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에게 인사하는 법 - 제5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43
김이윤 지음 / 창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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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을까?

이별은 갑자기 찾아온다. 그래서 더 아프고 눈물나고 힘들다.

이별이라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별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별을 겪어본 사람들은 이별에 대한 자세가 남다르다.

 

외국에서 체류한 적이 있다. 그런데 아무리 주위 사람들과 친해지려고 해도 어느 정도까지의 마음만을 여는 그네들이 이상했다. 누구보다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들이었지만 어느 선까지만 다가오고 마음을 열었다. 그 정도까지만 허락되는 관계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왜 그네들이 그렇게 마음을 열고 친구를 사귀지 않는지 알게 되었다. 외국에서 만났지만 고작 머무는 시간은 1~2년 정도였다. 친구는 오래두고 보아야 하는 사이지만 아무리 오래 보아도 1~2년의 친구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어차피 공부가 끝나면 각자의 나라로 돌아갈거라는 생각 때문에 깊은 사이의 친구는 되지 못했다.

 

 

 

"하느님, 제 목소리 들리시지요? ....엄마를 구해주세요. 세상에 공짜가 없다면, 제 수명에서 십 년을 가져가세요. 저의 수명을 엄마에게 얹어 주세요...... 그렇다면 제게서 십 년을 가져가서 오 년은 하느님이 갖고 오 년은 엄마에게 주세요. 그 정도면 하느님에게도 괜찮은 장사 아니에요?" (p.91)

 

 

 

이별이 아픈 것이다. 이별을 해 보았기에 이별이 얼마나 아픈지 아는 것이다.

이렇게 성인이 되어서도 이별이 아픈데 '여여'는 고작 열여덟이다.

열여덟 아이가 이별이란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단순히 만났다 헤어지는 이별이 아니었다.

 

여여에게는 엄마가 있다. 미혼모로 자신을 낳은 엄마 한 명만 있다.

요즘은 이런 가정을 '한부모가정'이라고 부르지만 역시 다른 '한' 부모의 부재는 크다.

안 그런척, 아닌척, 쿨한척 하지만 아빠에 대해선 궁금하다.

어떤 사람일까? 왜 엄마와 결혼하지 못하고 날 낳았을까? 왜 헤어졌을까? 나의 존재는 알까?

이 수많은 질문의 답을 해 줄 수 있는 엄마가 어느날, 암 선고를 받는다.

암 선고는 곧 죽음을 뜻하는 것일 것이다. 엄마는 남은 몇달을 시골로 요양을 떠난다.

 

 

 

"자, 지금부터 우리가 떠나보내야 할 것들을 종이배에 적는 거야.......(중략) 잊자는게 아니고 그 사람 생각을 떠나보내자는 거야. 다시 생각나면 생각하고, 또 종이배에 띄워 보내고. 생각 날때마다 그렇게 자꾸자꾸 떠나보내다 보면 마음이 덜 괴롭지...." (p.219)

 

 

 

서울에 홀로 남겨진 여여에겐 엄마의 부재를 잊을 수 있게 하는 새로운 만남이 찾아온다.

별 시리우스. 취미로 배우기 시작하는 드럼교실에서 만난 3학년 선배 별 시리우스.

하지만 별은 밤에만 반짝반짝 빛나고 눈에 보인다. 해가 뜨고 나면 별은 사라진다.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만난다고 했던가.

 

여여에겐 엄마와의 이별이 기다리고 있었고 동시에 별 시리우스와의 만남으로 이별을 새로운 만남이, 또 별 시리우스와의 이별은 아빠와의 만남으로 그 슬픔이 상쇄되는 듯하다.

인생이 이렇게 연결고리처럼 이어진 이별과 만남이 연속되면서 슬퍼만하고 우울하기만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이별은 누구나 힘들다. 누구나 아프다. 진통제가 필요하다.

 

"적응에는 진통이 따른대. 너, 마음, 아플 때 먹어. 백 알을 먹을만큼 아프면 안 돼. 그래서 아흔아홉 알만 넣었어."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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