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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화 - 1940, 세 소녀 이야기
권비영 지음 / 북폴리오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서평] 몽화 [권비영 저 / 북폴리오]
역사와 사회에 소외되고 상처 받은 영혼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온 작가 권비영은 1995년 신라문학상으로 등단하였고 '소설21세기'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명감과 자존심을 걸고 집필한 작품 <덕혜옹주>는 100만 부가 넘게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이후 다문화센터를 배경으로 가족해체 문제와 각박한 사회 모습을 돌아본 소설 <은주>를 발표했다. 그리고 다시 일제강점기로 돌아가 꺾이고 짓밟혀도 희망을 꿈꾸는, 세 소녀의 삶을 그린 감동 대작 <몽화>로 돌아왔다.
몽화는 우리 역사에서 어지러운 시기인 1940년 일제강점기 시절에 세 명의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재소 순사를 두들겨 패고 고향을 버리고 홀로 만주로 떠난 아버지를 찾으러 가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국밥집을 운영하는 이모에게 맡겨진 영실과 일본의 앞잡이가 되어 민족들을 팔아넘기면서 떵떵거리고 잘 사는 부끄러운 아버지를 가진 정인, 부모를 일찍이 여의고 화월각이라는 기생집 여주인인 태선어미의 손에 길러진 은화. 이 세 명의 소녀는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개천 아래 아지트를 둥지로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지낸다.
선생님이 되고 싶은 영실은 학교를 다닐 형편이 아니라 이모의 아들 동수를 돌보며 지내고 부모님을 그리워하고, 부유하지만 강압적인 아버지를 불편해하던 정인이는 항상 떠나고 싶어하고, 은화는 학교를 졸업하면 기생이 되어 길러준 태선어미에게 보답을 해야 하는 압박감을 가지고 있었다. 일본놈에게 언제 끌려가도 이상하지 않은, 매일매일이 불안한 시기에 이 세 명의 소녀는 일본인 상인 나카무라의 첩이 된 이모와 일본놈 앞잡이인 아버지와 일본 경시청 나리의 애첩인 태선어미의 보호아래 그나마 안전하게 살 수 있었다.
그러다 정인은 망나니 오빠와 함께 아버지의 뜻대로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고 그 무렵 심리적으로 압박이 심했던 은화는 화월각에서 도망쳐 나온다. 은화는 이리저리 떠돌다 우연히 안면이 있던 김 사장을 만나는데 김 사장은 얼굴도 예쁜 은화에게 가수를 하자며 권하지만 사람들에게 노래를 하며 웃음을 파는 일이라면 화월각에서 나오지도 안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거절한다. 그래도 따뜻하게 잘 배려해주던 김 사장은 은화를 위해 그리 힘든 일은 안하도록 군복을 만드는 방직공장을 소개해준다. 그리하여 은화는 일본으로 가게 되는데 생각과는 다르게 죽고싶을 만큼 끔찍한 일들이 은화에게 찾아오는데..
이렇게 정인이와 은화가 떠나고 남겨졌던 영실이도 이모의 도움을 받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게 된다. 나카무라의 동생의 화과점에서 일하면서 공부하던 영실은 일본에서 정인의 집에서 일하던 칠복이를 만나고 만주로 도망쳤던 아버지까지 만나게 되는데.. 만주에 있을거라 생각했던 아버지가 왜 탄광에서 일하다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이 되어 병원이 입원해있는 것일까? 아버지가 여기 일본에 계신다면 아버지를 찾아 만주로 떠난 어머니는 어떻게 되신 걸까?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컸던 영실은 아버지와 함께 돌아오려고 하지만.. 과연 영실과 은화와 정인은 어떻게 될까? 나라 잃은 조국을 둔 세 명의 소녀를 기다리는 운명은 어떤 모습일까?
이 작품은 과거 우리의 뼈아픈 역사를 가까이서 들여다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불과 70-80년 전이었는데 지금과는 너무 달랐다. 당시에는 이런 일이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현실이었다는 생각에 가슴이 쓰라렸고 어린 소녀들의 삶이 너무 안타까웠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영실에게 여러가지 사건과 사고가 일어날 줄 알았는데 영실이 아니라 은화에게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일들이 벌어져 누구보다 안타까웠다. 그 이유는 태선어미는 겉보기와 다르게 조국을 위해 남몰래 싸운 인물이었고 은화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은화가 가출이 이난 다른 선택을 했으면 하고 크게 한탄했다.
당시 일본에게 무참히 짚밟힌 어린 소녀들과 젊은이들이 한둘이었을까. 한순간에 가족과 조국을 잃고 남모르는 아픔과 분노를 가지고 사는 이들이 한둘이었을까. 지금까지도 뻔뻔하게 대처하는 일본 때문에 우리 민족은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우리의 뼈아픈 역사이기에 기억해야 한다. 꺾이고 짓밟혀도 스러지지 않고 꿈꾸는 꽃이었음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