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인문학 - 서울대 교수 8인의 특별한 인생수업
배철현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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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낮은 인문학 [배철현, 강성용, 김헌, 홍진호, 김현균, 박찬국, 유요한 저 / 박찬국, 김현균 역 / 21세기북스]


2013년 7월, 당시 서울대학교와 법무부는 교도소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인문학 교육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는데 그 후 2015년까지 서울대학교는 한국사회의 낮은 곳에서도 등불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전 과정을 지원해 3년 동안 이 프로그램이 지속되었다고 한다.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서울남부교도소에서 매주 금요일 오전 9시 30분부터 약 두 시간 동안 진행된 이 프로그램의 이름은 '마아트 프로그램'인데 여기서 진행한 인문학 강의 내용을 담은 책이 바로 이 책 <낮은 인문학>이다. 이 책은 서울대학교의 교수와 연구원인 8인의 강의가 8강으로 구성되어 철학과 종교학, 역사학뿐 아니라 독일, 인도, 라틴아메리카, 고대 그리스 등 각 나라의 문학과 문화에서 엿볼 수 있는 인문학적 통찰을 모두 담고 있다.


플라톤에 의하면 우리는 모두 교도소와 같은 동굴 안에 오만과 편견이라는 족쇄로 결박되어 있는 수용자다. 자신을 사회의 일원으로, 혹은 상대방의 눈으로 자신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자기 자신'이라는 괴물의 욕심을 기준으로 생활한다. 동굴 안에서 누군가가 조종하는 이미지와 그림자에 자신의 헛된 욕망을 투사하고 그 욕망을 자기 점검 없이 쫓아간다. (P. 9)


저자는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당시를 떠올리며 지금 생각해보면 교도소로 가는 과정이 자신에게는 종교행위였다고 한다. 교도소는 아무나 갈 수 없는 구별된 공간에 위치했고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두 번의 통과의례를 거쳐야 하는데 이 것만으로도 완벽한 조건을 갖춘 성소였다고 한다. 교도소 안으로 들어가면 또 한 번의 통과의례가 있는데 사회가 부여한 신분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신분증과 휴대폰을 입구에 맡긴 후 방문자라는 글자가 적혀 있는 목걸이를 착용하며 수용자들처럼 무명인이 되어서야 마침내 수용자들이 모여 있는 교실로 갈 수 있었다.


여기에서 다루는 인문학 강의에는 삶과 행복, 죽음, 과거, 미래, 기억, 정신 등을 주제로 삶이 나에게 부여한 임무, 행복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생각하는 방법,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과거를 기억하는 의미와 책임 그리고 미래, 나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가 추구할 가치는 무엇인가, 소유양식과 존재양식의 삶, 죽음을 성찰하고 매일 결별하고 매일 태어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1강 당신의 마아트는 무엇인가'부터 굉장히 인상적인 내용이었다. 살짝 이야기하자면 우선 삶에서 가장 큰 죄는 삶의 이유를 모르는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유일신종교들에는 사후세계에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심판이다.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이 한 생각, 말, 행동에 죄가 있는지 엄격하게 검사받는데, 그 심사 기준은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에게는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자신에게만 부과된 특별한 임무가 주어지는데 사후세계 심판자들은 무엇보다도 죽은 자가 자신의 임무, 즉 달란트를 알고 있었는지를 심문한다고 한다. 


첫 이야기부터 나는 나에게 맡겨진 소명에 따라 살고 있는가? 사실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어쨌든 죽어서 심판을 받을 때 한 점 부끄럼 없이 당당하고 떳떳할 수 있을까? 등등 이런저런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며 인문학적 성찰에 빠지게 했다. 그리고 나 자신의 마아트가 무엇인지 알려고 노력하는 삶을 살으라며 그에 따른 진심어린 조언들도 해주기 때문에 굉장히 유익했다. 이 외에도 인상적인 이야기들이 많았다. 집착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데 여기서도 또 사색에 빠졌다. 


우리가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가장 소중한 것 스무 가지를 적고 하루에 두 개씩, 마지막 하나가 남을 때까지 지운다. 이렇게 만들어진 프로그램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지막까지 지우지 못한 것은 돈이나 건물과 같은 소유물이 아니라 죽은 딸이나 돌아가신 어머니 등 이미 죽은 사람을 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선택이 아니라 그다음 장면인데 결국 내가 지키고 싶은 마지막 단 하나의 내 것이 남았을 때, 그것마저 버리라는 것이었다. 과연 우리는 마지막 하나까지 포기하라는 요구를 받는다면 쉽게 포기할 수 있을까? 그 때 우리는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것을 느끼게 될까?


여기서 저자는 그 순간 나 자신이 실제로 무엇에 집착하고 있는지를 뼈져리게 확인하게 되고 삶에 매여 있는 나만의 집착을 이루는 요소를 확인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과연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이 순간에 깨닫는 것은 엄청 놀라우면서도 값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자신이 집착하는 것들에 대해 알고 자신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삶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그리스, 이집트, 이스라엘, 독일, 예수, 히틀러, 트로이 전쟁, 라틴아메리카 등과 관련된 다양하고 흥미로운 인문학 강의를 접하면서 나 자신을 성찰하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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