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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름다움은 이미 때 묻은 것 - 모성, 글쓰기, 그리고 다른 방식의 사랑 이야기
레슬리 제이미슨 지음, 송섬별 옮김 / 반비 / 2024년 12월
평점 :
집 앞에 도착한 책을 실제로 마주하니 나도 모르게 배시시 웃고 말았다. <모든 아름다움은 때 묻은 것>이라는 확고하게 문학적인 책 제목 그리고 아기와 아기를 바라보는 여성의 표지 그림은 묘하게 어긋났다. 문학 속의 모성은 고귀하거나 추앙 받는 경우가 많았고 한편으로 최근의 비문학에서의 모성은 입에 올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거리를 두고 싶어하거나 혹은 아예 이 세상에 사라졌거나 사라져야 할 것처럼 구시대의 산물처럼 여겨지거나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 책 레슬리 제이미슨의 <모든 아름다움은 때 묻은 것>의 첫 인상은 내게 여전히 모성이 그렇게 느껴지듯 아이러니했다.
양육 당사자가 쓴 책을 여러 권 읽었지만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문체였다. 저자가 이 책에서 펼쳐놓은 경험은 어떤 점은 특별하고 또 어떤 점은 평이할 수도 있지만, 각각의 사건을 낱낱이 헤집어서 펼쳐놓는 저자의 글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서 본 연륜 많은 일식 요리사가 피 한 방울 고이지 않고 살점 하나 떼이지 않게 생선을 손질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이보다 더 날 것이 없는 냥 자신을 직시하고 질문을 에둘러 회피하지 않는 그 힘이 저자를 작가로 살게 하는 거구나 싶게 하기도 했다.
책 도입부를 읽는 양육자라면 누구나 아기와 한 몸 같았던 그 시절을 떠올릴 것 같았고, 나 역시 그랬다. 다섯살인 아이와 살면서도 그 시절은 이미 까마득하다. 문득 아이의 어린 시절이 떠올라서 휴대전화를 열어 한참 그 때 사진과 영상을 찾아 보았다. 표정조차 없이 작고 여린 사진 속 아기를 보면서 그 시절이 다시 돌아오지 않음이 아쉬웠지만 그렇다고 도무지 지나가지 않을 것 같은 그 시절을 '그 땐 그랬지' 과거로 치환하기엔 불면과 불안으로 끔찍했던 심정들도 고스란히 떠올랐다. 너무나도 세밀한 이 책의 구석구석들은 어느 양육자에겐 추억이고 대변일 수 있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상처의 소환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