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소음
줄리언 반스 지음, 송은주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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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스타브 플로베르, 아서 코난 도일 등의 실존 인물이 그의 소설에서 어떻게 뚜벅뚜벅 걸어나와 우리의 머리와 가슴을 자극했었는지를 기억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읽기도 전에 매혹되는 게 당연하다. 이번엔 무려 러시아의 작곡가 쇼스타코비치니까! 나 역시 그러했고, 책을 덮은 후엔 놓고싶지 않은 감정들이 오래 머물렀다.

오로지 아이러니에 기대서만 유지될 수 있었던 한 예술가의 삶. 개인으로서의 삶과 예술가로서의 삶, 그 사이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두려워하고 수치스러워하면서도 끝내 한쪽 땅에 두 발을 모아 내려놓지 않았던 그의 삶을 지켰던 건 바로 아이러니였다. 삶과 예술을 관통하는 아이러니. 숨막히는 시절에도 '우리가 매일 숨 쉴 수 있게 해'주는 아이러니.

예술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고, 예술가들이 온몸으로 느낄 '시대의 소음'에 어쩌면 앞으로도 상당히 무감할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그들의 삶을 어렴풋하게나마 더듬어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삶이 이어지는 한 소음은 계속될 것이고 그들에겐 더 많은 아이러니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매일매일 조용하게 투쟁하는 우리 모두에게도.

"삶은 흔히들 말하듯 들판을 거니는 것이 아니다."(239p)
"삶은 앵무새 꼬리를 잡아 계단을 질질 끌고 내려가는 고양이였다. 계단을 하나씩 내려갈 때마다 그의 머리가 부딪쳐 쿵쿵 튀어올랐다." (2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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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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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한 표현이지만 단편 하나하나가 한 편의 독립영화 같은 느낌이다. 한 편, 두 편씩 그렇게 몇달을 읽었다. 이 책을 읽고나면 언제나 책표지를 가만히 쓸어보게 됐던 것 같다. 올리브가 그 커다란 손으로 누군가의 어깨를 쓸어주듯이 말이다. 내가 늙어가는 내내 드문드문 떠올릴 소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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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역설 - 비만과 콜레스테롤의 주범 포화지방, 억울한 누명을 벗다
니나 타이숄스 지음, 양준상.유현진 옮김 / 시대의창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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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태도란 무엇인가에 대해 만족스러운 답을 얻고자 하는 많은 분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본문은 말할 것도 없고 풍부하고 재미있는 각주까지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좋은 저널리즘에 대해 고민하는 분, 영양학 상식을 얻고싶은 분, 그리고 죄책감없이 육식을 하고싶은 분들께 특히 추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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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생
프레드 울만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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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의 어떤 우정은 이후의 인생을 결정해 버릴 정도로 강렬한 경험이 되기도한다. 이 소설은 그러한 특별하고 내밀한 경험이 광기로 가득찼던 한 시대를 관통하는 순간을 아프도록 섬세하게 그려낸다. 마지막 문장을 읽고 첫페이지를 다시 펼치는 독자가 적지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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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와 수잔 버티고 시리즈
오스틴 라이트 지음, 박산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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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구성과 긴장감넘치는 사건의 흐름이 몰입도를 높이는 건 분명하나, 독자로서 수잔의 심리에 좀더 완전하게 동화되길 바랐던 기대엔 살짝 미치지못한 느낌이다. 재독하면 좀 달라질까. '한편의 소설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낯설고 새로운 방식으로 변주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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