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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함께 떠나버려
아녜스 르디그 지음, 장소미 옮김 / 푸른숲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서평] 그와 함께 떠나버려 [아녜스 르디그 저 / 푸른숲]
이번 책 <그와 함께 떠나버려>는 읽기 전부터 크게 기대를 하며 읽었다. 이 책의 저자 아녜스 르디그를 처음 접한 것은 <기적이 일어나기 2초 전>이라는 책을 통해서였는데 잔잔한 감동과 진한 여운을 남긴 이야기라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이야기는 주인공의 이름에서부터 사건이 일어나 만남의 과정까지 참 재미있는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이제야 나는 안다.
'언젠가'는 너무 늦거나, 절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여기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은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가진 스물다섯 살의 로미오 푸르카드이고, 여자 주인공은 서른다섯의 간호사로 이름은 줄리에트 톨다노이다. 로미오는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에 홀로 울고 있는 아이를 구출하려다 추락하고 만다. 아파트 9층에서 떨어져 사지는 엉망진창으로 너덜너덜했고 목숨이 위태로운 처참한 상태로 병원으로 수송되어 응급수술을 하고 입원한다. 혼수상태인 로미오를 담당하는 간호사가 바로 줄리에트이다. 이렇게 두 사람의 만남은 시작된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라 하면 창문을 열어다오!라는 한 장면이 떠오르는데 여기서는 참 안타까운 상황이면서 흥미로운 시작이다.
본래 따뜻하고 착한 심성이었던 줄리에트는 사람을 구하려고 자신의 목숨을 걸었던 이 환자에게 애착을 갖게 되어 더욱 신경을 써 보살피는데. 로미오는 온몸에 붕대를 감고 산소호흡기에 의존했던 자신을 세심하게 돌보는 줄리에트를 파란 눈의 천사로 여겼다. 조금씩 몸이 회복되면서 로미오는 자신의 몸이 보고싶어 줄리에트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줄리에트가 가져온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본 로미오는 다른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모습을 보고 크게 상심하고 좌절한다. 그리고 자연스레 피해의식에 젖어 불평과 자책을 하는데 이것을 따끔하게 혼내며 삶에 작은 희망을 주는 것이 줄리에트였다.
줄리에트에게는 함께 사는 로랑이라는 남자친구가 있었다. 더 늦기 전에 아이를 가지길 간절히 원하는 줄리에트는 병원에 가고 약물을 투여하는 등의 노력을 하지만 로랑은 줄리에트에게 협조적이지 않다. 더더군다나 줄리에트를 하찮게 여기고 전혀 존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줄리에트의 할머니인 말루 할머니는 자신의 손녀딸을 막 대하는 로랑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손녀딸이 좋다니 어쩔 도리가 없다. 다만 그것이 사랑이라 믿는 줄리에트가 더 늦기 전에 깨닫기를 바랄뿐.
그리고 로미오에게는 하나뿐인 삶의 이유인 열네 살의 어린 여동생 바네사가 있었는데, 바네사를 위해서라도 로미오는 꼭 살아야만 했다. 미성년자인 바네사는 자신의 유일한 가족이자 보호자인 오빠의 입원으로 인해 어쩔수 없이 로미오의 상사인 소방대장님의 집에서 지내게 되는데. 이때 임신 사실을 알게 되고, 입원해 있는 오빠에게 이 사실을 알리며 중절 수술을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병원 침대에 못 박힌듯 꼼짝할 수 없는 로미오는 바네사를 위해 해줄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고 이를 옆에서 지켜보던 줄리에트가 바네사의 중절 수술에 함께 동행하고 자신의 집에 데려가 보살핀다. 참 아이러니한 부분이다. 아이를 절실히 원하지만 생기지 않는 여자와 원치 않는 아이를 가져 아이를 지워야 하는 여자라.. 어쨌든 로미오는 회복하여 퇴원을 앞두고 줄리에트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편지로 전한다. 그리고 둘은 편지를 주고받는데 로미오의 마음에는 조금씩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그리고 3년이 지나는데..
3년이 흐른 뒤 줄리에트는 그렇게 원하던 아이를 갖게 된다. 하지만 로랑은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까지 질투를 느껴 줄리에트를 못살게 군다. 로랑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는 줄리에트는 사고까지 당해 소방대원의 도움으로 병원에 입원까지 하는데, 이 소식을 동료에게 들은 로미오는 줄리에트를 찾아가고 그렇게 다시 만난다. 줄리에트는 혼자가 되는 것이 두려워서, 아이를 원하고 아이를 위해서, 위협이 무서워서라는 이유를 대며 로랑을 떠날 용기를 내지 못했지만 결국은 깨닫고 용기를 낸다. 자신의 소중한 삶을 위해 상처를 이겨내고 진정한 사랑을 선택하는 것이다.
존중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그것을 깨닫고 도망치는 건 실패도 패배도 아닌 위대한, 아주 위대한 승리다.
우리가 아는 로미오와 줄리엣은 안타깝고 비극적인 새드엔딩이었다면 여기서 만나는 로미오와 줄리에트는 용기를 내어 행복한 해피엔딩을 그려낸다. 그리고 기욤과 바네사도, 로미오의 할아버지와 말루 할머니, 알렉상드르와 바베트까지 등장인물들이 모두 나름대로 매력적이다. 로랑만 빼고. 로랑이라는 캐릭터를 너무 극단적으로 최악의 인물로 그려냈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기 마련이다. 그것이 당연한 것인데도 로랑처럼 최악으로 변하는데 그것을 영원한 사랑이라고 믿고 나중에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줄리에트, 사랑에 목말라 자기 존재를 남자애들에게서 찾는 바네사, 포로 같은 끔찍한 삶을 살았던 말루 할머니까지. 같은 여성으로서 동정하게 되고 공감하게 된다. 소중한 우리의 삶을 위해, 가치있는 삶을 위해 우리는 두려움과 불안을 떨치고 자신과 마주하며 항상 용기를 내야한다. 당장은 두렵겠지만 용기를 내면 많은 것이 변할 것이다. 이들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