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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 (완역판, 반양장) ㅣ 세계기독교고전 15
존 번연 지음, 유성덕 옮김, 루이스 레드 형제 그림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5년 8월
평점 :
[서평] 천로역정 [존 번연 글 / 루이스 레드 형제 그림 / 유성덕 역 / 크리스챤다이제스트]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대표적인 기독교 고전이라 하여 흥미를 가지게 되었는데 종교가 없는 나도 상당히 재미있고 유익하게 읽은 작품이었다. 이 책 <천로역정>은 크게 1부, 크리스천의 순례와 2부, 크리스티아나의 순례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든 내용이 축약이나 편집없이 존 번연의 오리지널 그대로 담겨 있고, 20세기 초 영국과 미국에서 천재성을 인정받은 '루이스 레드'형제의 삽화 80장이 수록되어 있어 그림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참된 진리란 비롯 그것이 거칠고 애매한 문구로 쓰여졌다 할지라도 판단력을 고취시키고, 마음을 깨끗하게 하며,
이해하는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고, 잘못된 고집을 꺾어 주며, 우리의 기억과 상상을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 채워 주고,
또한 우리의 여러 가지 고통조차도 가라앉혀 줍니다. (P. 33)
1부의 이야기는 크리스천이라는 남자가 성경을 읽고 구원을 받고자 하나님의 나라를 향하는 이야기이고, 2부는 크리스천이 놓고 온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남편이 걸었던 길을 따라가는 여정을 그린다. 줄거리를 간단히 이야기하면 멸망의 도시에 살던 크리스천은 자신의 고장에 계속 머물러 있으면 피할 수 없는 파멸에 이르게 되리라는 무서운 목소리가 귀에서 떠나지 않아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권유했지만 거부하는 탓에 가족들은 놓고 홀로 떠나게 된다. 떨칠 수 없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떠난 크리스천은 전도자의 도움으로 구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의 방향을 알게 되고 그렇게 크리스천의 순례의 여정은 시작된다.
지혜로운 사람들은 누구나 이 수렁을 메우기 위해서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재료라고 말하는 것들만 쏟아 넣었는데도 여전히 이곳은 낙심의 늪으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어느 누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고 할지라도 결과는 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리하여 사실은, 하나님의 지시에 따라 이 수렁의 한가운데에 매우 훌륭하고 튼튼한 디딤돌들을 갖다 놓았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 수렁 자체가 온갖 더러운 오물과 진흙탕물을 토해놓기 때문에 잘 보이질 않습니다. 혹 그것들이 보였다고 할지라도 사람들은 머리가 어지럽고 혼동이 되어서 발을 헛디디고 말아 결국 수렁에 빠지게 되지요. 그러나 일단 문쪽으로 올라서기만 하면 그곳의 땅은 단단하답니다. (P. 49 절망의 수렁에서 크리스천을 끌어 꺼내준 도움의 설명)
이 과정에서 크리스천은 세속 현자를 만나 다른 길로 빠질 뻔하기 하고, 천박과 나태, 거만과도 마주하고, 허례와 위선이라는 인물도 만난다. 그리고 크리스천은 해석자의 집에서 일생 동안 잊혀지지 않고 기억 속에 남아 있을 여러 가지 광경들을 보기도 한다. 사탄의 온갖 방해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은총이 계속 우리의 마음 속에 남아 있는 광경과 하나님의 무한하신 사랑으로 구원할 희망이 없을 정도로 많은 죄를 지은 사람의 모습, 잠자는 중에 최후의 심판날을 목격한 사람의 광경 등 인상적인 광경들을 목격하고, 이 외에도 하늘나라 영광의 문 앞에 이를 때까지 크리스천은 여러 인물들을 만나는데 겁쟁이와 불신, 경건, 신중, 분별, 자애, 아볼루온, 믿음, 시기, 미신, 사심, 소망, 돈 자랑, 구두쇠 등이다. 이렇게 인간의 성향을 직접적으로 비유하여 보여주며 구원의 의미를 전달하고 있으니 참 몰입해서 재미있게 읽었다.
그릇된 길로 출발한 사람들이 올바른 결과를 얻을 수 있겠는가?
그들의 안전을 보장해 줄 참된 벗들이 있겠는가?
아! 그렇지 못하나니 제멋대로 택해서 길을 떠난 자들은
제 고집 때문에 마침내 멸망함을 의심할 여지가 없도다. (P. 88 가는 길에 만난 허례와 위선이 위험의 길과 멸망의 길을 택한 부분)
딱히 믿는 종교가 없는 사람에게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책들은 다소 꺼려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은 꼭 읽어보고 싶었던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기독교 고전 중 가장 유명한 책이고, 존 번연이라는 인물의 여러 저서들 중에 가장 으뜸으로 꼽히는 작품으로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고전이라는 이유였다. 성경보다 재미있게 하나님의 좋은 말씀을 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내심 기대하고 보았는데 다행히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고 그리 전혀 지루하지 않아서 굉장히 잘 보았다. 이 책은 어떤 종교를 믿건 아니건, 나와 같은 일반인이 보아도 종교적으로 크게 부담스럽지 않을거라 생각되는 굉장히 만족하는 좋은 소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