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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노인 그럼프 ㅣ 그럼프 시리즈
투오마스 퀴뢰 지음, 이지영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괴짜 노인 그럼프 [투오마스 퀴뢰 저 / 세종서적]
이 책의 저자 저자 투오마스 퀴뢰 2001년 소설 <가죽점퍼>로 데뷔한 후 소설, 희곡, 만화 등 다양한 작품 활동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2005년 소설 <관계>로 매년 촉망받는 젊은 작가에게 주는 칼레비 얀티 상을 수상했고, 핀란드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핀란디아 상의 후보에 오르며 스타 작가의 반열에 들었다. 2006년에는 핀란드 교사들이 선정하는 젊은 알렉시스 상을 받았고, 2012년에는 알렉시스 키비 협회의 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영어로도 번역된 이 책은 '2015년 최고의 유럽 소설'로 권위를 인정받으며 작가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주기도 했다. 동세대 작가 중에서 가장 다재다능하다고 평가받으며 '핀란드 유머의 제왕'이라는 찬사를 받는 '새로운 스토리텔러'의 다음 행보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1930년대 초반에 태어나 2차 세계대전을 겪고 요즘 아이들과 다르게 어려서부터 집안 일을 비롯해 도살업자 보조, 목수, 측량업자 등 다양한 일을 하며 가족들을 위해 살았던 그럼프라는 할아버지이다. 현재 부인은 치매로 요양 병원에서 생활하고 있고 그럼프는 매일 빠짐없이 병원에 들러 아내를 돌보며 지내고 있으며, 13년째 비밀스레 언젠가는 죽을 아내와 자신의 관을 짜고 있었다.
언젠가는 자신도 요양원 신세를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그럼프는 절대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지 않을 것이라며 직접 관을 짜고 추도문을 쓰고 나무 묘비를 만들면서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장례식 준비, 이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한다. 그럼프의 아들은 아직 닥치지도 않은 죽음을 미리 준비하며 아직 살아계신 어머니와 당신의 관을 짜고 있는 아버지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유언장을 작성하려던 그럼프는 아들에게 중요한 것은 꼭 이 펜으로 작성해야 한다며 3대째 내려오는 딥펜을 찾으라고 하는데 문제는 40년 만에 찾은 딥펜과 함께 보관되어 있는 잉크가 말라있던 것이다. 그리하여 아들과 함께 잉크를 사러 나갔는데 분명 사무용품점이 있던 자리에는 사무용품점이 없었고 그럼프는 자신의 주관이 뚜렷한 고집쟁이 노인이라 잉크를 찾아다니는데..
잠깐 잠이 든 그럼프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깨어 마당에 나가려다 바닥에 몸이 떨어지는 사고를 당해 병원 신세를 지게 된다. 그렇게 병원에 있게 된 그럼프는 병원에서 준 질문지에 작성하는 아들과 며느리, 손주들을 조용히 지켜보게 된다. 할아버지에 대해 전혀 다른 답변을 작성하며 어려워 하는 아빠와 엄마를 지켜보던 큰손녀가 자신이 작성하겠다며 순수한 눈으로 바라본 할아버지에 대하여 진솔하게 답변하는데 이때 아들은 자신이 아버지를 너무 모르고 있었다고,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결국 그럼프는 자신만의 장례식 준비를 그만두고 자신이 관을 짜던 재료들로 아들과 며느리의 막내 아기에게 줄 선물로 아기 침대를 만들면 좋겠다고 하면서 이야기가 끝난다.
이 소설은 2009년 핀란드 공영 라이브 방송에 연재한 단편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독자들은 까칠한 괴짜 노인 캐릭터에 열광했고, 이후 세 권의 책으로 출간된 그럼프 노인 이야기는 인구 560만의 핀란드에서 35만 부 이상이 판매될 정도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오디오북으로도 제작되어 골든디스크를 2회나 수상했고, 연극으로도 제작되어 핀란드 전역에서 공연될 정도로 인기를 얻었고, 2014년에는 영화로 제작되어 같은 해 상영된 영화 <호빗> 등 블록버스터를 누르고 최다 관객 동원이라는 기록을 세웠는데 이것은 핀란드 영화사상 흥행기록 3위에 해당하는 대기록이라고 하니 정말 인기가 대단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괴짜 노인이라고 하면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알란 칼손, 프레드릭 배크만의 <오베라는 남자>의 오베가 떠오른다. 이 두 작품도 영화화될 정도로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었었는데 나 역시도 고집불통에 괴팍한 이 두 노인의 매력에 빠졌었다. 그리하여 이번에는 어떤 할아버지일지 너무 궁금했는데 이번에는 조금은 달랐다.
죽음을 담담히 맞이하려는 할아버지, 매일같이 손수 음식을 해서 아내를 돌보러 가는 것만 봐도 굉장히 성실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렇게 가족들을 위해 평생을 아주 성실히 살았던 남자, 수년동안 서른 개의 단어로만 대화했던 무뚝뚝한 아버지였다. 그 모습 속에 자식들은 전혀 알지 못하던 숨은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의 할아버지, 아버지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인상깊었다. 소소한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