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인 골드
앤 마리 오코너 지음, 조한나.이수진 옮김 / 영림카디널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서평] 우먼 인 골드 [앤 마리 오코너 저 / 조한나, 이수진 역 / 영림카디널]

 

이 책은 영화로도 제작되어 현재 상영중인 영화 "우먼 인 골드"의 원작이다. 이야기는 히틀러의 나치 체제를 피해 달아났던 존경받는 비엔나 출신작곡가의 손자인 변호사 랜돌 쇤베르크가 전쟁때 빼앗긴 그림 한 점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그림을 되찾기 위한 싸움을 그린 실화이다. 쇤베르크가 되찾으려는 그림은 백 년 전, 예술계의 이단아였던 구스타프 클림트가 그린 반짝이는 황금빛 걸작으로 당시 비엔나 상류사회의 최고 미인,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화였다. '레이디 인 골드'라 불렸던 이 작품은 오스트리아인들은 이 그림을 자신들의 모나리자로 여길 정도로, 최고의 초상화 중 하나로 여기고 있는 작품이니만큼 오스트리아 정부는 쇤베르크를 의도적으로 피하는 상황이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이 화제의 작품을 그린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이야기와 작품의 모델이었던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이야기을 보여주는데, 무엇보다 관심이 컸던 클림트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그는 1862년 오스트리아 빈 근교의 바움가르텐에서 이 도시의 거대한 이민자 하층계급인 기독교 가족의 일곱 형제 중 둘째로 태어났다. 당시 비엔나는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모인 국제도시이자 부유한 제국의 중심지였고 귀족과 왕실 사람들의 놀이터이면서 동시에 가난하고 절박한 피난민들이 모여드는 곳이었다. 빈부격차가 큰 비엔나에서 클림트의 어린 시절은 너무나 가난하고 우울했다. 심한 우울증과 불안 증세로 힘들어하던 어머니는 다섯 살인 여동생 안나가 질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무너져버렸고, 누나 클라라는 종교적 광기의 습격을 받았다. 어린 시절 구스타프는 동생 에른스트와 아버지가 금을 가지고 일하는 것을 도왔는데 열네 살에 비엔나에 새로 생긴 응용미술학교에 들어가면서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오스트리아의 화가로 승승장구하던 클림트 형제는 굉장한 매력을 지녔다. 점잖은 말씨와 예술가의 안목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다부진 몸까지 가져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게 된다. 엄격한 계급사회였던 비엔나에서 그들의 미심쩍은 혈통까지 가릴 정도로 클림트 형제의 재능은 대단했는데.. 누나 한 명과 여동생 둘을 부양해야 하는 구스타프와 에른스트는 많은 일을 의뢰받으면서 명성을 얻게 되고 스물여섯 살에 황제에게 왕관 모양이 달린 황금십자훈장을 받기까지 한다. 예술이 권력이었던 비엔나에서 클림트 형제는 젊은 신들이었다. 이런 명성을 등에 업고 에른스트는 사랑하는 헬레나 플뢰게의 아버지에게 결혼 승락을 받고 결혼하지만 2년 뒤 아버지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그해 말 에른스트가 아내와 어린 딸 헬레네를 남겨두고 심막염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리하여 구스타프 클림트는 어머니와 세 명의 누이들, 남동생의 처와 조카까지 모두 보살피기로 약속하는데..

 

아델레는 부유한 유대인 은행가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지적 호기심이 많았고, 항상 무언가를 이루고자하는 야망이 있었다. 하지만 사교계를 드나들며 따분하고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그녀는 18세의 어린 나이에 체코 태생인 부호 페르디난트 블로흐와 결혼한다. 아델레와 클림트를 연결한 인물은 남편인 페르디난트였다. 남편 페르디난트는 클림트의 후원자로 나서며 아델레를 위해 클림트에게 자신의 아내를 모델로 작품을 부탁한 것인데, 당시 클림트는 가장 인기 있는 화가였기에 구스타프 클림트의 초상화는 작은 선물이 아니었다. 남편들의 부와 지위를 세상에 자랑하는 일과 같았다. 그렇게 나온 걸작이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이다. 이 외에도 아델레가 모델인 작품들이 많은데 그 시대는 결혼한 여성이 아이가 없다는 것은 재앙이었던 시절이라 아델레는 몇 번의 유산과 사산으로 아이를 못낳을지도 몰라 여성성에 상처를 입었지만 클림트와 함께 하는 시간에서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한다. 아델레는 워낙 바람둥이였던 구스타프 클림트의 뮤즈이자 그 이상의 관계였을지도 모른다는 많은 소문이 떠돌았다.

 

레이디 인 골드의 모델인 아델레의 비밀이 밝혀지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던 이유는 나치들이 아델레의 유산과 삶의 흔적들을 교묘하게 지웠기 때문이다. 히틀러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아델레와 블로흐 바우어 집안을 처절하게 배신하였는데.. 자식이 없었던 아델레와 페르디난트는 나치를 피해 스위스로 피신하여 자식같이 여겼던 조카 마리아와 루이즈에게 재산을 상속하였지만 나치와 오스트리아 정부는 사업체와 저택, 미술품 등을 강탈하였고, 이 때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도 나치의 손에 넘어간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마리아는 나치가 유대인에게 뺏은 예술품들을 오스트리아 정부가 불법으로 취득하고 이익을 챙긴 기사를 접하고 숙모 아델레의 초상화를 소유하고 있는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박물관과 기나긴 싸움을 해 결국 숙모와의 추억이 담긴 소중한 유산을 되찾는다.


오스트리아의 모나리자라 불리는 이 작품은 비엔나의 것일까? 아니면 모욕을 당한 채 추방된 예술가 클림트의 것일까? 클림트의 작품은 어마어마한 가격에 거래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나도 황금색으로 관능적이면서 모호한 분위기를 풍기는 클림트의 그림에 빠져 휴대폰 배경화면도 클림트의 작품일 때가 많다. 하지만 정작 클림트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것이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클림트라는 인물은 물론, 당시 비엔나의 모습과 히틀러와 나치에 의해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야했던 유대인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다. 영화에서는 다루지 못했고, 영화로는 느끼지 못할 감흥을 느낄 수 있는 가독성 높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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