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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도덕을 말하다 - 좋은 삶을 향한 공공철학 논쟁
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 옮김, 김선욱 해제 / 와이즈베리 / 2016년 4월
평점 :
[서평] 정치와 도덕을 말하다 [마이클 샌델 저 / 안진환, 김선욱 역 / 와이즈베리]
이 책의 저자 마이클 샌델을 처음으로 접한 것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이전에도 너무나 유명한 인물이라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그의 철학 사상은 이 책을 통해 직접 접했던 것이다. 2010년에 출간된 이 책은 37개국에서 출간된 세계적 베스트셀러로 한국에도 '정의'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정치 철학 수업은 학생들이 꼭 듣고 싶은 수업이라 수강신청에 성공하지 못한 학생들까지 몰려드는 바람에 더 넓은 강의실로 옮겨야 하는 해프닝도 벌어지고, 2011년 한국에 방문하여 연세대학교에서 공개 강연을 했을 때 노천 극장에서 1만 5천 명이라는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모여 해가 질 때까지 강연을 하고 열린 시각으로 토론을 했다는 것을 알고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책의 내용은 더욱 인상적이라 기억에 남았다.
마이클 샌델은 27세에 최연소 하버드대학교 교수가 되었고, 29세에 자유주의 이론의 대가인 존 롤스의 정의론을 비판한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1982)를 발표하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1980년부터 35년간 하버드대학교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그의 수업은 현재까지 학생들 사이에서 최고의 명강의로 손꼽힌다. 존 롤스 이후 정의 분야의 세계적 학자로 인정받는 그는 명실공히 이 시대의 최고 석학이자 철학계의 록스타이다. 그의 저서로는 <정의란 무엇인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정의의 한계>, <민주주의의 불만> 등이 있다.
이번에 이야기하는 것은 정치와 관련한 공공철학에 대해서이다. 미국 사회의 공공생활을 움직이는 도덕적 딜레마와 정치적 딜레마를 탐구해 쓴 31편의 평론을 모은 것으로 여러가지 사회 제도, 문화, 관념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책은 크게 3개의 파트로 분류되어 있다. 1부 '미국의 시민생활'에서는 미국의 정치에 대해 다루고, 2부 '논쟁들'에서는 복권사업, 역사의 매매, 스포츠 비즈니스, 능력 장학금, 오염 배출권, 소수집단우대정책, 스캔들과 거짓말, 범죄자 처벌, 배아줄기세포 연구 지원, 낙태와 동성애 등 최근 20년 동안 끊임없이 논쟁거리가 되었던 사건들을 정치철학적으로 접근하여 이야기한다. 그리고 마지막 3부 '공동체와 좋은 삶'에서는 오늘날 권리 중심의 자유주의 철학과 자유주의 정치이론에 대해 설명한다.
살면서 그 본질을 잊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관념이나 사회 제도들이 있는데 그런 도덕적, 정치적 딜레마들에 대해 접할 수 있었다. 사회적으로 자주 제기되는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무거운 주제도 있지만 전혀 어렵거나 불편하지 않고 잘 보았다. 요즘은 미국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아 뉴스에서 매일같이 등장하는 미국 대선 후보들 중 버니 샌더스와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분석도 참 흥미로웠다. 나는 이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가끔 보는 뉴스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행동을 간접적으로 보고 들으며 판단했는데 저자는 이 두 사람 다 거대한 자본과 무책임한 권력 앞에서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상실감에 호소하고 있으며 지난 30년 이상에 걸쳐 제도의 수혜자로 살아온 주류 정치인들에게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순간 아차하며 크게 공감하는 내용도 있었고 깊이 생각하게 되는 내용들도 많았다. 노예해방과 관련해 벌였던 링컨과 더글러스의 논쟁이나 거짓말에 대한 칸트의 이야기와 스캔들에 대처하는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게 보았는데 무엇보다 공휴일에 대한 부분에서 뜨끔했다. 어버이날이나 크리스마스 같이 꼭 특별히 챙겨야하는 날 외에는 그저 공휴일이 많으면 좋아하고 공휴일의 본질은 점점 잊은채 쉬는 날로 인식하고 있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치에 도덕적 가치를 이야기하거나 공동체 문화에 도덕적 가치를 이야기하며 그 목적과 원칙들을 분석하고 따끔하게 지적하며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준다. 이번에도 역시 실망시키지 않고 굉장히 유익하고 마음에 와닿는 내용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