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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가 읽어주는 여자의 물건
이건수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9월
평점 :
여자의 물건 [이건수 저 / 세종서적]
그림 읽어주는 남자라는 별명을 가진 이 책의 저자 이건수는 지난 20여 년 동안 다수의 대학에서 강의했고, 미술전문지 <월간미술>의 기자와 편집장을 지냈고, 전시기획자로 활동했고, 6편의 개념영화도 만들었다. 저자는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의 교차점에 동시대 예술을 올려놓고 비교미학적인 관점에서 해석하고 비판하는 작업을 진행해왔고 특히 모더니즘의 전개 과정이 우리의 예술과 삶을 어떻게 규정했는지에 관해 관심을 갖고, 모더니즘의 사회사를 통해 현대미술의 리얼리티를 조명해보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여자의 물건이라는 제목만으로도 흥미로웠던 이 책에는 일상의 사물 52가지가 담겨있다. 여자들의 물건들을 보고, 듣고, 맡고, 맛보고, 느끼는 색성향미촉의 오감을 토대로 크게 5가지로 분류하여 총 52가지의 물건들을 담았는데 여기서 다루는 사물들에는 하이힐이나 드레스, 핸드백, 비키니, 생리대, 여자화장실, 브래지어, 마스카라, 스타킹 등과 같이 여자를 상징하는 여자들만의 물건들은 물론이고, 커피나 그릇, 모자, 선그라스, 향수, 타투, 가죽, 청바지 등과 같이 남녀를 불문하고 사용하는 일상의 물건들까지 다양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세상에는 남자와 여자가 존재하는데 남자인 이 책의 저자는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는 여성이라는 존재에 대해 특별히 그녀들이 소유하고 있는 물건들을 들여다보고 탐색해보고자 했다고 한다. 모든 남자들의 생각이 같지는 않겠지만 저자의 글을 보면서 재미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새롭게 알게 된 것들도 많았다.
예를 들면 지금은 여자의 색이라고 할 수 있는 핑크가 1920년대 이전까지는 남성들의 색이었고, 되려 파랑색이 여성적인 색이었다는 것이나 공공건물에 화장실을 보면 보통 왼쪽에는 파란색 바지 모양으로 남자 화장실을 표시하고, 오른쪽에 빨간색 치마 모양으로 여자 화장실을 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결혼식에서 신랑과 신부가 서는 자리는 반대라는 것이다. 동과 양을 의미하는 남자가 빨간색이고, 서와 음을 의미하는 여자는 파란색이기 때문에 오른쪽에 신랑이 서고 왼쪽에 여자가 서야 한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들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지만 예전에는 손수건과 함께 여성들이 들고 있던 양산에 대한 이야기나, 아예 안한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하고 마는 사람은 없다는 타투에 대한 이야기, 멜로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저자가 보았던 영화 이야기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이 책을 보면서 내가 여자라서 그런지 그리 특별한 것 같지 않고 평소에 당연스레 착용하고 사용했던 물건들이 남자의 눈에는 신기하게 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흥미로웠다. 물건마다 저자의 경험이나 개인적인 생각과 느낌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사물들의 역사와 철학적인 해석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다소 민망한 그림도 있었지만 각각의 물건과 연관있는 그림이나 사진들을 함께 보여주어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남자의 시각에서 바라봤을 때 여자의 물건들은 어떤 느낌이 들런지 궁금했던 적이 없었는데, 문득 반대로 남자들의 물건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면 어떤 사물들을 다루고 어떤 이야기를 해줄런지 궁금해지는, 신선하고 재미있는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