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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 - 그리스 신화로 보는 우리 내면의 은밀한 심리
김상준 지음 / 보아스 / 2016년 3월
평점 :
심리학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 [김상준 저 / 보아스]
이 책의 저자 김상준은 1996년 국내 처음으로 영화를 정신과적인 시각으로 빼어나게 해석한 <프로이트와 영화를 본다면>으로 영화읽기의 새로운 장을 열면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후 MBC FM과 SBS 라디오 음악프로그램에서 영화 길라잡이로, KBS '파워인터뷰, EBS 삼색토크 여자, 책과 함께 하는 세상에 오랜 기간 동안 고정패널로 출연하였다. 1999년에는 <신화로 영화읽기, 영화로 인간읽기>를 통해 신화와 영화를 접목하여 정신과적으로 해석하였으며, 2002년 <내가 뭐 어때서>란 책을 통해 지나치게 위축된 현대인들에게 자신있게 살아가는 법을 제시하였다. 이후 2011년 <위로 받을 시간>이란 책에서 경쟁에 찌들고 위축된 동료 인간에 대한 위로를 풀어놓기도 했다. 2012년 8월부터 유튜브[www.youtube,com/user/motiluck]에서 [세상을 절대 못 바꾸는 15분]이란 강의를 시작하여 현재 많은 구독자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 강의를 통해 인간의 마음을 위로하고 인간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함으로써 많은 이들이 도움을 받고 있다.
그리스 신화를 좋아하는 나로써는 너무 재미있게 본 책이다. 한마디로 너무 신선했고 흥미로웠으며 재미있었다. 총 10개의 그리스 신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데 단순히 신화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다. 그리스 신화를 다룬 많은 책들과는 다르게 신선했던 것은 우선 신화를 이루는 주축 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주변 인물들과 신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판도라와 오이디푸스, 페르세포네, 아폴론, 프시케, 오르페우스, 헤라클레스, 테세우스, 메두사, 메데이아의 이야기인데 각 이야기마다 주인공들이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거나 변명을 말하면서 시작한다는 것이 참 흥미롭다.
한 가지 이야기를 맛보기로 이야기하자면 판도라에 대해서다. 우선 우리는 흔히 일상에서 판도라의 상자를 열면 안된다는 말을 하고는 한다. 이것은 조심하라는 말이기도 하는데 판도라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판도라라는 여성은 호기심 때문에 열어서는 안되는 상자를 열어 세상에 재앙을 불러일으킨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기서 판도라는 헤시오도스가 자신의 글재주로 자신을 방탕하고 호기심 많고 형편없는 여자로 전락시켰다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판도라라는 이름의 의미는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는 재앙을 불러온 여자로 알려져 있는데 원래 의미는 모든 선물을 주는 자라고 한다. 그녀는 그녀의 말대로 자신을 음해하려는 음모론의 희생자일 뿐일 것인가? 그리고 가해자는 누구인지, 그녀는 왜 이런 대접을 받게 되었을까?
신의 형상으로 인간을 만든 프로메테우스는 못미덥기는 하지만 동생인 에피메테우스에게 인간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라고 맡긴다. 새와 곰, 뱀, 사자 등등 각각의 동물에게 능력을 모두 나눠 준 에피메테우스는 형이 신신당부한 인간에게 능력을 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 떠오르지만 다른 동물들에게 모든 재능을 나눠 주고 나니 인간에게 줄 것이 없었다. 돌아온 프로메테우스는 상황을 파악하고 인간에게 줄 것을 고심하다가 당시 신만이 갖고 있던 불을 주기로 한다. 그래서 아폴론의 태양마차 뒤에 숨어 몰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해준다. 이로써 인간은 스스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지만 이것을 지켜보던 제우스는 천상의 재산인 불을 인간에게 준 프로메테우스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프로메테우스는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뜯기는 고통을 겪는 형벌에 처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바로 판도라가 등장한다. 제우스가 불을 가진 인간을 혼내려 할 때마다 프로메테우스의 꾀에 자꾸 실패하자 크게 분노하게 되고, 제우스는 아들이자 대장장이인 헤파이토스에게 인간에게 줄 선물을 만들어 오라고 지시를 내린다. 단 선물처럼 보일 뿐 인간에게 커다란 재앙을 가져다주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헤파이토스가 고심끝에 결국 만들어 낸 것이 바로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모습을 본뜬 아름다운 여인 판도라였다. 헤파이토스가 만든 최초의 여자 판도라에게 여러 신들이 재능을 부여하고 판도라가 인간세계에 내려보낼 때 신들이 생각하기에 가장 나쁜 것들, 질병이나 고통, 절망, 슬픔, 원한, 복수심 등을 가득 담아 놓은 커다란 항아리를 함께 주었다. 그리고 즉흥적이고 아둔한 에피메테우스에게 판도라를 선물로 보낸다. 그리하여 판도라는 에피메테우스의 부인이 되었다. 둘의 결혼생활 중 권태로움을 느낀 판도라는 열지 말라고 했던 항아리를 열어 보았는데 이 순간 온갖 나쁜 것들이 인간 세상에 흩어지기 시작했다. 너무 놀라서 뚜껑을 닫았지만 재앙은 이미 인간 세상에 퍼진 후였고 그로인해 황금시대를 살던 인간들이 노동을 해야하고 생로병사의 굴레에 걸렸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호기심을 참지 못해 불행을 퍼뜨린 판도라는 좋은 여성으로 그려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당시 그리스 사람들은 남성적인 질서와 가부장적인 사회였다. 이때 가장 두려운 존재는 매우 신비스럽고 알 수 없는 존재인 여성이었기에 여성을 비하하고 깎아내릴 필요성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여성의 매력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했기에 판도라는 욕망과 유혹의 화신으로 그려지고 이성과 질서를 파괴하고 인간 세상을 몰락시킨 원흉으로 지목된 것이다. 그리고 판도라는 유혹적이고 호기심 많은 여인으로 그려졌지만 원래 인간 여자가 아니라 대지의 여신이라며 원래의 판도라 신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당시 그리스 남성 위주의 분위기로 인해 폄하되었던 판도라가 아니라 진짜 판도라 신화는 전혀 달랐다. 모든 것을 주는 여신 판도라는 커다란 항아리에서 석류열매를 꺼내 여러가지 과일 나무의 씨앗을 언덕에 뿌려 인간들에게 과일과 나무를 주고 땅 아래 있는 진귀한 광물과 보석, 부싯돌까지 준다. 그리고 호기심과 기억, 자비와 정의를 주고 서로 보살피는 마음과 용기와 강인함을 주고 평화의 씨앗까지 주었다. 그리스 신화에서 살짝 만나는 판도라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이런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굉장히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오이디푸스의 변명도 흥미로웠는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대한 이야기나 모성애가 지나쳐 집착이 심한 어머니 데메테르의 이야기, 에로스를 되찾기 위해 시련을 겪은 프시케, 오르페우스의 집착, 메두사가 비난하는 아테나 이야기 등 이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들 모두 재미있었다. 신화 속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인 우월감, 갈등, 욕망, 집착, 상실감, 오만, 소유욕 등을 심리학으로 풀어 해석해주어 새로웠고 재미있어 술술 읽히는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