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왜 다섯 살 난 동생을 죽였을까? - 평범한 사람들의 기이한 심리 상담집
타냐 바이런 지음, 황금진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서평] 소녀는 왜 다섯 살 난 동생을 죽였을까? [타냐 바이런 저 / 황금진 역 / 동양북스]


현재 영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임상 심리학자인 이 책의 저자 타냐 바이런은 2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임상 경험을 쌓은 전문가로 특히 아동과 청소년 심리 상담 분야에 관해 영국 전역의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하여 세계 여러 국가의 고문으로 활동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TV, 영화, 연극 연출가로 성공한 아버지와 가끔씩 모델 활동을 하는 수술실 수간호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부족함 없이 자란 타냐 바이런이 편안하고 지어야 할 책임도 가벼운 다른 무수한 일들을 마다하고 임상 심리학자의 길을 걷게 된 것은 그녀가 열다섯 살 때 임신한 상태인 마약중독자에게 머리를 난타당해 죽은 할머니의 전두엽을 본 후였다.


할머니의 전두엽과 할머니를 살해한 여자의 전두엽, 그리고 열다섯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침착하게 이성을 되찾은 자신의 전두엽까지 그녀의 마음은 전두엽에 빠져버렸다. 그렇게 시작된 그녀의 임상 심리학자를 향한 여정 중에서도 이 책은 그녀의 나이 20대 초반인 1989년에서 1992년까지 6개월 과정의 현장 실습을 여섯 번, 총 3년 동안의 임상 실습에 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심리 상담 전문가가 아니라 이제 막 실습을 시작하여 첫 진료실이 생긴 초짜 상담사인 타냐가 처음으로 만난 환자는 레이 로바즈라는 중년 남성이었다. 그의 증세는 불안 장애와 공황 발작이었는데 첫 만남부터 타냐는 기선을 제압하지 못했고 끌려다녔고 그래도 그에게서 그의 이야기들을 꺼내도록 만들고 무사히 잘 해냈다는 생각을 하며 방심했을 때 사건이 터졌다. 그것은 환자 레이가 잭나이프 칼을 꺼내 들고는 칼날을 타냐의 얼굴에 고정한 채 타냐의 예쁜 파란색 눈을 원한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눈동자를 도려내겠다며 칼을 내밀고 있는 이 남자에게 이내 죽을 것이란 생각이 든 타냐는 온갖 두려움과 공포로 울기 시작했는데 그 과정에서 순간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뀌었다는 것을 감지한 타냐는 지그문트를 떠올리고 레이를 안심시키고 순식간에 기회를 포착해 서둘러 비상 단추를 눌렀다. 이내 경비원들이 레이를 덮쳐 사건은 무사히 해결됐지만 첫 진료에서 죽을 뻔 했던 타냐는 큰 충격에 빠졌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6개월 동안 이어질 2차 실습은 보안 수준 중급 정도인 열두 살에서 열여섯 살 사이의 아동을 위한 정신과 입원 병동이었다. 이번 이야기가 바로 이 책의 제목인 이야기인데 안타깝고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병원에 있던 열두 살의 이모젠은 죽으려고 목을 맨 채 대롱대롱 달려있었고 타냐는 사람들과 낑낑거리며 이모젠을 겨우 구해낸다. 이모젠은 화목한 가정 출신이라 사회복지사는 불필요했고 가족 치료사는 맡은 환자가 너무 많았고 해서 결국 죽지 못해 안달난 이 아이는 타냐가 담당해야만 했는데 이모젠의 입을 여는 것 조차 쉽지 않았다. 타냐는 이모젠의 목에 빙 둘러 생긴 새빨간 자국에 부아가 치밀었다. 나이도 어린 아이가 왜 이렇게나 죽고 싶어 안달인 것인지 너무 안타깝고 화가 났다.


이모젠의 친부는 게이로 집을 나갔고 이모젠은 엄마와 함께 살았는데 엄마는 잘나가는 잡치 편집자로 패션 모델인 제이크와 재혼했다. 엄마와 제이크 사이에는 메이지라는 딸이 있었는데 메이지가 작년 다섯 살이라는 나이로 물에 빠져 익사했다. 이모젠은 바쁜 엄마를 대신해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 미리엄이란 가정부가 메이지가 익사한 후 해고될 때까지 아이의 양육자로 있었기에 어린 이모젠은 마음을 나눌 상대가 없었다. 그리고 이모젠에게는 계부이지만 동생 메이지에게는 친부인 제이크는 이모젠의 병원에 올 때마다 내내 흐느껴 울기만 하는 상황이었다.


이모젠은 강박적으로 줄넘기를 하고 숫자를 세고는 했는데 자해 성향이 있어 줄넘기도 금지되고 빼았겼다. 그리고 헝겊 인형을 입으로 빨기도 하고 항상 끼고 다녔는데 타냐는 다른 의사들과 생각을 좀 바꿔서 이모젠이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줄넘기를 하게 만들면서 이모젠의 마음을 서서히 여는데.. 그렇게 이모젠의 증세는 나아져 갔고 이모젠의 엄마는 임신을 했고 우울했던 이 가족들도 점점 행복해졌고 이제 이모젠도 드디어 퇴원을 하는 상황에 이르렀는데 타냐는 이모젠의 상처가 큰 만큼 뭔가 납득할 만한 사연이 있어야 하는데 왜 어떻게 회복이 된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고, 무엇인가 알아채지 못하고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타냐는 연못을 바라보던 이모젠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데 이모젠이 겨드랑이에 끼고 있던 헝겊 인형을 연못으로 던지고 인형에게 미안하지만 널 구해주진 않을 거라는 말을 한다. 인형을 구해주자는 타냐의 말에 이모젠은 인형을 수면 아래로 살살 밀어넣으며 다 괜찮아 질거라고 이제 안전하다고 사랑한다고 말하는데.. 후에 이모젠에게 들은 진실은 충격적이었다. 이모젠에게 다섯 살이란 나이는 새아버지인 제이크에게 성적 학대를 당하기 시작한 나이였고 자신이 언제나 즐길 수 있게 해주면 새아버지가 메이지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모젠이 점점 자람에 따라 새아버지는 아주, 아주 어린 아이만을 원했고 이모젠은 새아버지의 성적 대상이 자신에서 어린 동생으로 대체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열두 살의 이모젠은 다섯 살인 어린 동생 메이지가 집 안 수영장에 빠지는 걸 가만히 지켜보다가 물 위로 떠오르지 못하도록 머리 위를 발로 살짝 누른 것이다. 끔찍한 상처와 비극이 이어지지 않도록. 이모젠이 생각하기엔 그것만이 사랑하는 동생을 위한 최선이었다.


이외에도 다른 심리 상담 이야기들이 있는데 심리 관련 서적이라고 해서 결코 어렵고 복잡하고 전문적인 내용들이 아니라, 상담실 하나하나가 너무 흥미진진했고 마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으로 술술 읽혔다.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고 각기 다른 삶들이 공존하는데 그중에서도 심리학자가 초창기에 실습하면서 만났던 기억에 남는 사람들의 사연들을 이야기하며 자신이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을 담고 있기에 상당히 흥미로웠고 푹 빠져서 몰입해서 보았다. 환자들과 상황에 따라 타냐와 함께 아찔하고 안타깝고 놀라고 흥분하는 등 왠만한 소설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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