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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에 대한 반론 - 생명공학 시대, 인간의 욕망과 생명윤리
마이클 샌델 지음, 김선욱.이수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6월
평점 :
[서평] 완벽에 대한 반론 [마이클 샌델 저 / 이수경 역 / 와이즈베리]
이 책은 마이클 샌델의 책이라는 것만으로도 꼭 읽어보고 싶었다. 한국에 정의 열풍을 불러일으킨 저자 마이클 샌델은 27세에 최연소 하버드 대학교 교수가 되었고, 29세에 자유주의 이론의 대가인 존 롤스의 정의론을 비판한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를 발표하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1980년부터 35년간 하버드 대학교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그의 수업은 현재까지 학생들 사이에서 최고의 명강의로 손꼽힌다. 존 롤스 이후 정의 분야의 세계적 학자로 인정받는 그는 명실공히 이 시대 최고 석학이자 철학계의 록스타이다. 그의 하버드 대학교 강의에는 수강신청에 성공하지 못한 학생들까지 몰려드는 바람에 더 넓은 강의실로 장소를 옮겨야 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저서로는 <정치와 도덕을 말하다>, <정의란 무엇인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정의의 한계>, <민주주의의 불만> 등이 있다.
마이클 샌델이 윤리학과 생명공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1년 말 대통령 생명윤리 위원회의 위원으로 참여해달라는 뜻밖의 초대를 받고 나서였다. 그리고 그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인 2002년부터 4년간 대통령 생명윤리 위원회에 자문위원으로 위촉되어 활동했는데 이때 가장 큰 흥미를 느낀 것이 바로 이 책에서 다루는 유전적 강화의 윤리였다고 한다. 이 책은 강화의 윤리학, 생체공학적 운동선수, 맞춤 아기를 설계하는 부모, 우생학의 어제와 오늘, 정복과 선물로 크게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배아 줄기세포 연구, 생명체 복제, 유전적 강화 약물 복용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치료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근육 강화 연구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들이 운동선수들이다. 이 합성 유전자는 손상된 근육을 복구할 뿐만 아니라 건강한 근육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기 때문에 운동선수들은 이 기술을 이용해 능력을 향상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불법으로 사용이 금지된 약물을 복용하는 선수들도 많으니 소변이나 혈액 검사로 찾아낼 수 없는 유전자 강화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것은 불보듯 뻔할 것이다. 모든 타자들이 뻥뻥 홈런을 날리고 마라톤 선수들은 순식간에 결승점에 도달하고, 역도 선수들은 기존에 들던 것들을 한 손으로도 무리없이 드는 등 최고 기록을 갱신하고 또 갱신하겠지만 과연 그 경기가 재미있을까? 땀나는 노력이 배제된 선수들의 경기를 보고 사람들은 열광하며 희열을 느끼고 그들의 스토리에 감동을 받을까?
과연 부모의 의무와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우리의 아이들이 커서 큰 키에 예쁘고 잘생긴 외모와 뛰어난 운동신경과 기억력에 통찰력까지 거기에 훌륭한 성품까지 지녀 막힘없이 성공에 이르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내는 것이 과연 부모의 의무와 책임일까? 부모들의 끝없는 욕심이 과연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보장해주는가? 더 깊이 들어가서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인간 복제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아이를 만들고 성별을 선택하고 유전적 강화를 통해 아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옳은 것일까? 여기서 중요하게 던져야 할 질문은 바로 우리의 자녀가 이미 충분히 건강한데도 키를 몇 센티미터 더 늘리기 위해 거금을 써야 한다고 느끼는 사회를 살고 싶은가?이다.
성형수술과는 달리 유전적 강화는 단순히 미용을 위한 것이 아니고 피부에 가하는 수술 그 이상의 의미를 내포한다. 능력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해져 자식을 만들거나 재능을 억지로 떠안겨 운동선수가 되도록 만드는 등의 현대 과학과 유전자 강화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의견과 반대하는 의견이 따르는데 현실적으로 딱히 이렇다 저렇다 비난할 수는 없다. 부상당한 선수가 손상된 근육을 유전자 치료법으로 복구하는 것이 괜찮다면 유전학 기술로 건강한 근육을 더욱 강화해 더 향상된 몸을 만드는 것이 어째서 잘못이냐 라는 의견도 있다. 이론상으론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편한 감정이 따르는 것은 사실이다. 이 불편한 감정이 단지 부와 권력을 지닌 이들만이 이용할 것이 뻔하고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이 책을 보면서 갑자기 우스운 생각이 들었는데 그것은 너도나도 유전적 강화를 통해 키가 크고 잘생기고 머리가 좋아 100점만 받는 사람이 흔한 세상은 참 지루하고 재미없겠다였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된다면 그때는 키가 좀 작고 50점 받는 사람이 더 돋보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들었다. 마이클 샌델은 이렇게 심오한 질문들을 던져놓고 정답은 해주지 않기 때문에 어떤 태도로 생명 과학 시대를 바라봐야 하고 받아들여야 할런지 이 책을 읽는 독자 스스로가 고민하게 되는 책이었는데 생명에 대한 존중과 삶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