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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브라이언 스티븐슨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0월
평점 :
[서평]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브라이언 스티븐슨 저 / 고기탁 역 / 열린책들]
이 책의 저자 브라이언 스티븐슨은 1995년 맥아더 재단의 천재상을 받았고, 2000년 약자들의 인권 향상에 공로가 큰 사람에게 주어지는 스웨덴 올로프 팔메상을 수상했으며, 2009년에는 사법 재판을 통해 정의를 진보시킨 사람에게 수여하는 그루버 정의상을, 2011년에는 민주주의에 필수적인 자유의 정신을 기리는 포 프리덤상을 받았다. 또한 지난해 '정의를 추구한 인물'로 <타임>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힌 명사로, 현재 뉴욕 대학 로스쿨 교수이자 비영리 법률 사무소 이퀄 저스티스 이니셔티브의 상임 이사이다.
그는 처음에는 철학을 공부했지만 철학적인 사색이 돈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고민 후 하버드 로스쿨을 택했다. 장차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확신은 없었지만 분명 가난한 사람들의 삶과 인종 간의 불평등 등과 관련된 일일 터라고 생각했지만 하버드에서 수업을 들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잘못된 선택을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석사나 박사처럼 고급 학위를 딴 학생들도 많았고 법률 사무소에서 보조원으로 일했던 학생들도 많아 자신이 너무나 미숙하고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렇게 자신이 없던 그는 인종과 빈곤 관련 소송을 다루는 한 달짜리 집중 과정을 발견했고 그 수업에 신청했다. 그렇게 남부 재소자 변호 위원회, 즉 SPDC에서 인턴으로 몇 주 동안 일하게 되었고 여기서 인턴 생활을 한 경험이 계기가 되어 본격적으로 약자들을 위해 정의를 실현하며 약자들을 위한 히어로의 삶을 걷게 된다.
오늘날 미국의 인종차별은 많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도 흑인과 백인에 대한 인식이 다른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저자가 로스쿨을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일할 당시에는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지금보다 훨씬 심했었고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무차별적인 차별대우를 받는 시대였다. 게다가 사형제도로 인해 분명 가벼운 처벌을 받아도 될 범죄이거나 훈방조치가 내려져도 될 일들임에도 백인 경찰들의 총에 맞아 죽거나 감옥에 끌려가 사형수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혀 죄를 짓지 않은 무고한 시민인데도 흑인이기에 억울한 누명을 써 죽을 날을 기다리는 사형수가 된 사람도 있었다.
이런 부당한 처우를 보고 들으며 자랐던 저자 역시 변호사로 일하는 중 집 앞 주차장에서 단지 차 안에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좋아하는 노래를 듣느라 내리지 않고 앉아 있었을 뿐인데 백인 경찰들이 총을 겨누고 불법으로 차를 수색하는 행위를 하는 경험했고 이때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 생각하면 할수록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흑인에게는 더욱 가혹한 법과 제도를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극복하고 이겨낼 흑인들이 있을까 싶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들중에 돈없는 빈민들은 더욱더 피해가기 힘든 끔찍한 현실이었다.
당시 운전을 한지 얼마 안된 초보 운전자였던 10대 흑인 소년이 사소한 교통 법규 위반을 했고 겁에 질린 소년은 갓 발급된 운전 면허증을 꺼내려고 바닥에 있던 운동 가방으로 손을 넣었을 뿐이었는데 경찰이 무기를 꺼낸다고 외쳤고 소년은 운전석에 앉은 채 총에 맞아 사망한 일이 있었다. 소심하고 순종적이었고 성실한 한생이었던 소년도 이렇게 황당하게 죽는 경우가 있었기에 저자는 자신과 같이 억울하고 부당한 상황에 처했을 때 어린 흑인 소년들과 청년들이 도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지, 자신과 같이 침착하게 괜찮다고 평정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브라이언 스티븐슨은 구제될 가능성이 없는 이들을 무료로 변호하며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약자들을 위한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우리 시국이 정말 말도 안되는 지금 이 책을 보니 느끼는 것이 참으로 많았다. 미국은 처벌이 너무 가혹해 억울한 누명을 쓴 사람들이 사형을 당하기도 하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의 법은 너무나 가벼워 법을 잘 아는 사람들은 요리조리 피해서 엄청난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을 피해가는 현실이 떠올라 너무 황당하고 아이러니했다.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할 법과 정의가 보란듯이 무너진 지금 우리 국민들이 추운 날씨에도 길거리에서 촛불 시위를 하며 정의를 외치고 있지만 우리는 저자가 만난 억울한 사람들, 무고한 사형수들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자신의 이익과 욕망을 채울 계산에 앞선 사람들이 아니라 이 책의 저자 브라이언 스티븐슨처럼 진심을 담아 용기있게 정의를 외치고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드라마를 보듯 술술 잘 읽히는데 사형제도와 인종차별, 수감 환경 문제들을 통해 정의가 무엇인지, 자유와 평등이 무엇인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