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고갱 - 나는 타히티의 야만인으로 살겠다 작은길 교양만화 메콤새콤 시리즈 13
임명주 옮김, 크리스토프 골티에 그림, 막시밀리앙 르 루아 글, 마리 갈로팽, 김광우 / 작은길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나에게 삶의 여유가 생겨서 그런건지, 아니면 주체할 수 없는 끼가 있어서 그런건지 알 순 없어도 미술에 대한 관심은 어려서부터 있어왔다. 나이 마흔이 넘어서는 미술관도 몇 번 가보고 도록도 사서 읽어보며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미술에 대한 욕구를 어느 정도 채우는 것 같다.

이 책도 내가 태생적인 미적 욕구를 충족하는데 기여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만화로 구성되어 있어서 훨씬 느끼는 바가 많다. 한눈에 이해가 빠르고 나도 모르게 오래 기억되어 책 읽는 부담이 적다. 또한 책 하단에는 미술평론가의 해제가 실려 있어서 만화에서 부족한 설명을 전문가의 설명으로 보충이 되어 있다.

 

고갱은 인상주의 화가이면서 타히티에 가서 살며 관련 그림을 남겼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고갱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과거에 고흐, 피카소, 고야, 이중섭에 관한 전기를 읽었지만 상대적으로 고갱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먼저, 간단히 고갱의 삶을 살펴보면, 그는 전업화가가 아닌 주식중개인으로 직장을 가졌지만 35세에 주식시장 붕괴로 직장을 잃고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아이들이 다섯씩이나 있었지만 돈을 벌기 위해 가족과 떨어져 살았고 일시적으로 고흐와 함께 지내기도 했으나 타히티섬으로 떠나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한다.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라는 유명한 그림도 그리기도 하지만 타히티섬에서 마르키즈 제도헤 속한 히바오아로 거처를 옮기고 그림도 그리면서 고국 프랑스의 식민정책과 가톨릭교회의 포교활동에 저항하기도 했다. 특히 원주민과 함께 살면서 원주민을 신비스럽고 아름답게 그린 그는 인상주의 화가의 대표적인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이 책은 1901년 마르키즈 제도의 히바오아 섬에 고갱이 정착하면서 죽을 때까지의 행적을 그리고 있다. 여기에서 폴 고갱은 원주민의 삶을 그린 단순 화가가 아니라 위선적인 문명에 맞서 원시의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국가나 종교가 아닌 자유로운 삶을 위해 투쟁한 인물이라 볼 수 있다. 물론 고갱의 타락한 듯한 모습은 비판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원주민 여인들과의 관계나 술을 너무 좋아하고 천주교 신부나 프랑스 정책당국에 대한 반항적인 행동 등등.

이 책에서는 고갱의 약점과 모순된 행동도 그대로 보여주고 있고 서두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이란 점을 시인하고 있다.

 

화가로서 고갱과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설명보다는 말년에 그가 원주민과 동화된 삶을 살면서 허울뿐인 문명과 종교를 조롱했다는 점에서 색다른 느낌을 얻었다. 가끔 그림을 보면서 생각해보곤 한다. 그 그림을 그릴 당시 화가는 어떤 심정으로 그렸을까? 미술평론가들은 화가의 삶을 통해 추측을 내 놓기도 하지만 화가가 스스로 문헌을 남기지 않는 이상 확실한 건 없는 것 같다. 고갱의 그림들을 보면 단순히 섬에 살고 있는 여인들의 생활상을 그린 것이 아니라 원주민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만화를 통해 재미있게 고갱에게 한 발짝 더 가까이 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책이 도움이 된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