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 아빠애인 열다섯 아빠딸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2
이근미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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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문영이와 서른아홉 지서영의 관계는 묘하다.

아니, 가깝다고 하면 가까울 수도 있지만 보통은 어색하고 멀게만 느껴지는 관계다.

서영은 영이의 아빠의 옛 여자친구이다. 이제 관계가 왜 묘하다고 한 것이지 알 것이다.

여름 방학을 맞아 영이는 갑자기 서영을 찾아온다. 이미 아빠와 헤어진 옛 연인 사이인 것을 알지만 뉴욕으로 떠나버린 아빠가 보낸 편지지 때문에 서영이 생각났다.

무작정 찾아와 서영에게 연락을 하지만 서영은 크게 놀라지 않는 눈치였다.

 

 

 

 

영이는 사람이 그리웠을까? 왜 서영을 찾아갔을까? 연락이 잘 되지 않는 아빠가 보고 싶었나?

아빠가 보고 싶어 아빠의 옛 연인을 만나러 간 것이까? 두 사람이 다시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일까?

아니면 완전히 헤어진 것을 확인하고 싶었을까?

책에 빠져들며 열다섯 영이만큼 궁금한 것이 많아졌다. 영이의 마음이 들여다 보고 싶어졌다.

 

영이와 지서영은 따지고 보면 아무런 사이도 아니다. 아빠의 연인이었지만 지금은 헤어졌다.

영이는 아빠의 재혼 상대로 서영을 마음에 두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열다섯 질풍노도 속은 토네이도만큼이나 그 속을 알 수 없다.

 

나의 열다섯도 영이를 이해할 수 있는 작은 경험이 있다.

요즘은 초등학생도 사춘기가 온다지만 난 늦게 사춘기가 왔다.

사춘기 아이들이 그렇듯 절친, 베프(베스트 프렌드)를 꼭 만든다. 서로 비밀일기도 교환하고 항상 붙어다니며 이야기하는 그런 친구말이다.

 

어느날, 절친이 되었다는 증거로 나와 친구는 비밀을 교환하게 되는데 당시로서는 큰 고민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난 사소하게 어떤 선생님이 마음이 안든다, 어떤 친구가 약간 밉게 보인다 등의 고민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친구는 자신의 부모님 이야기를 했다.


 

 

부모님이 어릴적에 이혼을 하고 지금 살고 있는 엄마는 새엄마라는 것이다.

새엄마가 싫지도, 그렇다고 아주 좋지도 않은 그냥 평범한 엄마라고 했다.

하지만 부모님이 사이가 너무 좋은 것이 사춘기 친구의 고민이었다.

친엄마와는 사이가 나빠 헤어지게 되었는데 아빠가 얄밉게도 새엄마와는 사이가 너무 좋다는 것이다.

왜...친엄마와는 그렇게 사이가 좋지 못했을까......열다섯 아이에겐 최고의 고민이었다.

 

그 고민을 듣는 순간, 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주위에 그런 경우도 없었고 당시엔 부모님이

'이혼'했다는 말은 스스로 잘하지 않았다. '이혼가정'은 뭔가 문제가 있는 가정이라는 뜻이기도 했다.그 이야기는 그날 이후로 한번도 언급을 한 적이 없다. 고등학생이 되어 그 친구와 점점 연락이 끊겼다. 지금 그 친구를 만나 열다섯 살때의 고민을 이야기한다해도 별 도움이 될 것 같진 않다.

어른들의 일이고, 사람들 일이다 보니 생각대로 잘 되지 않을떄도 있지 않냐고 할 것 같다. 

답이 없는 일이지 싶다. 고민한다고 해결되진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영이는 참 똑똑한 아이인것 같다. 고민해도 답없는 일에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결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냥 이대로 물 흘러가듯 그대로 두었다.

어쩌면 영이가 서영을 아빠의 애인으로, 새엄마 감으로 좋아한다기 보다 자신이 닮고 싶어하는 롤모델에 서영이 가깝기 때문에 서영이 떠올랐고, 찾아오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영이의 주위에도 그렇지만, 서영의 주위에도 학교 가정책에 나오는 '성인 남녀가 법적인 혼인관계와  혈연관계로 이루어진 가족'의 정의에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가족은 없다.

영이의 친구 진희는 엄마는 또다른 사랑을 만났고, 서영은 함께 일하는 김작가는 남편과 이혼하고 하나뿐인 아들 때문에 고민한다.

 

어른들은 복잡하다. 아이들도 복잡하지만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간단하다. 쉽게 생각한다.

영이가 복잡하게 생각했으면 서영의 집으로 찾아지도 않았을 것이고, 방학내내 머물지도 못했을 것이다. 예전에 알던 한 아이가 생각났다. 엄마는 중국인, 아빠는 일본인인 혼혈이었다.

역시나 어릴적에 이혼을 해 어린 시절은 중국에서 살았지만 엄마의 재혼으로 아빠의 나라 일본으로 가서 나머지 10대의 반을 보냈다고 한다. 그 뒤엔 역시 재혼한 아빠가 호주에 있는 학교에 보내주었다고 한다. 그렇게 호주에서는 어른이 되어갔다고 한다.  

 


 

 

 

사춘기에는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그렇지만 아이들보다 더 혼란스러운 것은 어른들이다.

영이의 마음은 생각보다 쉽게 알 수 있다. 이웃에 사는 데니스를 좋아하고 표현하려고 한다.

하지만 서영은 자신의 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같이 방송을 하는 라 박사에 대한 태도도 분명하지 않는것 같다. 어쩌면 영이가 서영을 찾아왔을 때 영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영이 아빠에 대한 감정이 남아 있기 때문에 영이를 가라고 하지 못한 것일까?

어른들의 깔끔하지 못한 감정 때문에 아이들이 혼란스러워한다.

 

서영과 영이, 둘 다 지금 사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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