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보지 못한 숲 오늘의 젊은 작가 1
조해진 지음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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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화차>는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범죄라고 한다.

호적이라는 신분증명서를 이용해 내가 아닌 타인의 이름으로 사는 범죄 말이다.

자신을 신분을 숨기기 위해 타인의 신분을 돈으로 사고, 일명 신분세탁이라는 범죄 행위로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곧 그 신분도 노출이 되면 또다른 명의의 신분을 찾게 된다.

그러면서 영원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밖에 살아갈 수 없다.

이 이야기는 소설에서만 가능한 일이 아니다. 경제적인 이유에서든, 어떤 이유에서든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판 <화차>같은 <아무도 보지 못한 숲>은 한 남매의 이야기다.

어린 시절 미수에게는 7살 어린 남동생이 있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어느날, 동생은 사라진다.

엄마가 쓴 사채를 갚기 위해 동생을 기차역에서 일어난 폭발 사고 사망자로 위장해 보상금을 받아 빚을 갚는다. 아이를 팔아서까지 빚은 갚아야 하느냐고 묻겠지만 가족에게 선택은 없었다.

아들을 잃는것보다 무서운 것이 사채빚이었다. 동생 현수는 그렇게 가족들에게서 사라진다.

 

그런데 동생은 이제 10대 후반의 소년이 되었다. 가족에 대한 기억도 희미해진다.

아니, 가족보다 더 우선은 자기 자신이었다. 이미 존재하지 않는 이름으론 살 수 없다.

있는 듯 없는 사람, 없는 듯 있는 사람이 되어버린 소년은 어디에도 갈 곳없이 잡혀왔던 사채업자 밑에서 신분을 세탁하며 자신과 같은 소년들을 만들고 있었다.


 

 

 

가족을 찾는 사람과 자꾸 자신의 신분을 숨겨야 하는 사람들은 절대 만날 수 없는 평행선 같다.

숨고 찾는 숨바꼭질 같다.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는, 너무나 오래 걸리는 숨바꼭질이 아닐까 싶다. 누가 술래이고 아닌지는 도저히 알수 없다.

 

 


숨어살았던 시간이 길었던 소년은 자신이 숨어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고, 자신을 드러낼 생각도 하지 않는다. 마치 자신은 처음부터 숨어살았던 사람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일을 '동화(同化)'된다라고 한다. 사채업자 보스를 삼촌같이, 비슷한 처지로 잡혀온 아이들을 형제처럼 생각하며 가족으로 생각한다. 자신의 가족은 이들 이외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누나의 기억 속엔 아직도 어린 동생이 존재한다. 그 동생을 찾아 예전의 기억들을 되살린다. 하지만 여전히 동생은 실종자이거나 기억에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누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동생을 찾을때까지 숲을 헤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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