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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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회사에서 돌아오니 우편함에 신용카드 청구서와 광고 편지에 섞여서 다른 방 앞으로 온 편지 한통이 잘못 들어있었다. 받는 사람 이름은 남자 이름으로 한 층 위의 방 번호가 적혀 있었다. 보낸 사람 이름은 없었다. 다시 넣어 주려고 우편함을 찾다가 문득 손이 멈추었다.

정말 충동적이었다. 나는 그 봉투를 코트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p.26)

 

이 부분을 읽으면서 옛 생각이 났다. 아주 어렸을 때 아파트에 살았다.

아파트엔 우체통이 입구에 있는데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우편물을 본 사람이 찾아서 집으로 갔다.

당시만 해도 손편지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전화도 있고 핸드폰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가끔 전에 살던 사람들 앞으로 편지가 오기도 했다. 잘못 온 우편물을 대부분 버렸다.

반송하는 함이 있었지만 그건 주소가 있을 때 가능한 일. 주소가 없는 것은 버렸다.

 

어느날, 아주 예쁜 손글씨의 편지를 보았다. 당연 보내는 사람 주소가 없이 이름만 적혀 있었다.

버리려고 하다 손글씨가 너무 예뻐 읽어보았다. 연애편지였다.

하지만 헤어진 연인에게 보내는 것이었다. 당시엔 어린 초등학생이었기 때문에 편지의 대부분을 이해하지 못하고 버린 기억이 있다.  

 

요시다 슈이치의 책은 나의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게 하며 읽어나갔다.

일본의 유명 항공사인 ANA 기내 잡지에 연재한 글을 모아서 만든 책인데 온통 여행과 떠남, 돌아옴,

재회 등을 주제로 하고 있다. 그렇다고 눈물나게 슬프거나 감동적이거나 하지는 않다.

여행을 떠나는 승객들을 위해 쓴 글이다 보니 가벼운 수필 쯤으로 봐도 될 것 같다.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지에서, 여행에서 돌아온 후 등등에서 나올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글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한편도 같은 내용이 없다.

비행기를 탈때마다 소원을 비는 사람, 취미로 비행기를 타고 어디로든 떠나는 사람, 여행지에서 위급한 상황이 되지만 현지에서 만난 유학생에게 도움을 받은 사람 등등.

나에게도 여행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아닐까 싶다. 가볍게 여행을 기대하며 떠나는 비행기에서 기분을 더욱더 업시켜 줄 수 있는 훈훈한 이야기들을 만나보길....여행은 떠나지 못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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