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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거 그려서 20년 살아남았습니다 - 좋아하는 일, 꾸준히 오래 하면, 생기는 일
정헌재(페리테일) 지음 / 아워미디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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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고양이가 우리의 삶에 들어온 이후, '우리가 비를 맞지 않게 해줄게' 했었죠. 잠깐은 그런 줄 알고 있었는데 시간이 좀 지나서야 알았습니다.
요 작은솜뭉치, 따스한 노란 주머니 같은 녀석이 우리의 비를 온통 막아주고 있다는 걸.

우리의 삶은 오로지 우리만이 파괴할 권리가 있고 우리가 선택할 것이며 누구에게도, 무엇으로부터도 흔들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우리는 더 단단해질 거예요.

다음 실수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실수' 자체로부터 멀어져서 농담처럼 귀여운 그림을 그리며 벌어진 실수를 향해 "난 괜찮으니까 넌 그만 가봐라" 하고 보내주는 것도 아주 중요합니다.
우리는 종종 그것을 잊어먹어요.

단 한 번의 성공만 경험하면 됩니다. 그 경험은 별것 아닌 것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20년 동안 반복되는 거절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요.

하나가 잘되고 난 뒤 더 잘되기 위해 너무 오랜 시간 저를 담가놓고 더 잘하기 위해 온도를 너무 높인 것이죠. 그 뒤 찾아온 실패의 쓴맛은 '불쾌한 쓴맛'이었습니다.

쉽게 얻으면 쉽게 잊습니다. 돈이든 마음이든 무엇이든. 특히 남이 나에게 준 것은 더 말입니다. 자기에게 관대해지고 스스로 잊어버리고 그래서 합리화하는 것.

20년을 매일 걷다 보니 좋은 것도 많이 생겼습니다. 걸어면서 생각을 줍거나 버리는 법, 계절이 바뀌는 것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는 법, 조급함으로부터 멀어지는 법, 꼭 어떤 곳에 도착하지 않아도 되는 법 같은 거요.

우리는 하루에 얼마만큼 부서져 나가는가?
말로 부서지고, 상황으로 부서지고 내가 잘못해서 부서지고, 남이 잘못해서 부서지고 그렇게 매 순간 부서집니다. 별로 타격감 없는 것들이라도 매일매일 조금씩 얻어맞다 보면 어느 순간 이건 괜찮지! 믿고 있던 기둥이 툭! 하고 작은 한 방에 무너지곤 하죠. 그런 때가 있었습니다.

미워하던 기억은 어느새 안타까움으로 변했고 안타까웠던 기억은 어느새 추억으로 반짝입니다. 아쉽다고 말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보고 싶다 생각해도 그냥 가슴에 묻어두고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행복은 요란하게 밀려오지 않아요. 조용하고 잔잔하게, 슬그머니 왔다가 어느새 사라집니다. 가려진 채로 발견하지 않으면 저만큼 밀려나 찾아오는지도 모르게 됩니다.

그때의 나는 "잘해보려고 그랬다"라는 말에 "잘하지, 그랬어요"라고 대답했고 지금의 나는 "잘해보려고 그랬다"라는 말에 "뭐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죠"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당신을 변화시켜 주는 존재, 일, 물건, 그것들 덕분에 당신이 좋게 변화했다면, 바뀌고 싶어졌다면, 제대로 만난 겁니다.
 
 
✍️이책을 읽고난 느낌은 귀여운데 더귀엽고 슬퍼지만 슬퍼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에게도 공감되고 나와 다르지 않은 모습에 슬픔마음이 들었고 또 응원하는 묘한 감정이었다.
내가 아프기 시작한지도 20년 가까이 되었다.
갑상선저하층으로 지금까지 약을 먹고 있으며, 안구건조증으로 매일매일이 힘들고 혈소판 저하로 입원을 하게 되었고, 지난해에는 코로나 예방접종 후유증으로 면역력이 떨어져서 백혈구수치가 1만도 안돼어서 한참동안 입원을 하면서도 면역력이 낮아서 병실에서 혼자 갇혀지내야 했다.
이로써 나의 지인들은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라고들 얘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은 작가님의 살아온 이야기를 편하게 하는 에세이지만 나는 한사람의 인생을 만화로 역어놓은 것 같아 재미도 있고 귀여운 만화의 그림에 편하게 읽게 되었다.
이책으로 많은사람들이 귀여운 그림에 빠지길 기대해본다.
또 아픈사람도 작가님도 나도 모두들을 응원하는 시간이었다.
시간가는줄도 모르게 읽게 되는 이 책은 나에게는 만화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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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윤정은 지음 / 북로망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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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판 펭귄랜덤하우스 10만 달러 계약!

✔️출간 70일 만에 10만 부 돌파한 종합 베스트셀러 소설 1위!
 
 
만약에 말이야, 마음이 아프면 꺼내서 얼룩을 지우고 햇볕에 널어 잘 말리면 돼. 다음 날이면 깨끗하게 마른 마음으로 편안해질 거야.

종일 밝게 웃는 사람들 보면 왠지 마음이 짠해. 욱신거려. 종일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어딧어. 웃음 뒤에 슬픔을 감추어야만 살 수 있으니까 웃는 거지. 마음에 얼룩으로 남은 아픔을 지워야만 숨 쉴 수 있는 사람도 있어.

우리는 사랑을 잃으면 울고 아파한다. 하지만 가장 슬픈건 사랑으로 행복했던 기억들 때문에 그가 미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기억을 안고 살아간다. 기억 속 우리는 사랑으로 웃고 있다.

살아 있길 잘했다. 태어났으니, 살아 있으니, 살아지고 숨을 쉬었다. 죽지 못해 살았다. 하지만 이제 살아 있으니 살고 싶어지고 살고 싶어지니 사는 게 행복하다.

아름답기도 슬프기도 한 양가적 이면이 마음인 걸까. 아름답기만 한 마음은 존재하지 않는 걸까? 아니, 과연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슬픔과 아픔은 아름답지 않은 것이고 기쁨과 환희가 아름다운 것이라는 말은 어쩌면 반대일지도 모른다. 슬픔과 아픔이 아름답고 기쁨과 환희가 아름답지 않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 무너질까 봐 숨기고 있는 진실일지도 모른다. 모르겠다. 이리 오래 살아도 모르는 것 투성이라니.

누구나 자신의 상처가 가장 크고 아파요. 너무 아픈 상처는 연고를 바를 용기도, 치료할 용기도 나지 않아 꺼내보지 못하고 마음 안에 꽁꽁 숨겨 두고 살아가요. 몸에 난 상처는 피가 말라 딱지라도 지는데, 마음에 난 상처는 딱지가 지지도 않죠. 베인 데 또 베이면 더 아픈데, 마음도 자꾸 베여 아프고요.

만약 누군가 나를  비나하고 욕설을 퍼붓는다면, 받지마세요. 택배도 수취 거부나 반품이 있듯이 나를 모욕한 그 감정이나 언행을 반품해보세요. 물건을 주었는데 받지 않으면 내 것이 아닙니다. 누가 나를 싫어하고 미워한다면 그 마음을 받아서 상처로 만들지마시고 돌려주세요. 받지 않고 돌려 주었으니 상처는 내 것이 아니고 상대의 것입니다. 마음의 천국을 방해하지 말고 수취 거부하세요. 그래도 됩니다.

어쩌면 꿈꾸는 일을 현실로 만드는 능력은 굳이 마법을 쓰지 않아도 우리 모두의 삶에서 가능한 능력일지도 모른다. 삶을 원하는 대로 만들어가는 힘은 실수하고 얼룩지더라도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용기와 특권 같은 게 아닐까. 그렇다면 이 마법은 선택받은 특별한 이에게만 허락된 것이 아니라 당신도 나도 가질 수 있는 능력이다.
 
 
✍️이책은 나에게 두번째 찾아온 책이다.
한번의 책이 좋아서일까?
처음 이책을 읽고 책모임에 소개하고픈 마음으로 따로 기록해둔 책인데 이번에 또 와서 완전히 책모임 책으로 저장.
이책이 처음 좋았던것은 우리네의 생활에 가까에 있는 이 야기일것이다.
누구나 세탁소는 찾는 거니까.
세탁소에 찾아오는 이들의 각자 삶의 이야기가 마음을 울린다.
세탁을 해서 지운다는 게 과연 무엇일까?
우리의 과거를 지우고 싶을까?
과거를 지우면 현재가 있을까?
이책을 읽는내내 나에게도 지우고싶은 과거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나의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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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뼈, 드러난 뼈 - 뼈의 5억 년 역사에서 최첨단 뼈 수술까지 아름답고 효율적이며 무한한 뼈 이야기
로이 밀스 지음, 양병찬 옮김 / 해나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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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와 관련해서 지금까지 읽어본 가장 재미있고 깊이 있는 책
 
 
뼈는 그 자리에서 바로 제조될 뿐 아니라, 가볍고 내구성이 있으며 변화하는 조건에 즉각 대응한다. 강철로 만들어진 교량은 길이나 정격 하중을 두 배로 늘릴 수 없지만, 뼈는 성장할 수도 있고 압박에 반응할 수도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손상된 뼈는스스로 복구한다. 그러나 부서진 벽돌이나 부러진 숟갈은 그럴 수 없다. 뼈는 세계 최고의 구조적 버팀대인 데다 생명에 필수 불가결한 원소인 칼슘을 저정하는 은행 역할도 한다.

비타민 C가 부족하면 콜라겐 생성에 결함이 생겨 괴혈병을 초래하게 된다. 괴혈병에 걸리면 잇몸에서 피가 나고 몸에 멍이 잘 든다.

당신의 체질량에서 뼈가 약 15퍼센트를 차지하며, 그중 약 3분의 1이 콜라겐이고 3분의 2가 칼슘-인 결합체의 결정이라는 점을 알아두기 바란다.

뼈가 성장하는 속도는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사춘기 청소년이 경험하는 폭발적인 성장은 바로 호르몬 때문이다.

나무껍질 바로 아래층에 새로운 목질이 추가되면 잔가지가 굵은 갖지로 변하는데, 매년 성장기에 나이테가 하나씩 생기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의 뼈도 나뭇가지와 똑같은 방식으로 굵어지지만 나이테가 뚜렷하지 않다는점만 다르다. 통상적인 환경에서 뼈는 1년 내내 꾸준히 성장하지 여름철에 급속 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계적 자극 외에 비타민 D와 부갑상선호르몬도 칼슘 균형과 뼈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비타민 D 결핍은 대사성 뼈 질환의 한가지 유형인데, 일조량 부족에 따른 피부에서의 생산량 감소나 비타민 D 섭취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다. 호르몬 불균형도 뼈를 망가트릴 수 있다.

류마티즘 전문의들은 내과에서 훈련받은 후 2년 동안의 펠로십 과정을 통해 관절에 영향을 미치는 질병의 진단 및 비수술적 치료법을 배운다.

수술용 로봇은 독립적으로 활동하지 않으므로, 정확한 용어는 로봇수술이 아니라 '컴퓨터의 도움을 받는 수술'일 것이다.

일상생활에서는 '세계 최고의 건축자재'를 좀처럼 구경하기 어렵지만, 우리는 몸 안에 숨겨진 뼈를 신뢰하며 든든히 여긴다. 그러나 뼈의 두 번째 생애에서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드러난 뼈'는 몸밖에서 수많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일단 외부에 드러나면, 뼈는 인체의 든든한 버팀목이 아니라 지구의 역사와 인류 문화의 탁월한 기록자가 된다.

시신을 지하에 안장하는 것은 사자에게 경의를 표하는 가장 흔한 방법이자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방법일 것이다. 그 외에도 매장은 질병과 악취의 확산을 줄이고 일부 문화권에서는 죽은 사람이 사후 세계로 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수단이다. 토양 조건이 괜찮으면 매장된 뼈는 화석화되어 그 후로도 수천 년 동안 발전과 분석의 대상으로 남게 된다.

인류학자들은 골격의 구성 요소를 시간 경과에 따라 비교함으로써 풍습의 변화를 알아낸다. 예컨대 인류의 조상이 불을 사용하여 음식을 요리하기 시작한 후 인간의 뼈는 점점 더 가늘고 약해졌다. 요리된 고기와 근채류는 씹기가 쉬워졌기 때문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넙다리뼈는 불과 수백 년 전보다 가늘어졌는데, 그것은 활동성과 관련된 문제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인류가 발견한 뼈의 다용도 중에서, 문명이 시작될 때 비롯되어 오늘날까지 끈질기게 남아 있는 것은 하나밖에 없다. 바로 식용이다.

뼈는 의복의 청결과 관리에도 이바지했다. 고래 사냥꾼들은 뼈로 옷핀을 만들었고, 병사들은 '버튼 스틱'을 이용해 자신들의 군복에 달린 단추를 강이 나도록 닦았다. 버튼 스틱은 뼈 판으로 구성되어 있고 한복판에 길고 가느다란 구멍이 둟려 있는데, 그 구멍이 한쪽 말단에 있는 '단추만 한 구멍'에 연결되어 있다. 단추를 구멍에 삽입하고 버튼 스틱을 쭉 밀면 단추가 군복에 격리되므로, 군복을 더럽히지 않고 단추를 닦을 수있다.

뼈는 단조로운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줬다. 뼈로 만들어진 일상용품들을 통해 그곳의 문화와 그 문화권의 사람들에게 무엇이 필요했는지 알 수 있고, 뼈의 다재다능함도 경험할 수 있다.
 
 
✍️뼈의 아름다움과 효율성과 무한함은 아무리 해를 거듭해도 퇴색하지 않을 것이며 많은 면에서 경외와 찬탄의 대상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서로 연결되고 칼슘 결정으로 코팅된 단백질 사슬들은 독특한 물질을 형성함으로써 고등동물의 형태를 뒷받침한다.
임자가 살아 있는 동안 첫 번째 삶을 영위하는 뼈는 숨겨진 상태를 유지한다.
임자가 죽은 후 부여받은 제2의 삶에서 드러난 뼈는 지구의 역사와 인류의 활동에 대해 우리가 미처 몰랐던 많은 것을 드러내 보인다.
뼈는 인류의 유산인 동시에 전설이며, 세계 최고의 건축자재다.
지금까지 늘 그래왔고, 앞으로도 늘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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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 나랑 선물 맑은아이 21
신영란 지음, 오오니시 미소노 그림 / 맑은물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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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꼬미를 보러 아빠랑 병원에 다녀왔어요.
늘 까불까불 장난치며 귀찮게 하던 꼬미가
풀이 죽은 채 얌전히 누워 있는 걸 보니
마음이 안 좋았어요.
까미가 내일 학교에서 소풍 간다고 말하자
꼬미는 한풀 더 꺾인 목소리로 말했어요.
"누나는 좋겠다......"
까미는 그런 꼬미가 안타깝고 미안했어요.
 
까미가 열심히 기도한 덕분일까요?
꼬미는 매일매일 더 건강해지고 있어요.
하지만 다리가 다 나으려면 병원에 좀 더 있어야 돼요.
'하루 종일 병원에서 얼마나 심심할까......?'
개구쟁이 동생 꼬미가 한동안 꼼작없이
병원에서 지내야 한다니,
까미는 무척 안타까운 마음이에요.
 
✍️이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났다.
우리아이 키울때 아이가 동생이 있으면 좋겠다던 얘기를 많이 했었는데, 그땐 나의 건강을 핑게로 무시했었다.
아이가 커가면서 다른집을 보면서도 형제는 있어야한다는걸 몸소 느꼈었다.
형제가 의지가 된다는걸...
이책에서도 누나가 동생을 생각하는것, 동생이 누나를 생각하는걸 보니 흐뭇했다.
요즘에는 아이키우는데 많은비용 핑게로 아이를 낳지않는 부부도 있는데 적극적으로 아이는 낳으라고 얘기하고 싶다.
또 형제는 있어야한다고 말하고 싶다.
이모든게 나만의 생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부탁한다.
이아이들에게도 우리들에게도 선물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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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니시드
김도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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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나이와 구두 굽의 높이는 반비례해야 하는 법인데, 이 여자들은 나이와 아파트 평수, 구두 굽이 정비례로 상승해야 한다고 믿는 종족 같다. 가만히 보다 보면 조선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양반네들 걸음걸이가 저런건가 싶다.
 
어딘가에서 무언가를 잃는 사람이 있다면 당사자에게서 직접 빼앗은 것이 아니더라도 그만큼을 얻는 이가 존재할 거라는 단순한 셈을 하고 있었다.
 
그 집 안에 있는 것을 그대로 갖고 싶다고 다 나에게 달라고 하면 결국 그 집의 불행이나 숨겨진 무언가까지 딸려 오게 되지는 않을까? 겉으로 번드르르해 보인다고 해도 집집마다 사연은 있다.
 
고등어나 금붕어나 식용과 관상용의 차이일 뿐 다 같은 생선인데 그 둘을 다르다고 여겼다. 식용은 먹으면 배나 불렀을 텐데. 죽어서 둥둥 떠오르면 어항 밖으로 건져내어 버리는 것이 끝인 금붕어를 택한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나였다. 지독히도 식견 좁은 과거의 나 말이다.
 
나는 대책 없이 임신부터 하는 여자들이 과연 정말로 대책이 없어서 임신부터 한 것인지 진지하게 궁금해졌다. 대책 없는 철부지라는 이미지는 거짓이고 사실은 남자를 잡고 싶어서 계획적으로 임신한 것은 아니었을까? 어쩌면 그 여자들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고도의 머리를 쓸 줄 아는 교활한 여자들은 아닐까? 다행스러운 것은 남편과 나는 결혼한 사이였기 때문에 나의 행위가 어느 정도의 당위성은 지니고 있었다는 것이다. 부부니까 임신도 출산도 당연한 거다. 하지만 나의 언행을 합리화할수록 나 스스로가 한 단계 낮아진 느낌이 진해져 갔다.
 
머릿속에 안착해 있던 계획은 단 한 가지도 실행할 수 없었고 현실을 오롯이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도 이미 늦어버린 느낌이었다.
 
하루하루가 이른 봄 햇살을 받고 있는 빙판길처럼 느껴져서 불안에 떨면서 살아왔다. 햇빛이 조금만 더 내리쬐면 얼음이 깨지고 그아래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호수 괴물의 목구멍으로 나와 아이들은 삼켜질 것만 같았다. 나는 완연한 봄을 원하면서도 혹독한 겨울이 계속되기를 바라고 바랐다.
 
진짜 사는 게 팍팍한 사람들은 죽을 생각 따위 할 겨를도 없다. 평화롭다는 건 평범하다는 거다. 평범할만큼 평화로운 게 세상에 있을까.
 
그가 나에게 묻기 전에 아이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한 것은 분명 배려임에는 틀림없다. 아이들이 받을 충격이나 거부감을 상쇄시키려는 배려였을 거다. 좋은 의도가 깔려 있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나는 배 위에 앉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내 주위의 사람들이 노를 하나씩 가지고 있고 저어서 어딘가로 가려고 하는데 나에게만 노가 없다. 그들이 저으면 젓는 대로 나는 어딘가로 실려 간다. 내 손에 노가 없으니 나는 선장도 아니요, 선원도 아니다. 나는 바닷길 위에 표류하다가 운 좋게 배를 얻어 탄 봇짐 진 여인네에 불과했다.
 
나는 의사 결정권도 없이 방치된 쓸모없는 노인이 된 기분이었다. 오히려 쓸모없는 노인 쪽이 나보다 낫다. 나는 걸을 수 있고 생각할 수 있고 말할 수 있는 상태인데도 이런 취급을 받고 있다. 내 신세를 조금이나마 덜 추레하게 하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낫겠지.
 
 
✍️이책은 스릴러의 소설이라고 한다.
내용에서는 극도의 긴장감은 없지만 비밀스러운 두가족의 이야기가 퍼즐을 맞추어가듯 이어져 읽는 재미가 소소하다.
읽다보면 아파트 단지내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인데 우리네의 생활속에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속 모습이 스릴이 있다.
거기에 내밀한 부부의 일상과 자식과 부모간의 모습, 이웃간의 모습, 직장에서의 모습에서도 스릴을 맛볼수 있다.
또 언제, 어떻게, 누가 그랬는지 궁금함에 책을 덮을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 책속에 찌질한 남편을 앞집남자의 처리가, 전체적인 소설의 분위기가 기분나쁘지 않게 이어진다는게 이 소설의 묘미였다.
하반기에 갈수록 반전에, 개인적으로 기분좋은 엔딩을 선호하는데 그소설이 이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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