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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절벽 - 성공과 행복에 대한 거짓말
미야 토쿠미츠 지음, 김잔디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서평] 열정 절벽 [미야 토쿠미츠 저 / 김잔디 역 / 와이즈베리]
이 책의 저자 미야 토쿠미츠는 전 세계의 우수한 인재들을 선발해 지원하는 미국 국무성의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미술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공인 북유럽의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을 비롯해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다양한 글을 쓰고 있으며, 정치, 경제, 문화를 다루는 미국의 사회주의 언론지 <자코뱅>의 객원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의 노동 현장을 이야기하지만 세상 어디에나 문제가 되는 주제를 다루어 와닿는 것이 많았다. 몇 해 전부터 청춘들에게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그로 인해 성공한 인물들이 롤모델이 되는 분위기가 잇따르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돈은 따라오게 된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는데 사실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빚을 내서라고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대학을 나오고 대학원까지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흘러간다.
이런 행태를 지적하며 저자는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문구는 근로자들이 언젠가는 정규직이 될 것이라는, 성공을 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값싼 인턴이나 무급으로 일한다는 이야기인데 여기서 문제는 겉으로는 열정과 능력이 전부라는 말과 달리 사실은 원래 부유하고 힘있는 사람들에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것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거나 혹은 인지하지 못한 채 단지 자신의 믿음과 희망으로 인턴이나 무급도 마다하지 않는데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직책과 달리 정규직과 마찬가지의 일을 하면서 합리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거나, 남들이 귀찮아 하는 하찮은 일들을 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무한정으로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이렇게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표현은 일에 대한 동기부여를 제시함으로써 무급이나 저임금 노동을 정당화하면서 근로자들을 희생시키고 착취의 위험에 빠뜨린다고 말한다.
빚을 지면서까지 학위를 따고 자격증을 따려고 허덕이지만 돌아오는 것은 신입이라는 직책으로 인한 저임금과 단순 업무, 그리고 암울한 미래, 회사의 강압적인 관리, 열정을 증명한다는 이유로 행하는끝없는 근무뿐이다. 그러나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조금만 버티면 되는 것이라며 자신을 합리화시키고 위와 같은 문제를 정당화시키는 것이 문제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은 승진을 할 것이라는 희망,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살고 있는데 나라와 기업, 사회는 이들의 희망 노동을 이용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노동자들은 자신의 건강을 해치는 희망 노동이 가져오는 문제들을 당연하다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안된다.
이 책은 근로자들의 열정을 확인하려고 하고 그들의 희망을 이용하는 오늘날 우리 노동 현장의 부조리를 뼈져리게 실감할 수 있는 책이었다. 얼마전에 <대리사회>라는 책을 통해 값비싼 박사 학위까지 취득하고도 월 80만원의 시간강사라는 유령의 직업을 접했던 터라 그런지 노동 현장이 가지는 문제들을 콕콕 꼬집는 내용에 크게 공감했고 와닿았다. 열정을 보여주겠다고 근무시간을 초과하는 것은 성과도 떨어지고 비효율적이라는 것이 증명되었음에도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야근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일을 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일하는 것임을 명심하고 행복한 삶의 방향을 찾아야만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