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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80
가브리엘레 단눈치오 지음, 이현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1월
평점 :
[서평] 쾌락 [가브리엘레 단눈치오 저 / 이현경 역 / 을유문화사]
이번에 이야기할 책은 을유세계문학전집 80번째 <쾌락>이다. 이 책은 이탈리아 유미주의 문학의 기수 가브리엘레 단눈치오의 대표작이다. 단눈치오는 이 책에 자신이 로마에서 직접 경험한 향락적이고 세기말적인 분위기의 로마 귀족들의 세계, 사교계 모습을 고스란히 그려내었는데 이탈리아 문학계에 처음으로 데카당스한 인물을 등장시켰다고 한다.
쾌락의 주인공은 안드레아 스페렐리라는 백작이다. 시인이자 조각가인 안드레아는 젊고 매력적이고 우아하며 부유한 귀족이었다. 한마디로 여성들이 탐내는 최고의 남자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역시 가슴속에 상처를 지니고 있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애인의 손을 따라 떠났기에 아버지 손에 자랐는데 안드레아는 아버지에게서 아름다움이나 예술뿐 아니라 여자들의 사랑이나 정사를 가볍게 생각하는 것을 물려받았다. 그래서 안드레아는 처녀든 유부녀건 가리지 않고 수많은 여자들을 만나지만 양심의 가책은 전혀 느끼지 않았다.
그러다 매력적이고 관능적인 엘레나 무티라는 미망인 공작 부인을 만나게 되고 그녀를 정말로 사랑하게 된다. 안드레아와 엘레나는 뜨겁고 열정적으로 사랑했지만 어느날 엘레나는 아무 이유도 말하지 않은채 그를 떠났고 부유한 영국 귀족과 결혼을 한 후 돌아왔다. 안드레아는 떠난지 2년만에 로마로 돌아온 엘레나를 초대하는데 안드레아는 엘레나와의 기억을 쫓으며 그녀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그리움과 사랑, 설레임 등의 기분으로 엘레나를 기다린다. 하지만 엘레나는 안드레아에게 사랑스러운 친구, 다정한 누나가 되고 싶다고 말하기 위해 초대에 응한 것이라고 한다. 이 둘의 2년만에 만남은 이 소설의 시작이다.
안드레아는 엘레나가 떠난 뚜렷한 영문도 모른채 남겨져 엘레나를 잊지 못한채 로마 사교계에서 많은 여자들을 만난다. 그리고 귀족 부인을 차지하기 위해 부인의 애인과 결투를 겨루기까지 한다. 여러모로 유리한 조건을 지닌 안드레아가 상대에게 몇 번의 상처를 내고 승리를 코앞에 둔 순간, 심판이 상대의 상처를 발견하고 정지를 외치는 순간, 상대가 안드레아의 가슴을 찌른 것이다. 안드레아는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결투에서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안드레아는 사촌 누나 프란체스카의 별장에서 요양을 하면서 건강을 되찾는데.. 수목들과 바다 가까이에서 자연과 예술이 하나되는 신비한 경험을 하고 욕망과 쾌락에 휩싸였던 지난날의 자신을 잃고 자유롭고 아늑하며 평화로운 삶의 새로운 원리가 몸에 들어왔다. 그렇게 평화로운 하루하루를 보내던 안드레아는 별장에 놀러온 사촌 누나의 친구 마리아 페레스를 만나고 다시 사랑에 빠진다. 마리아 페레스는 관능적인 엘레나 무티와는 반대로 교양 있는 지적인 여성이었는데 마리아는 안드레아에게 쉽게 넘어가지 않았고 조금씩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준 것이 어린 딸이었다.
요양을 마치고 로마로 돌아온 안드레아는 다시 방탕한 생활을 하고 엘레나와도 재회하고 마리아와도 재회하는데.. 결국 마리아의 존재를 알게 된 엘레나는 안드레아를 강하게 거부하고 마리아의 사랑을 확인하고 사랑을 나누다가 엘레나의 이름을 부르는 바람에 마리아마저 떠난다. 너무도 다른 두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믿는 안드레아는 두 사람을 향한 사랑이 결합된 새로운 사랑을 꿈꿨는데 두 사람을 전부 잃었으니 비참한 결과이다.
19세기 로마 귀족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영화로만 접했던 19세기 로마 귀족들의 모습은 우아하고 귀품있는 존경스러운 삶이었는데 그 속에 숨겨진 진짜 진실을 들여다본 느낌이다. 주인공 안드레아는 귀족임에도 불구하고 쾌락을 만족시키기 위해 타락하고 부도덕한 행위를 전혀 꺼리지 않았고 그에게 휘둘리는 귀족 부인들의 모습도 꽤나 충격적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노골적으로 천박하고 퇴폐적인 모습을 그리지는 않는다. 이 작품은 귀족들의 이름과 용어들이 다소 어려워 가독성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수식어와 화려한 미사어구로 주인공 안드레아의 심리와 감정들이 잘 표현되어 있고 로마 상류층의 사치와 향락적 삶을 사는 귀족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잘 그려내어 이 작품 나름의 매력에 빠져 재미있게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