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인생
김현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단편집을 읽으면 꼭 조각조각 퍼즐을 맞추는 느낌이다.

사실 난 퍼즐 같은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제각각인 모양의 퍼즐을 한 조각씩 제자리를 찾아갈 때의 그 통쾌함을 좋아하지만 그 통쾌함을 맛보기 전의 길고 지루한 시간을 견디기가 싫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은데 작은 한 조각의 자리를 찾기 위해 수십번을 맞춰본다는 것이 가끔은 나에겐 지루하다. 그런 의미로 단편들을 읽는 것은 그 조각 하나의 자리를 찾아가는 것과 같다.

하지만 찾고 나면 통쾌함이 있다는 것을 안다. 단편집도 나와 잘 맞는 단편집을 만난다면 아마 그런 통쾌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루의 인생>은 그 통쾌함을 70% 정도 맛보게 해 준 책이다.

총 8편의 단편들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단편들이 나에겐 인상이 깊었다.

'개를 닮은 말'에서는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을 입증이라고 하듯 애완견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 부분엔 의견이 분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동물을 인간화시켜서 옷을 입히고 미용이라고 염색을 하고...등등. 그리고 가장 인상 깊었던 단편 중의 하나가 슬프고 아픈 현실을 반영하는 <피의 피>이다.

 

많은 젊은 실업자를 양성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죽어라고 자식을 위해 일한 부모의 피를 빨아 먹고 살고 있는 자식에 관한 이야기다.

한 아버지가 자신의 자식이 흡혈귀라 자식을 며칠 전에 죽였다는 내용을 고해성사를 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왜 아버지가 아들을 죽였을까? 진짜 아들이 흡혈귀? 그렇다면 이 책은 스릴러나 공상이 되는 건가 했지만 아버지가 아들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서 이건 현실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십 년 전의 인구 정책과 엄청나게 비싼 교육비로 외아들 하나만 낳은 부부. 하나 밖에 없는 아들에게 못해 줄 것이 없이 자신의 뼈를 깎아가며 아들을 교육시킨다. 하지만 많은 사교육비와 오르기만하는 대학 등록금 때문에 아들은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학교를 다닌다. 그러다 퇴직을 하고 아내까지 병을 얻어 죽게 된다. 남은 아들 하나만 바라보다 아들이 다단계에 빠지고 수천만원을 빚지고 아직 대학 졸업은 먼 일이었다. 그러면서 아들은 아버지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꼭 아들만 부모의 피를 빨고 있을까? 누구의 자식인 우리들 모두가 지금 이런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지는 않을까? 직장을 구하기 위해선 성형을 해야 한다, 스펙을 쌓기 위해 유학이나 연수를 가야한다....

이렇게 불안한 미래가 다가오는 것을 차일피일 미루며 부모님의 피를 빨아먹고 있지는 않나.

그렇게 늦게 부모에게 독립을 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자식이 태어나면 또 다시 피를 빨리고...

악의 순환이 되지 않나 싶다...앞으론 계속해서 이런 모습으로 살아가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