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낭 - 삶의 지혜란 무엇인가 인문플러스 동양고전 100선
풍몽룡 지음, 문이원 옮김, 정재서 감수 / 동아일보사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서평] 지낭 [풍몽룡 저 / 문이원 역 / 동아일보사]

 

이 책의 저자 풍몽룡은 저술, 편찬, 교정 등 다방면에 재능을 뽐낸 명나라 말의 이름난 문장가로 <지낭>은 풍몽룡이 중국의 요순시대부터 명나라에 이르기까지 고금의 지혜를 테마별로 분류해서 엮은 문언소설집이다. 명나라 희종 천계 6년 저자 풍몽룡이 만 53세 때 처음 출간었는데, 출간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숭정 7년에는 27권이었던 초간본을 28권으로 증보해 <지낭보>라는 이름으로 재간행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전해지는 <지낭>이다. 이 책은 고금의 지혜를 현실적으로 운용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일종의 실용서로 읽히기도 하는데, 중국 근대혁명의 아버지인 쑨원,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운 마오쩌둥도 이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한다.

 

<지낭>은 풍몽룡이 중국의 역대 사적뿐 아니라 필기, 야담, 민간 전설 및 시사 등에서 지혜와 관련된 1천2백여 가지 이야기를 뽑아 이를 총 열 개의 부로 나누어 엮은 것이다. 그리고 각 이야기에 평어 형식으로 자신의 의견이나 본문과 관련된 고사를 덧붙였다. 내용 또한 치국의 지혜, 용병의 지혜, 송사의 지혜, 처세의 지혜, 삶의 소소한 상황에서의 작은 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이 책이 역대 통치자들이 곁에 두고 참고하는 경략의 지침서가 되고, 또 민중이 생활의 지혜가 필요할 때마다 열어보는 참고서가 되기도 했던 것은 바로 이러한 특성 때문일 것이다.

 

'지낭'은 '지혜의 주머니' 혹은 '지혜가 많은 사람'을 비유하는 말이다.

 

이번에 동아일보사에서 발간한 <지낭: 삶의 지혜란 무엇인가>는 풍몽룡이 모아놓은 지혜로운 이야기 가운데 오늘날에도 유의미한 사례를 문이원(옛 교훈을 성찰하고 이를 현대적인 그릇에 담아 대중에게 전하려는 문학과 어학 전공자들의 인문연구모임)이 선별해 엮고 해제를 덧붙인 것이다. 모두 아홉 개 장으로 나누어 구성했으며 큰 지혜에서 작은 지혜까지, 정공법에서 편법까지, 삶에서 맞닥뜨리는 갖가지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지혜를 아울렀다. 번역은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독자가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고어 사용을 최대한 지양하고 현대의 표준적인 글말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1장 <멀리 내다보고 크게 계회하라>에서는 남보다 멀리까지 내다보고 크게 계획할 줄 알았던 역사적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2장 <사소한 단서로 미래를 풀어라>는 앞일을 내다보는 안목인 선견지명의 지혜를 담았고, 3장 <경제로 세상을 구하라>에서는 요순시대부터 명대에 이르기까지의 중국 경제와 관련된 지혜를 들려준다. 단순히 돈을 버는 방법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윤택하고 풍족하게 만드는 지혜이다. 4장 <합리적 사고로 인식의 틀을 깨라>에서는 맹목적 믿음이나 잘못된 믿음에 합리적인 사고로 대항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언제나 깨어 있는 정신과 비판적인 사유를 견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5장 <조화로운 삶을 위해 현명하게 처세하라>는 다양한 상황과 관계를 조화롭게 이끄는 처세 관련 이야기를 묶었다. 6장 <진실을 파헤치고 명철하게 판단하라>에서는 시비를 가리고 분쟁을 해결하는 송사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사람들이 꿈꾸는 공평한 송사란 무엇인지, 그리고 법 앞의 공정함이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을 담았다. 7장 <상대의 계략을 역이용하라>는 자신이 가진 자원이나 힘에 의존하기보다 상대의 특성과 상황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목적을 달성한 사람들의 지혜를 들려준다. 8장 <유연한 대처로 위기를 극복하라>는 전투 상황에서 발휘되는 지혜를 다룬다. 마지막 9장 <속임수로 비상식에 대응하라>는 기만책을 써서 위험을 방지하고 난국을 타계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비상의 난국에서 벗어나 상의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속임수라는 변칙적 방법도 유효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초나라와 한나라가 서로 전쟁을 벌이고 있을 때의 일이다. 형세가 불리해진 항우는 유방에게 항복하지 않으면 그의 아버지를 가마솥에 삶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유방은 초연하게 "우리는 의형제의 연을 맺지 않았던가. 나의 아버지는 너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그대가 아버지를 삶아 죽이겠다면 어쩌겠나. 나에게도 삶은 국물 한 사발이나 보내주시게"라고 말했다고 한다. 명나라 진미공은 이 때문에 유방의 아버지가 무사히 한나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평했다. 그러나 이 역시 승부수를 띄웠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P.488)

 

고전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이 책의 내용이 너무 궁금했고 기대가 컸던 책이다. 1천2백여 편의 원작 중 엄선한 150여 편의 에피소드들이 각 주제에 알맞게 분류되어 있는데 재미있게 읽었으며 그 내용들이 하나같이 유익했다. 큰 틀을 파악하고 멀리 내다보는 통찰력, 복잡하고 위급한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빠르게 대처하는 순발력을 보여주는 이야기들, 정보를 습득하는 합리적 사고와 인식, 태도에 관련된 이야기들, 두려움에 대응하는 지혜를 담고 있는 이야기 등 삶의 인문학적 지혜를 담고 있는 책이었다. 유구한 역사 속에 존재했던 수많은 사건과 인물의 일화와 구체적인 설명을 통해 우리 현대인들이 일상에서 간혹 마주하게 되는 돌발적인 갈등 상황이나 두려움과 마주할 때, 위급한 상황같은 때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스스로를 보호하며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삶의 기술과 지혜, 풍부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너무 유익한 시간이었다. 가까이에 두고 수시로 읽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