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미
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유명한 동화 중에 '인어공주'가 있다. 인어공주는 물에 빠진 왕자를 구해주지만 자신이 구해준 것을 모르고 다른 나라 공주가 자신의 은인인 줄 알고 약혼을 한다.

바닷 속 마녀에게 목소리를 팔고 물약을 마시고 인간이 되지만 목소리를 잃고 왕자의 사랑을 얻어야 목소리를 다시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왕자의 사랑을 얻지 못하면 바다의 물거품으로 변해버린다고 했다.

 

 

 

 

인어공주는 자신의 목숨을 걸로 모험을 한다. 왕자의 사랑을 얻을 수 있는 자신감이 있었나 보다.

하지만 이야기의 결말을 다 알고 있듯이 인어공주는 파도의 물거품이 되고 만다.

지금에 와서 그 동화의 결말이 달라질리는 없다.

 

<아가미>는 21세기 인어공주 이야기다.

21세기 인어는 사람의 두 다리 대신 인어의 멋진 꼬리를 가진 인어가 아니라 물고기의 아가미만을 가지고 나온 인어이다.

'인어(人魚)'는 원래 사람을 닮은 물고기이지만 동화 <인어공주>때문인지 여자로만 생각한다.

21세기 인어는 남자다. '곤'이 바로 그 인어다.

 

 

 

곤은 여리다. 횟집 도마에 올라온 물고기같이 여리고 가엾다.

인간처럼 생겼지만 인어이기도 해 인간과 다르다.

왜, 어떤 이유로 이내촌이라는 곳의 호수에 있었는지 모르지만 '곤'은 남다르다.

이내천 호수에 있던 곤을 구한 것은 강하의 할아버지였다.

호숫가에 쓰러진 곤을 데리고 와 살려낸다. 병원에 데리고 가 귀뒤와 목에 난 이상한 곳을 치료해 주려고 한다. 곤이 불쌍해 보였다.

 

 

 

하지만 곧 곤의 상처는 상처가 아닌 아가미임을 알고 자신의 손자처럼 돌본다.

그런데 진짜 손자 강하는 곤을 보며 다른 생각을 했다. 남들과 다른 모습의 곤을 괴롭히고 때리고 차가운 호수속에 들어가 동전을 주워오도록 시켰다. 그렇지 않으면 때렸다.

왜 그랬을까? 혈기 넘치는 아이여서 그런가?

늙은 할아버지에게 자신으 맡기고 도망가버린 엄마나 자신을 버린 아빠를 원망하고, 자신의 비참한 인생의 분풀이를 여리고 나와 다른 곤에게 한 것일까?

할아버지는 형제처럼 돌봐주라 했는데 말이다.



 

 

할아버지는 말씀하신다. 강하가 곤을 자꾸 때리고 못살게 하니까 도망가라고.

하지만 곤에겐 도망갈 곳이 없었다. 할아버지와 강하가 있는 곳이 집이었다.

이 작은 평화로움도 강하의 엄마 이녕이 나타나기 전까지 뿐이었다.


 

 

이녕은 가난한 집에서 벗어나는 길은 일찍 결혼하거나 성공하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영화판에 뛰어들었고 나이많은 감독과 강하까지 낳았지만 인생은 그리 녹록한 것이 아니었다.

영화는 만들어지거나 성공하지 못했고 돈도 벌지 못하고 이녕의 인생마저 망가뜨렸다.

그녀가 돌아왔다. 자신의 고향으로. 하지만 이미 건강이 나빠질대로 나빠졌고 약물 중독이었다.

고통을 잊기 위해 독한 약을 먹어야했고 환청과 환영에 시달려야 했다.

그런 이녕 때문에 가족들은 헤어지게 된다. 파탄을 낸 것이다. 조각조각 가족들을.


 

 

곤은 강하가 준 후드티를 입고 마을을 빠져나간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떠나야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5년. 곤은 떠돌아다녔고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해주고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볼 때쯤 다시 강으로 들어가 숨는다. 인어공주는 왕자만 구해주지만 인어 곤은 인간을 구해준다.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지만 인간들을 피해다녀야 한다. 물 속으로 숨어야 한다.

왜 그가 그래야 할까? 곤이 왜 도망다녀야 하지? 인간들을 구해주는데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