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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이 있는 거리
박문구 지음 / 작가와비평 / 2012년 8월
평점 :
[서평] 환영이 있는 거리 [박문구 저 / 작가와비평]
이 책의 저자는 강원도 삼척에서 출생해서 강릉고, 관동대 국어과 졸업.
강원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이후 주로 정선, 강릉, 삼척의 산으로, 주점으로 돌아다니는 박문구 작가이다.
작가 박문구는 언어에 의해 왜곡되지 않은, 허구도 손대지 못한 절대적 야생의 세계를 꿈꾸는 작품들을 수록하였다.
저자의 택들『적군』, 『인형과 술꾼』, 『시간의 저편』, 『데드 마스크』, 『술꾼 시절』 등 현실에서 벗어난, 이탈한, 깨어진, 막힌 공간에
서 인물들이 벌이는 드라마를 엿볼 수 있다.
-역사(力士)의 후예(後裔)
-적군(敵軍)
-환영(幻影)이 있는 거리
-인형과 술꾼
-시간의 저편
-데드 마스크
-강쇠바람을 기다리며
-술꾼 시절
박문구 작가의 첫 소설집인 이 책은 총 8편의 단편 소설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술과 관련한 많은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소설집이다.
정선, 강릉, 사척의 산으로, 주점으로 돌아다녔던 작가의 설명과,
소설들은 현실에서 벗어난, 막힌 공간에서의 인물들이 벌이는 드라마로 기본은 허구를 바탕으로,
내면에는 현실과 진실이 담겨있는 내용으로, 소설 속의 주된 무대는 모두 작가가 살아온 배경 안에 있다.
이 책은 여자 혼자의 독백으로 시작해서 여자의 독백으로 끝이 난다.
세상은 아름답다고 사람들은 말하지요. 나 역시 세상은 아름다웠지만 그건 당신이라는 렌즈를 통해서만 가능했어요.
내 능력으로 상상할 수 있는 세상의 모든 사념. 그것이 공상적 사념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당신이 있음으로 가능했고,
당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만 나의 머릿속으로 들어올 수 있었어요.
- 환영이 있는 거리 中
'역사의 후예' 속에서 등장하는 이복남매는 술과 함께인 아버지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술로 세월을 보내다 고혈압으로 죽은 아버지같이, 오랜만에 재회한 그녀 오빠 역시 술로 인해 병을 앓고 있으니, 이들 이복남매들
에게 술은 자신들의 인생속에 뿌리와도 쭉 이어지는, 떨어질 수도 없는 안타깝기도 하고, 아쉬운, 인생의 동반자일지도 모른다.
'적군(敵軍)'은 시골 마을의 시인 지망생이 중앙 문단에 이름을 알리게 되자 안하무인하게 되고,
그 모습을 그냥 두고볼 수 없게 된 화자가 취기를 빌려 시인에게 호통을 치는 장면은 그야말로 취중진담..
술이 인간을 솔직하게 만드는 장면인 듯 하다.
언젠가는 나도 이곳을 벗어날 거야. 빛과 빛이 부딪치는 곳. 푸른 솟음과 맑은 물줄기가 하늘을 향해 울고 있는 곳.
때로는 옷 벗은 채로 아무도 없는 냇물로 뛰어 들 수 있는 그런 곳.
굵은 빗소리가 나뭇잎에 떨어지는 곳. 혹은 세상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곳.
그런 곳에서 살거야. 어때, 넌 그런 곳에 가고 싶지 않아?
- 환영이 있는 거리 中
‘인형과 술꾼’에서는 답답함을 술로 풀려고 하는,
술을 밥보다 더 좋아하다가 결국 위암으로 투병 중인 동창이, 대낮부터 취해서 비틀거리는 이가 등장한다.
애써 올린 술 한잔을 비우지 않고, 그냥 내려놓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일인 것이다.
이 책은 30~40년 전의 배경인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나이가 많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살아온 세대가 달라서인지 이 책의 배경이나 주인공들의 감정을 전부다 이해할수는 없었지만, 배경이나 인물이나, 벌어지는 사건이나,
읽는 동안 모든 것이 영화에서나 볼법한, 오래된 영사기에서 흘러나오는 영화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 책 전체를 보면 내용에 술이 소설의 큰 소재로 등장하는데, 술이 사람들의 삶에 각별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박문구 작가의 감칠맛 나는 표현으로, 작가의 표현력도 뛰어나고, 요즘 소설들과는 다른 시선을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진한 술냄새가 묻어나는 듯한 이 책은 고립되고 빡빡한 삶에 지쳐 술한잔 걸친 사람들의 쓸쓸한 그림자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술 냄새가 진하게 배어있는 듯한 이 책의 작가는 분명 애주가일 꺼라는 생각과 함께 술 한잔 생각나게 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