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 - 제22회 스바루 소설 신인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1
아사이 료 지음, 이수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학교가 술렁술렁댄다. 이유가 뭔지 모든 아이들이 궁금해한다.

아무런 이유없이, 갑자기 배구부를 그만두다니 기리시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열일곱. 한창 푸르른 청춘이라고 불리는 열일곱. 그들에게 큰 일이 벌어졌다.

학교에서 제일 인기있고 유명한 '기리시마'가 갑자기 동아리를 그만두나니 왜 일까? 

단번에 기리시마의 인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학교의 화제거리가 된다.

  


 

<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를 읽으면서 기리시마같은 친구 중에 제일 먼저 생각난 친구있다.

기리시마같이 뭐든 잘하는 친구가 있었다. 일명 '엄친딸'로 불릴 만큼 다재다능했다.

전교 1등에, 입담도 좋아 친구들에게 웃긴 얘기도 잘하는 분위기메이커에, 여학교에서 제일 인기 짱인 남자같은 외모의 소유자였다.

 

더욱 드라마틱하게 전교 1등에겐 만년 전교 2등 라이벌이 있었다. 2등이 밤새 공부하고 코피를 흘려도 1등을 할 수 없었다. 반면 전교 1등은 언제나 여유로웠다. 밤새 공부를 하지도 않았고 자율시간엔 가끔 구석에 아이들을 모아두고 이야기꽃도 피우는 여유를 보였다.

3년 동안 전교 2등은 1등을 단 한번 따라잡았는데, 고2 때 모의고사로 그날 2등은 펑펑울었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전교 2등이 전교 1등을 라이벌로 여겼듯이, 기리시마를 라이벌로 여기는 같은 배구부원 고이즈미 후스케가 있다. 아무도 인정을 하지 않지만 후스케는 분명 자신이 기리시마의 라이벌이라 생각한다.

그런 기리시마가 갑자기 부를 떠난다고 하니 아마도 자신이 이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주전이 되는 순간, 후스케는 알수 없는 불안감을 느낀다. 항상 기리시마가 앞에 서 있었는데 이젠 자신이 리베로가되는, 기다린 순간이 왔지만 후스케는 불안해진다. 기리시마는 후스케의 라이벌이 아니라 오히려 우상이 아니었을까 싶다.

 

밴드부 아야는 짝사랑 상대가 있다. 매일 짝사랑 대상이 방과후 농구를 하는 모습 보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이제부턴 기리시마가 배구부를 그만두어 그 모습을 볼 수 없게 된다.

아야는 기리시마라는 상대를 직접적으로 알지 못한다. 짝사랑의 상대가 기리시마와 절친이라 기다리는 동안 농구를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야의 친구가 짝사랑 상대에게 관심이 있다.

아야는 고민한다. 친구와 우정 사이. 어떻게 해야 할까?

 

 

 

기리시마와 리사, 기리시마의 친구 고스케와 미카는 커플들이다. 친한 친구이기도 하지만 사귀고 있다. 미카에겐 비밀이 있다. 새엄마가 아빠와 언니 카오리의 사고 사망소식에 충격을 받아 미카를 카오리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미카, 집에서는 카오리로 불리는 것이 이젠 점점 참기 힘들고 지친다. 좋아하지도 않는 음식을 먹어야 하고 매일같이 아빠와 미카가 어디 갔는지 물어본다.

10대에 부모와 언니의 죽음도 감당하기 힘들텐데 엄마의 병까지 이겨내고 있다. 가족이니까. 

 

정작 주인공 기리시마는 한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그를 통해 청소년들이 고민하고 있는 모습들이 하나둘씩 나온다.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는 무존재감 영화부, 뛰어난 운동 실력을 가져 프로 선수가 되지 않으면 중간에 포기해도 상관없지만 진로를 걱정하는 야구부 히로키 등 고민하는 10대들이다.

 

공부하기에도 바쁜데 무슨 고민이냐고 하겠지만 고민을 하지 않고 어른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10대도 벗어날 수 없다. 학생에게 학교가 자신들의 가장 큰 세상이고, 공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그 시기만 지나고 나면 금방 알게 된다. 큰 문제, 큰 고민이 아니라는 것을.

아이들은 금방 어른이 되고 싶어한다. 어른이 되면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정작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것보다 할 수 있는 것이 더 적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선택의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다. 최고의 선택을 하기 위해 지금 청춘에 고민하는 것이다.

 

 

 

다시 친구글 이야기를 하면, 1등은 S대, 2등은 K대에 진학했다. 하지만 S대 친구는 학교를 그만두고 삼수 끝에 E대 의대를 다시 들어갔다고 소식을 들었다.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대학을 그만두다니 왜 그랬을까? 전교 1등을 한다고 모든 아이들이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고민하는 청춘이지 않았을까 싶다. 나름의 방황도 하고 남들보다 앞서 갈것 같았지만 돌아돌아 길을 가고 있었다.

 

아마 기리시마도 지금 이런 시기를 겪고 있는 것은 아니까 싶다.

남들이 모르는 기리시마만의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을까?

많은 아이들의 워너비(wanna-be)이지만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은 아이들의 선망의 대상이 아닌, 자신만의 꿈이 있지 않았을까? 친구들의 이야기 속에서 기리시마와 부원들이 약간 다툼이 있었다지만 그걸로 부를 그만둘 실력이 아니다. 아마 친구들과의 말싸움이 작은 도화선이 된 듯하다.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고민거리를 그 기회에 깊이 고민하고 성찰하려고 결단을 한 것 같다.

기리시마의 고민을 조금은 이해해 본다. 기리시마는 지금 질풍노도의 시기 아닌가.

맘껏 방황하고, 맘대로 고민해라 한국의 기리시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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