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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평점 :
[서평]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저 / 김욱동 역 / 열린책들]
1960년에 출간된 <앵무새 죽이기>는 출간 직후 미국 전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호평을 받았고 그 이듬해 하퍼 리에게 퓰리처상의 영예를 안긴 이 작품은 1962년에는 영화화되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쾌거를 이룩했고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로 분한 그레고리 펙은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2001년에는 시카고에서
<한 도시 한 책> 운동의 도서로 선정되어 당시 그곳의 큰 문제였던 인종 차별에 대한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시민들의 의식을
변화시켰고, 그 이후로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 1위,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 1위, 성경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책> 등에 자리매김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2003년 정식 발매 이후 큰 인기를 얻은 작품인데 이번에 열린책들을
통해 다시 새롭게 찾아왔다.
미국 도서관 협회는 <한 도시 한 책> 독서 운동의 선정 도서
기준을 <토론을 촉진하기 위해 강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쟁점, 인물 및 주제를 지닌 책>이라고 밝혔다. <한 도시 한 책>
운동을 제안해 진행했던 낸시 펄은 토론하기 좋은 책의 조건을 네 가지 들었는데, 첫째는 소설의 결말이 모호해야 하며, 둘째는 주인공이 자기
여생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내려야 하고, 셋째는 작가가 소설의 이야기 구조에 평범하지 않은 무엇을 시도해야 하며, 넷째는 화자를 신뢰할 수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는 위의 네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서도 토론할 만한 주제가 많기에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의 선정 도서로 오랫동안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이야기는 1930년대 미국의 메이콤이라는 어느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주인공 스카웃은 학교에 다니지는 못했지만 변호사가 되었고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며 몇 년째 꾸준히 주 의원으로 뽑힐 정도로 훌륭한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 항상 붙어다니며 함께 놀던 4살 차이의 오빠 젬, 그리고 자신을 돌봐주며 집안 일을 도와주는 캘처니아 아줌마와 함께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여름 오빠와 놀고있는 스카웃은 여름 방학이면 항상 이 마을에 사는 레이철 이모네 집에서 지낼 예정인 딜이라는 친구를 만나게 된다.
그렇게 셋은 친해지게 되는데..
메이콤에는 아이들에게는 가장 큰 흥밋거리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부
래들리라는 사람이었다. 젊을 때 마을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다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곤 했고, 감옥에까지 갈 뻔했지만 그런 그를 그의 아버지
래들리가 책임지고 해결하겠다고 한 후 밖에서 그를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 래들리가 죽었는데 그 뒤 큰아들이 와서 지낼 뿐 어차피
부 래들리의 모습은 볼 수 없었고, 죽음과 유령 등 래들리 집안을 둘러싼 무수한 소문들은 스카웃과 젬, 딜에게 흥미와 동시에 두려움과 공포를
함께 가져온다. 그래서 아이들은 이 집 앞을 지나야 할 때면 항상 부리나케 뛰어서 지나면서도 모여서 놀 때는 이 집의 가족들을 상상해서
연극하거나 편지를 낚시줄에 연결해서 창문으로 넣으려 하는 등의 시도를 한다.
소설에서 딱히 누가 흑인이고 누가 백인인지 언급하지는 않지만 당시에
존재하던 인종차별과 편견에 대한 문제를 수시로 접할 수 있는데 작게는 드디어 학교에 입학하게 된 스카웃의 교실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이 마을에
대해 몰랐던 선생님에게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저 아이는 원래 그렇다, 이 아이는 원래 이렇다는 식의 아이들의 태도에서도 선입견과 편견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강간 사건으로 인해 재판이 열리는데 여기에서 서로 다른 의견이 생기면 언제나 이기는 쪽은
항상 백인이 되는 현실을 보여주기 때문에 흑인과 백인을 둘러싼 인종차별의 심각성을 접할 수 있었다. 게다가 아이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니 세상의
문제들이 너무도 잘 보이는 순간이었다.
평소에 읽어야지 계획했던 책들 리스트 중에는 항상 이 작품이 있었다.
그러다 이번에 새롭게 출간되면서 대충의 줄거리도 모르는채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는데, 이 소설이 왜 성경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책으로
꼽히고, 반세기 넘도록 꾸준히 끊임없이 읽히고 사랑받고 있는지 그 이유를 확실히 알것 같았다. 우선 굉장히 귀여운 여주인공의 관점으로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밝고 즐거운 분위기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데 처음에는 주인곳 스카웃의 어린시절,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사건들을 떠올리며 회고하는 내용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불과 십몇 년 전까지만해도 아주 심각한 문제였던 인종차별과
노예제도, 인권 문제, 선입견과 편견,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대물림되는 사회계층 간에 심각한 문제들을 다루는데 주인공 아이들을 통해 사색에 잠기고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며 틀에 짜여진 생각들이 조금씩 변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잔잔한 여운이 남는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