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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서평] 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저 / 최민우 역 / 다산책방]
매일 아침 항상 같은 시간 6시 15분 전에 일어나 같은 시간, 같은 양의 커피를 내려마시던 59세의 남자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 오베이다. 오베는 40년 동안 한 집에서 살고, 매일 같은 일과를 보내고 한 세기의 3분의 1을 한 직장에서 보낸 이 시대의 중년 남성이었다. 오베는 자신의 철저한 원리원칙에 맞춰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주변 사람들의 눈에는 괴팍하고 고집스러운 괴짜 노인이다. 오죽하면 반년 전 금요일에 와이프가 떠난 다음 월요일에도 변함없이 출근을 했던 오베는 편리해진 자동화와 젊은 사람들에 치여 이전 세대가 되었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쫓겨나게 된다. 그렇게 자신을 유일하게 있는 그대로 믿어주고 사랑해주던 아내 소냐를 잃고, 조기퇴직으로 직장을 잃은 지금 자신에게 남은 것이 하나 없다고 생각한 오베는 죽기로 마음먹는다.
오베가 거실 천장에 고리를 박으려고 몰입하는 순간 오베의 귀에 무엇인가 길게 찌익하고 긁히는 소리가 들렸고 자신의 집을 긁는 그 소리에 신경질이 난 오베는 그렇게 옆 집에 이사온 가족들과 마주하게 되는데.. 키가 멀대같이 큰 남자가 트레일러 운전에 서툴러 오베의 화단을 침범하고 우체통을 찌그러뜨렸고 멀대 옆에서 배가 산만한 여자가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온갖 비난을 해대며 잔소리를 하는 오베는 결국 자신이 트레일러를 후진으로 넣어 해결한다. 그렇게 요란스러운 첫 만남을 한 이웃 가족, 멀대 패트릭과 임산부 파르바네, 이 부부들의 일곱 살과 세 살짜리 딸들이 오베의 옆 집으로 이사를 온 것이다. 그 날은 그렇게 날이 저물어 오베의 죽기로 했던 계획은 내일로 미루어진다.
지금 베스트셀러 소설로 화제가 된 이 책은 한 마디로 참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 오베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에 빵빵 터지기도 했고 눈물 흘리기도 했다. 친절하고 상냥함과는 거리가 멀고 이웃들과도 관계를 갖지 않고 지내며 남들에게는 불평불만으로 가득한 괴팍한 오베가 자신의 생각과 입에서 뱉는 말과는 달리 이웃들의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하고 도와주는데.. 패트릭이 사다리에서 떨어져 입원했을 때 파르바네와 아이들을 병원에 까지 태워다주고 아이들을 돌봐주며, 그렇게 질색하던 길 고양이를 결국 돌봐주게 되고, 오베와 소냐가 이 마을에 처음 이사를 오던 날, 같은 날에 이사를 와 친하게 지냈지만 오베와 사이가 틀어져 원수같이 지냈던 루네를 아니타의 곁에 있도록 도와주고, 기차선로에 정신을 잃고 떨어진 남성을 구하는 등 죽기로 계획한 것과는 달리 오베는 그렇게 이웃들과 조금씩 인연을 맺게 된다.
상황이 아이러니하게도 천장에 목매다는 것도, 차를 공회전시켜 배기가스에 질식해 죽는 것도, 기차에 뛰어드는 것도, 총을 쏘는 것도 하나같이 그 순간에 사건들이 생기는데, 원리원칙과 약속을 중시여기는 오베에게 매번 지금 자살을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들을 만드는 이웃들에 의해서, 아내의 곁에 가려던 오베는 자살에 수도없이 실패하고 하루하루 미루다 결국은 자신의 삶이 그리 가치없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는 자살을 포기하고 함께 이웃들과 어울려 살아가다 자살과는 전혀 다르게 행복하고 평안하게 삶을 마감한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고 오베와 같이 자신의 소신과 원칙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똑같은 말이어도 기분좋게 상냥하고 친절하게 하는 사람도 있지만 까칠하게 틱틱거리면서 남 모르게 챙겨주는 사람이 있는데 바로 그 오베라는 캐릭터가 그런 사람이다. 오래된 사브만 타면서 BMW나 아우디를 타는 남자들을 한심하게 생각하며 버스 기사는 믿지 않고 사랑을 해도 단 한 명의 여자 소냐만을 한결같이 열정적으로 사랑을 하는 규칙과 원칙을 가장 중요시 여기는 남자. 남들의 눈을 신경쓰기보다는 자신의 소신있는 고집대로 살아가는 사람은 주변에서 사랑받기는 힘들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베의 지금과 과거를 오가며 오베라는 재미있고 매력적인 아저씨를 알아서 너무너무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