 권의 책을 온전히 체화해서 책 속의 저자와 대화를 나누고 그 책이 내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일곱 명의 저자가 각자의 양식으로 몸소 선보인다. 물론 책은 혼자 읽은 것이 아니라 함께 읽은 흔적도 글(김은지) 중 남아 있고 한 권의 책을 설명하기 위해 다른 저서나 저자들을 데려오는 일(레일라)도 있지만, 벨 훅스를 애정 할 수밖에 없는 이유뿐만 아니라 가끔은 섭섭하기도 하고 거리가 느껴지기도 하다 다시 그에게 끌리게 되는 그 모든 과정이 저자의 삶을 관통해 보여준다. 만약 벨 훅스의 일곱 권의 저서에 대한 요약 혹은 이론적 배경 등을 원하는 이라면 생경할 수 있는 방식이지만, 사실 이 방법은 벨 훅스를 조금이라도 알거나 그녀의 책을 읽어본 독자라면 이 양식이야말로 벨 훅스의 사상을 잘 설명하고 있다고 느낄만하다. 어려운 말을 지양하고 모두를 포용하는 페미니즘을 희망했던 벨 훅스가 현재를 살고 있는 한국어를 구사할 줄 아는 독자 7인에게 어떻게 와닿았는지를 또렷하게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벨 훅스 같이 읽기>라는 제목이 벨 훅스를 같이 읽은 독자들의 증언으로도 벨 훅스를 같이 읽자는 제안으로도 해석됐다.

 

​ 이 책 특유의 양식은 공저자들에 대한 눈길로 자연스레 이어지게 된다. 각기 다른 색깔의 일상을 영위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교육과 관련한 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는 저자들은 이 책에서 정도는 다르지만 자신의 일 또는 일상과 벨 훅스의 저서를 연결하고 있다. 자칫 교육계 고학력 청년 페미니스트 여성들로 한정된 벨 훅스 독서 기록으로 비칠 위험도 있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그보다는 벨 훅스를 소환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삶에 더 눈길이 가게 된다. 차별을 벗어나고자 떠났지만 또 다른 차별을 당면하게 되고(오혜민), 현장에서 계급이 다른 다수와 시공간을 나눌 때 계급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하며(김은지), 차별을 인지하면서도 그것이 차별임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종종 실패했다고 고백하는(장재영) 저자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들이 왜 벨 훅스에게 위안을 받고 그녀가 건넨 말 걸기에 응하고자 노력하게 되었는지 수긍하게 된다. 이 책은 이렇게 먼저 벨 훅스를 만난 독자들이 그녀와 조응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게 해주는 선독자의 다정하게 내민 손이다. 이 책에서 만난 벨 훅스의 적극적인 독자의 모습은 다음 독자인 내게도 벨 훅스를 나침반 삼아보고 싶은 마음을 잔잔히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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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라는 세계 십 대와 사회를 연결하다 2
최진우 지음, 도아마 그림 / 리마인드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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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라는 세계>의 최진우 저자를 알게 된 건, 마을언덕사회적협동조합에서 한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오리엔티어링 orienteering 수업을 준비하면서였다. 2023년 7월 경찰청에서 체험학습을 갈 때 일반 전세버스가 아닌 안전장치가 구비된 노란 버스만 이용 가능하다는 공문을 교육부에 전달했는데, 이 일로 해당 학교에서는 체험학습이 취소되었고 대신 마을을 둘러보는 생태학습을 하기로 협의했었다. 결론적으로는 학교 밖을 나서는 활동에도 부담을 느낀 학교가 교내 동식물을 살펴보는 생태체험학습으로 변경하긴 했지만, 이 수업을 준비하면서 길가의 가로수에 대해 여러모로 배웠다. 이 과정을 통해 가로수시민연대를 알게 되었고, 대표인 저자도 초빙하여 직강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이후 우연히 서울환경연합에서 추진하는 서평단이 있길래 신청했다 선정되어 책을 받아보게 되었다. 리마인드 출판사의 '십 대와 사회를 연결하다' 시리즈 중 두 번째 출간된 책이었고, 다섯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챕터 내 글들이 한 쪽을 넘지 않는 귀여운 문고판 책이었다. 한 쪽 당 다섯 문장 내외로 간결하게 정보를 전하는 책은 소박해 보이지만 전하는 내용은 가볍지는 않다. 이 책에서 국토에서 숲이 차지하는 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아 63%인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4위(13쪽)라거나, 참나무과에 속하는 신갈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 등이 있을 뿐 사실 참나무라는 명칭의 나무는 없다(51쪽) 거나, 현재 아마존 숲은 연간 5억 톤의 탄소를 흡수하고 15억 톤의 탄소를 배출하므로 더는 지구의 허파가 아니라는 경고(17쪽)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던 숲에 대한 상식과 고정관념을 깨주었다.

짤막하고 간결하게 숲에 대해 충분히 흥미를 돋우게 하는 점이 좋았고, 다만 출처나 더 읽어볼 만한 자료들이 병기되었다면 관심사의 책을 더 심도 있게 읽어볼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예를 들어 나뭇가지를 잘라도 괜찮을까?(72~73쪽) 질문을 던졌다면 하단부에 "올바른 가지치기를 위한 작은 안내서"(2022, 서울환경연합)를 소개한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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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다정한 공부 - 어른에게도 성교육이 필요하다
김항심 지음 / 어떤책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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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에게도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부제처럼 이 책은 성인 특히 기혼 시스젠더 양육자에게 필요한 성교육을 "이토록 다정"할 수 있을까 싶게 전개한다. 소위 자식을 독립시킨 50대로서 그리고 섹스 파트너인 배우자와 따스한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성교육 강사로서 우리가 성적 존재로서 어떻게 스스로를 주체로 수용하고 성장할 수 있을지 따스하게 손을 건넨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성을 스스로를 인식하고 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풀어나간 지점이다. 우리 사회는 여성이 성을 궁금해 하고 배우고 잘 아는 것에 대해 배타적인데, 내가 생각할 땐 못지않게 성 자체를 터부시하고 몰가치한 것으로 여긴 측면이 컸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학교에서 영어와 성교육에 배치한 시수를 비교해보면 뻔한 것 아닌가.
또한 사랑과 섹스를 구분한 점도 눈 여겨 보았다. 섹스의 전제가 사랑이 아니라 동의라는 점은 헌법 9조(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를 재현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배우자 간 성관계에서 형사처벌이 가능하게 된 것처럼, 배우자 이외의 성관계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현실도 촘촘히 살펴봐야 한다는 생각도 들게 했다.


성폭력이 만연하고 만남보다 고립과 단절을 선택하기 쉬운 지금 여기에서, 여러분에게 다정한 성관계를 통한 연결의 기쁨을 찾아 주고 싶습니다. 성이 주는 위안과 에너지를 알려 주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를 가두고 있는 낡은 고정관념을 탕탕 두드려 깰 수 있는 무기를 손에 들려 주고 싶습니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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