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취업준비생들이 기를 쓰고 공부를 하거나 자격증을 따고, 스펙을 쌓는 이유가 뭘까?

아마도 십중팔구는 '정규직'이라는 타이틀을 따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무슨 이유로 그런 고생을 하며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보러 다닐까?

정규직이 되면 편하다. 4대보험에 월급에 정기적인 보너스에 더 바랄것이 없다.

반면에 비정규직은 불편하다. 1년마다 또는 일정기간마다 계약을 갱신해야하고 4대보험을 해주는 곳은 고마운 직장이며, 반값 등록금같은 반값월급에 보너스가 있다면 감사하다.

 

 

 

대학을 졸업한지 몇년이 흐른 나는 25살의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이다.

부업이 교사이고 본업은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작가 지망생이라고 하는게 맞을 것 같다.

기간제 교사의 특성상 여러 학교를 떠돌아야 한다. 그런데 '나'는 가는 학교마다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 왜 '나'가 가는 학교엔 이런 사건들이 일어날까?

미스터리 작가 지망생인 신분을 이용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연작소설 형식이다.

 

첫번째 학교는 출산휴가를 간 선생님 대신에 5학년 2반 담임이 된다. 어디에나 있든 2반에도 문제아는 있었고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기까지 한다. 나는 어떻게 이 반을 몇 달 동안 끌고가야 할까 고민이 된다. 하지만 출근한 다음날 학교 체육관에서 다른 교사가 칼에 맞아 살해당한 사건이 일어난다.

다행히도 살해당한 교사는 '다잉메세지'를 적어두었기에 쉽게 사건을 해결한다.



 

 

두번째 학교도 마찬가지로 사건이 일어난다. 이번엔 도난사건이다. 반학생 중 누군가 거금이 든 지갑과 일기장을 훔쳤다는 것이다. 세번째 역시 담임 선생님이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후임으로 '나'가 기간제 선생님으로 가게 된 것이다. 이후에도 갑자기 별 이유없이 자살을 하려한 학생이 있거나 수학여행을 가지 마라라는 협박성 경고장을 보내기도 한다. 교실에 정체모를 물병의 물을 마시고 갑자기 쓰러지기도 하고, 동네에 계속 방화 사건이 일어난다.

 

모두 '나'와 관련된 장소인 학교나 학생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이다.

쉬운 수수께끼 같으면서 어렵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가는 것들에서 문제의 해답을 찾거나 힌트를 찾는다. 아마 이 <비정근>의 주인공인 '나'가 미스터리 작가이다 보니 추리 능력이 있나 보다.

유명한 탐정 셜록 홈즈도 알고 보면 머리가 좋은 탐정이 아니라 매사에 뛰어난 관찰력과 추리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편이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 '나' 역시 관찰력이 좋은 사람이다.

작은 단서에서 어렵게 보이는 사건들을 척척 해결하는 것 보면 말이다. 




 

한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우리나라에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작가이다.

그러다 보니 새작품을 기다리는 팬들이 많을 텐데 이번 <비정근>은 새작품이 아니라 이미 1997년에 쓰여진 단편집으로 우리나라엔 2003년도판이 번역되어 나온 것이다.

워낙에 다작하는 작가로 알려져있기에 화수분처럼 책이 나와도 나와도 과거의 책이 계속 나오고 있다.

새 작품이라고 오해하지 말기를.

 

그리고 하나더! 표지의 문구에 현혹되지 말기를. '비정규직이 비정한 현실에 던지는 돌직구'라고 하지만 '돌직구'는 어디에도 없다. 15년전에 쓰여진 작품이 우리나라의 요즘 유행하는 '정규직, 비정규직'이라는 말과 연관지으려고 한 마케팅의 의도같지만 별 관련이 없어 보인다.

혹시나 히가시노의 책을 처음 접하게 되는 사람이 있다면 오해할까봐 노파심이 앞선다.

 

추리소설 작가로는 다작을 하지만 나름 작품에 뼈대와 가시도 있는 사회성 짙은 작품들도 많기 때문에 한 권만으로 판단하지 말기를. 히가시노의 작품을 읽었다고 말하려면 최소 10권 이상은 읽어봐야 한다. 그래도 워낙에 다작가라 작품의 반도 안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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