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국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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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책을 많이 읽는다고 소문이 났을 무렵 한 지인이 "쓰리"라는 책을 읽어봤냐고 문자가 왔다.

아직 정보가 없던 책이라 무엇인지 궁금해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이 <왕국>이라는 책이 바로 <쓰리>라는 책을 쓴 작가의 책이다.

<왕국>과 <쓰리>는 어쩌면 가까운 친척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비슷한 처지의 두 주인공이 한 사람, 기자키에 의해 연결된다고도 볼 수 있으니까.

 

작가는 인류 최초의 직업이 "매춘"과 "소매치기"라는 말을 듣고 이 두 소설을 구상했다고 한다.

"매춘"이라는 주제어에 해당하는 책이 <왕국>이다.

젊고 아름다운 가시마 유리카는 매춘부다. 어린 시절부터 아동시설에서 자란 유리카.

몇년 전 친하게 지내던 에리 언니가 어린 아들 쇼타만 두고 죽는다. 친척이 없던 쇼타는 자신이 지냈던 아동시설로 보내진다. 일곱살 쇼타는 어두운 아이였다. 하지만 곧 알수 없는 병으로 죽고 만다.

 

그즈음 우리카에게는 야다라는 사람이 은밀한 일을 제안해 온다.

고위직 남자들과 매춘을 하는 척하며 남자들에게서 정보를 빼내오거나 협박할 사진을 찍는 일을 한다.

돈이 필요했던 유리카는 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어린시절 아동시설에 함께 있었다는 하세가와라는 남자가 나타나고 이상한 기운이 감돈다.

그리고 또 다른 의문의 사나이 기자키. 그는 누구일까? 유리카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왜 그는 유리카에게 이런 일을 하게 되는 것일까?

 

이 많은 의문들은 책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잡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답을 찾기 보다 책 속에 빨려들어가듯 읽게 된 것이다.

<왕국>을 읽으면서 후반주엔 오래전에 읽어 기억도 잘 나지 않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일식>이라는 책이 생각이 났다. 같은 작가도, 비슷한 내용도 아니지만 왜 이 작품이 문뜩 떠올랐을까 싶다.

(나중에 보니 번역가가 같은 분이었지만 둘은 별 공통점이 없다.)

아마 섬세한 묘사와 스토리상 비슷한 분위기의 느낌이 나서 그랬던 것 같다.

 

'매춘'을 소재로 하고 있다고 해도 스토리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읽기에 별 거부감은 없다. 매춘이라는 것은 유리카의 직업이고 그 직업으로 사건이 발생하게 될 뿐. 처음엔 이 소설이 추리소설로 보였지만 나중에 읽고보니 '추리소설이다'라고 장르를 나눌 수 없을 것 같았다.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엔 심리묘사가 탁월하다.

남자 작가들은 문체가 투박하고 딱딱하고 간결한 편이다.

물론 작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섬세한 묘사로 연애소설을 쓰는 남자 작가도 알고 있다.

 

<왕국>의 작가 나카무라 후미노리는 후자에 속하는 작가인것 같다. 섬세한 묘사의 작가.

주인공인 유리카의 심리를 남자 작가답지 않게 섬세하게 표현했다.

그러면서 후반부엔 서로를 속고 속이며 긴장감과 속도감이 넘치기까지 한다.

작가의 역량에 따라 남자작가도 여자작가처럼 쓸 수 있고, 반대로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왕국>의 작가 나카무라는 젊은 작가이고 그동안 다작을 해 작품을 출판한 경험이 많은 작가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능력인지 남자작가의 냄새가 별로 나지 않게 여자의 입장에서 쓴 것 같다. 작가의 이름을 보지 않고 내용만 읽는다면 작가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한번 더 보게 될 것 같다.

 

오래전에 읽었던 <쓰리>의 기억을 어렴풋하게 만들고 그 위에 <왕국>이라는 새기억을 입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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