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홍자성 지음, 도광순 옮김 / 문예출판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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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마흔을 넘어서부터 아이들도 초등학교에 다닐만큼 나이를 먹고, 직장생활도 과장급의 자리에서 상사와 부하직원들간의 관계도 생각해야 되는 시점이다. 가정에서, 그리고 회사에서 여러가지 스트레스와 어려움이 많지만 내가 미혼도 아니고 말단직원도 아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해서 무탈없이 잘 꾸려내가야 하는 입장이다. 여러가지로 바쁘지만 가장으로서, 회사의 관리자로서 내 자신의 중심을 찾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에 나만의 시간이 있는 밤 11시이후부터 잠자기전까지 내 자신을 돌아다본다.

<채근담>이란 책 제목을 처음에는 알지 못했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한 책인데...그런데 지금 나의 복잡한 심정을 털어내고 꿋꿋한 뿌리처럼 나를 견고하게 만들 수 있는 책이라 본다. 명심보감이나 논어처럼 하나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책이다.

다른 책과의 차별화는 동양의 고전가운데 이해하기 쉽고 의미가 분명하며 인생의 참된 뜻과 가장 지혜로운 삶의 방식을 가르쳐주는 책으로서 책 이름이 나물 뿌리를 씹는 맛이라고 한다.

<채근담>이 두가지 버전이 있다고 하는데 이 책은 명나라 홍자성이 지은 책을 번역한 것으로 유교, 도교, 불교의 사상이 포섭 및 융화되어 깊고 넓다.

동양고전을 읽을 때, 역자(또는 기획자)가 원전의 해석을 중요시하는지 아니면 단순한 해석보다는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춰 원전의 개념을 전달하는데 시각을 맞추는지에 따라 책이 난이도가 다르다. <채근담>은 후자의 입장에서 우리말 해석과 해설을 자세히 했으며 원문은 실었지만 필요시에만 주석을 달았다.우리말 해석이나 해설에서 한자는 우리말 뒤에 작은 글씨로 표현하였다. 134개의 어록이 있지만 길지 않고 시적 표현으로 조금씩 짬을 내어 읽는다면 비록 동양고전이더라도 책읽기에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26절에 나오는 어록이다.

  배부른 뒤에 음식맛을 생각하면 맛이 있음과 없음의 구분이 없어지고, 남녀가 관계한 뒤에 정욕을 생각하면 남녀 간의 관심이 다 없어진다. 그러므로 사람은 언제나 일이 끝난 뒤에 갖는 뉘우침으로써 앞에 닥친 일을 처리할 때 갖게 될 어리석음을 깨뜨린다면 그 본성은 바로잡히고 움직임은 바르지 않음이 없을 것이다.

​눈 앞에 보이는 욕망때문에 원하는 것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관심도 없어지고 후회도 생기는 것 같다. 술을 마시고 나면 마실 때는 좋지만 그 뒤 후유증을 생각하면 내가 왜 그랬을까라는 후회를 느낀다. 요즘 아이들이 게임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마찬가지다. 신나게 게임을 하고나면 아까운 시간도 버리고 가장 안타까운 점은 후회를 하면서도 게임을 계속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부는 시간을 소모해버리지만 후회는 적다는 점에서 욕망하고는 다른 차원같다. 

28절은 원전에서 단 한줄의 이야기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상살이에 있어서 성공을 꼭 바라지 마라. 과오가 없으면 그것이 곧 성공이니라. 남에게 베풀어줌에 있어서는 꼭 그 덕에 감동하기를 바라지 마라. 원망이 없으면 그것이 곧 덕이니라.

 

어떻게 보면 소극적일 수 있지만 그렇게 생각한다면 정말 달인이 될 것 같다. 성공을 바라지 말고 과오가 없다면 성공이라.  성공을 생각한다면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을 것이다. 무엇이 성공일까. 나이 마흔을 넘은 나도 무엇이 인생의 성공인지 정의를 내리기가 어렵다. 나의 성공은 승진? 아니면 아이들이 공부잘해서 명문대 진학하는 거?  또한 남에게 뭔가를 해주고 남이 감동받기를 바라지말라는 말은 꼭 새겨들어야 할 것 같다. 내가 뭔가를 해주었으니까 넌 나에게 충성을 다해야 돼라고 상사의 입장에서 바라지 말고,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아버지로서 학원도 보내주고 맛있는 것도 사줬으니까 공부 열심히 해야돼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143절에 나오는 어록이다.

  굶주리면 붙고, 배부르면 떠나가고, 따뜻하면 달려오고, 추우면 버리니 이것이 인정의 공통적인 병폐이다.

 

아마도 시대를 떠나서 버릴 수 없는 인간의 본심인 것 같다. 권력층에 붙어서 아부하다가도 정권이 바뀌면 다른 곳에 붙고...회사내에서도 마찬가지인것 같다. 물론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들도 엄마, 아빠중에서 누가 더 영향력이 있는지를 아는데, 하물며 어른들은 더 하지 않는가.

 

 

원전의 우리말 해석에 내 자신의 의견을 몇 자 적어보았다. 한 번 책을 읽었다고 해서 이 책이 나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그리고 지금 살면서 이 책대로 산다면 아마도 "선비"같다는 말을 사람들이 할텐데, 반은 조롱이며 반은 공감을 표시하는 것이리라. 회사에서 영업의 상도를 강조하고 직원의 윤리를 강조하면 겉으로는 수긍하면서도 현실은 다르다라면서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 과거 역사가 승자의 역사였기 때문일까. 그러나 나는 마흔이 넘은 어른이 되었기에 책임질만한 위치이기에, 비록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더라도 최대한 나의 길을 가고 싶고 이 책이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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