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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소음
줄리언 반스 지음, 송은주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귀스타브 플로베르, 아서 코난 도일 등의 실존 인물이 그의 소설에서 어떻게 뚜벅뚜벅 걸어나와 우리의 머리와 가슴을 자극했었는지를 기억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읽기도 전에 매혹되는 게 당연하다. 이번엔 무려 러시아의 작곡가 쇼스타코비치니까! 나 역시 그러했고, 책을 덮은 후엔 놓고싶지 않은 감정들이 오래 머물렀다.
오로지 아이러니에 기대서만 유지될 수 있었던 한 예술가의 삶. 개인으로서의 삶과 예술가로서의 삶, 그 사이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두려워하고 수치스러워하면서도 끝내 한쪽 땅에 두 발을 모아 내려놓지 않았던 그의 삶을 지켰던 건 바로 아이러니였다. 삶과 예술을 관통하는 아이러니. 숨막히는 시절에도 '우리가 매일 숨 쉴 수 있게 해'주는 아이러니.
예술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고, 예술가들이 온몸으로 느낄 '시대의 소음'에 어쩌면 앞으로도 상당히 무감할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그들의 삶을 어렴풋하게나마 더듬어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삶이 이어지는 한 소음은 계속될 것이고 그들에겐 더 많은 아이러니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매일매일 조용하게 투쟁하는 우리 모두에게도.
"삶은 흔히들 말하듯 들판을 거니는 것이 아니다."(239p)
"삶은 앵무새 꼬리를 잡아 계단을 질질 끌고 내려가는 고양이였다. 계단을 하나씩 내려갈 때마다 그의 머리가 부딪쳐 쿵쿵 튀어올랐다." (24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