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의 목적
다나베 세이코 지음, 조찬희 옮김 / 단숨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가끔 소개팅을 하고 친구의 친구도 소개받는 친구가 어느날 그랬다.

'왜 꼭 결혼이란 걸 해야 해? 결혼 안하면 어디가 모자란 거야?'라며....

소개팅의 결과가 계속해서 좋지 않았던 날이었던 것 같다.

사무실에서도 점점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하게 되면서 남은 인생을 함께 보내게 될 인생의 반려자, 배우자, 소울메이트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결혼을 목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스트레스에 쌓여있다.

이런 경우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아직 인연을 못 만난거야. 인연이 있을거야." 과연 위로가 될까?

 

 

 

일본에서는 인연을 서로 눈에 보이지 않는 빨간 실(絆確か)로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그 실의 끝을 잡고 당겨 서로 만나게 되면 '인연'이라는 것이다.  

아카리는 서른을 넘겼다. 그녀도 이제는 자신의 인연을 찾으려고 한다.

엉킨 실타래를 풀어 자신의 실의 끝부분을 잡고 있는 실의 주인을 찾고 싶다.

이미 그 인연의 실의 주인을 만났을까? 아니면 아직도 기다리거나 찾아야 하나?

 

아카리는 부모로부터 독립을 하고 제일 먼저 한 일은 원룸에 어울리진 않지만 평소에 갖고 싶었던 큰 침대를 들여놓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옛애인이었던 후미오에게 연락이 온다.

연하인 후미오는 순진함과 어설픔이 마음에 들어 사귀다 헤어지게 되었다. 갑자기 다시 만나 술을 마시게 되고 옛날 이야기를 하며 추억을 떠올린다.



 

 

 

직장 동료 우메모토랑 친구 야마나 요시코가 성격이 잘 맞을 것 같아 소개팅을 주선하지만 의외의 이성관을 가지고 있던 우메모토와 요시코는 첫눈에 반할 것 같았지만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만다.

요시코의 마음을 풀어주려 한잔 하러 간 단골집에서 도 다른 동료 스미타니를 만난다.

49살의 스미타니는 유부남이지만, 못생기고 볼품없는 몸매의 아저씨지만 여자들의 마음을 의외로 잘 읽는 편이라 인기가 많다. 그런 스미타니가 아카리에게 추파를 던진다.

 

원래 인연이라는 것은 억지로 붙이거나 연결할 수 없다. 아카리는 직장동료 우메모토랑 요시코를 소개했지만 요시코는 연하남 후미오에게 관심이 있고, 여행을 갔던 남녀는 제각각 짝을 찾기라도 하듯 각자가 마음에 드는 사람과 친해지려 한다. '나' 아카리만 연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듯하다.

막상 친구들과 아카리의 주변 남자들이 잘 된다는 소식에 아카리는 내가 하긴 싫고 남주기는 아까운지 심통이 나기도 한다.  



 

아카리가 고민하고 있는 것은 결혼과 연애의 중간 지점이다. 결혼을 하고 싶지만 적당한 남자를 만나지 못했고, 적당한지 알아보려면 연애를 해봐야 한다. 하지만 연애도 신통치 않다.

점점 마음이 급해질 것 같다. 나이는 들고 현실은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말이다.

 

아카리와 친구들은 어찌보면 결혼에 집착하는 것 같다.

안 하면 안되는 인생의 통과의례라고 생각하는 사회에서 살다보니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라고.

아라키는 결혼이라는 문제가 선택이고 기호인 것을 인정 못하고 있는 분위기에 쫒기고 있다.

자신의 남은 인생을 누군가와 보내고 싶다는 환상은 없어진지 오래다. 아니 환상을 깰 나이다.

그렇다고 환상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아라키.

 


 

 

아라키가 만난 남자들은 현실적이고 현실에서 있음직한 남자들이다.

아라키처럼 서른즈음이 되면 여러번의 연애를 경험했을 것이다. 그 연애들 중 후미오같은 연하나 연애에 미숙한 남자, 우메모토같이 동연배의 남자와 신경전 아닌 신경전을 벌이는 밀당하는 남자, 잠깐의 잘못된 생각으로 만난 유부남도 만나봤을 것이다.

 

가끔 현실의 나이 장벽에 갇히고 사회적인 편견을 이겨내지 못해 결혼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지막까지 아라키는 마음에 쏙 들지 않는 남자에게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파는 결정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나은 인연이 있을것이라는 희망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이 책의 원제는 '침대의 생각'이다. 침대, 즉 잠자리와 사랑에 대해 여자들이 생각하는 것들을 여러명의 등장인물과 함께 에피소드로 구성된 소설이다.

솔직하면서 과장되지 않은 리얼한 대사와 주인공들의 대사들.

저자 다나베 세이코의 다른 작품 <아주 사적인 시간>과 또다른 31살의 여주인공 아라키가 밝고 경쾌한 모습의 현대 여성을 대변해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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