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맞은 단풍잎, 봄꽃보다 붉어라 - 유병례 교수와 함께하는 시니어 한시 산책
유병례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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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고시(古詩)를 배울 때는 이런 짧은 문장이 멋스러운지 몰랐다. 세 줄 정도의 길이에 읽어도 크게 깊은 뜻은 없는 듯한데 이런 고전시가 교과서나 책에 나올만큼 멋진 시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것은 한문을 모를 때의 이야기였다. 한문으로 쓰여진 시들을 한글로 번역하다보니 그 시가 전하려는 뜻을 다 담을 수 없었던 것이다. 시를 자주 읽는 편은 아니지만 고전시를 설명하고 재해석한 책을 여러 권 읽다 보니 한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고전시를 읽는 방법을 알게 되다보니 시를 읽는 재미도 느낄 수 있고 그 속에 숨겨진 뜻도 조금 예상할 수 있게 되었다.



<서리맞은 단풍잎, 봄꽃보다 붉어라>에서는 수십 편의 시를 읽을 수 있다.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가장 눈에 들어온 시는 당나라 여성 시인 설도가 지은 '춘망사'라는 시이다. 이 시는 우리에게 '동심초'라는 노래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훗날 곡을 붙여 만든 노래가 '동심초'이고 풀이름으로 보이지만 동심초라는 풀은 없다고 한다. 풀잎으로 동심원을 그려가면서 매듭을 지은 것을 동심초라고 하는데 남녀가 사랑하는 마음을 맺는 것을 의미하고 이것을 '동심결'이라고 한다. '춘망사'는 기생이었던 설도가 정인과 마음을 맺지 못하고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시이다. '꽃이 피어도 함께 즐거워하지 못하고 꽃이 떨어져도 함께 슬퍼하지 못하네요. 언제가 제일 그립냐고 물으시면 꽃이 피고 지는 때라 대답할래요.' 라는 구절을 보더라도 시인의 심정이 어느 시보다 절절하게 느껴진다. 연정의 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집을 간 새댁이 부엌에 들어가 밥을 해야 하지만 시어머니의 식성을 몰라한다는 내용의 시도 있다. 대가족과 결혼 제도에 대해 알 수 있는 시로 새색시의 마음을 잘 표현한 시들이 몇 편 더 있다. 그런데 그 시를 지은 작가가 남성이라는 것도 흥미롭다. 당아나 시인 '왕건'의 '신가낭', 당나라 시인 주경여의 '규의'가 그런 시인들의 작품들이다. 그리고 왕에게 통치 이념이나 통치 근본에 대한 시도 있다. 시인 포증은 황제에게 '서단주군재벽'이라는 시에서 포증이 광동성 단주 군수로 재직할 때 관사의 벽에 써놓은 시라고 한다. 훌륭한 인재가 나라의 중요한 인물이 된다는 믿음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시다. '청심'과 '직도'를 인재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마음이 바르지 못한 관리가 먹이가 많은 곳간을 보면 쥐와 참새처럼 자기 배 불리기에 급급하다고 한다. 이런 시들을 보면 당시의 상황과 시의 깊은 뜻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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