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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0일
조지 손더스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서평] 12월 10일 [조지 손더스 저 / 알에이치코리아]
이 책의 저자 조지 손더스는 단편소설, 중편소설은 물론 아동문학과 에세이도 쓰는 미국에서 주목받는 작가로 1996년 발표한 <CivilWarLand in Bad Decline (악화일로를 걷는 내전의 땅)>으로 펜, 헤밍웨이상 최종후보에까지 올랐으며, 많은 상을 받으며 베스트셀러가 된 아동서 <The Very Persistent Gappers of Frip (프립의 몹시 집요한 개퍼들)>와 단편집 <Pastoralia(패스토럴리아)>, <In Persuasion Nation(설득의 나라에서)>, 중편소설 <The Brief and Frightening Reign of Phil(필의 짧지만 무시무시한 통치)>, 2013년 미국 대학교 졸업식 최고의 축사로 꼽힌 연설문을 펴낸 <Congratulations, by the way(졸업을 축하합니다, 그건 그렇고..)> 등을 집필하였다. 2013년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꼽히며 미국 소설의 궤도를 바꾸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미국은 물론이고 영어권에서 최고의 단편 소설가로 꼽히는 작가이다.
조지 손더스라는 작가를 이번에 <12월 10일>이라는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작가에 대해 전혀 몰랐음에도 이 책에 끌렸던 이유는 지구물리학자의 삶에서 소설가의 삶을 선택한 이력만 보아도 굉장히 흥미로운데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처음으로 문단에 입문하면서 시작터 엄청난 찬사를 받으며 작가들에게 각별한 인정을 받으며 작가들의 작가로 자리매김하였다는 소개와 추천의 말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은 그의 네 번째 단편집으로 2013년에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스, 피플, MPR 등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2014년 미국에서는 스토리 상으로, 영국에서는 제 1회 폴리오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되며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킨 책으로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에서 만날 수 있어 꼭 읽어보고 싶었다.
이 책은 총 10편의 단편을 담고 있는데 이 시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각박한 자본주의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기주의와 부조리한 모습들을 다루고 납치와 성범죄, 그리고 외모지상주의와 죽음까지 담고 있는데 10개의 단편 소설 모두가 하나같이 인상깊은 이야기였다.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만나는 첫 작품인 <승리의 질주>는 옆집에 사는 어릴적 친구인 앨리슨을 납치하려는 장면을 목격하였지만 범인의 조용하고 은밀한 협박에 친구가 끌려가는 것을 보고도 외면하던 카일이 큰 용기를 내어 뛰어들어 큰 사고를 방지한 이야기였다. 여기서 우리네 사회와 가정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데 오늘 날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범죄와 우리 아이만 과보호하는 부모, 그리고 두려움과 이기심으로 가까이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외면하는 우리의 안타까운 모습들과 그 속에서 용기를 내고 위험과 싸우는 영웅같은 모습들까지 모두 담고 있었다.
그리고 단 한 장으로 이루어진 정말 짧은 단편소설 <막대>에서는 아버지가 손수 만든 쇠막대가 소재로 나오는데 막대는 우리의 삶에서 상징적인 의미로 볼 수 있다. 아버지는 쇠막대에 산타 옷을 입히기도 하고 운동복에 헬멧을 씌우기도 했으며 핼러윈에는 유령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는 죽음의 신으로 분장시켜 가로장에 엄마의 아기 때 사진을 걸어놓았고 군대에서 받은 훈장이나 영화표, 낡은 티셔츠, 엄마의 화장품 등 아버지의 젊은 시절 물건들이 마치 부적처럼 쇠막대 밑에 놓여 있었다. 어느 날 가을에 아버지는 쇠막대를 밝은 노란색으로 칠하였고 사랑한다, 용서해줄래?라고 적은 표지판을 만들어 쇠막대에 걸어놓고 라디오를 켜둔 채 세상을 떠났다. 자식들은 그 집을 팔았고 새로운 주인은 쇠막대를 뽑아 길가에 버렸다는 이야기이다. 오랫동안 아버지의 즐거움이자 아이들의 즐거운 추억 속에 하나의 물건인 쇠막대가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내쳐지는 이 짧은 이야기 속에서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뭔지모를 뭉클함과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이 외에도 <강아지>라는 이야기에서는 불운했던 어린 시절을 지녔던 마리는 강아지를 입양하려고 갔던 집에서 묶여있는 아이를 바라보고 자신의 불행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는 지금 자신의 옆에 있는 사랑하는 아이들과 남편과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에 감사함과 행복을 느낀다. 이렇게 정말 냉철한 시각으로 바라본 아타까운 이 시대의 우리 모습들을 통해 가족을 떠올리고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데 유쾌하고 가슴뭉클하기도 했다. 단편 소설이라 가볍고 쉬울 줄 알았지만 잔잔하게 깊이가 있는 내용들로 여운이 많이 남는 매력적인 이야기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