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가지 비밀과 한 가지 거짓말
방현희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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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네 가지 비밀이 나온다. 네 사람이 주인공이다.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하게 되는데 이 이야기들이 하나같이 이다.

그래서 심하게  이야기니 호기심으로 읽지 말기를.

이 책의 깊은 뜻을 이해하고 알아챌 수 있는 사람만이 읽기를 권합니다.

 

마르셀은 프랑스 여자다. 금발에 푸른 눈. 너무나 이국적인 그녀가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남자 장 때문에. 장과 마르셀은 깊은 남녀관계를 가지는 사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애인이거나 남자친구는 아니다. 왜? 장의 마음을 잡지 못했으니까.

그녀는 끝없이 장을 그리워하고 갈망하고 욕망하지만 장은 알 수 없는 사람이다.

그녀를 떠났다 다시 돌아오고 또 다른 '그녀'와 관계를 끊지 못하고 있고.

언젠가부터 마르셀은 장과 관계를 가지면서 장이 자신의 목을 조르는 것이 꼭 자신을 죽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1장 '마르셀'에서 마르셀은 아주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장이 떠날까봐. 자신이 장의 손에 죽을까봐.

그러면서 자신의 어린시절의 이야기를 한다. 지금 그녀의 그 불안함은 부모님의 파경과 평탄하지 못했던 엄마의 모습에서 내재되어 있던 깊은 슬픔이었다.

어린시절부터 쌓인 그녀의 불안정한 남자관계가 지금의 장과의 관계에서 더욱 불안하고 그녀를 힘들게 만든다. 집착과 구속을 원하듯 장을 끝까지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

 

마르셀은 그녀의 불안한 심리를 조금이나마 가볍게 하고 싶어 정신과 의사 '닥터 정'을 만나 상담을 받는다.

 

이야기는 이제 '닥터 정'의 시선으로 옮겨간다.

애로틱의 끝을 보여주었던 '마르셀'과는 달리 '닥터 정'은 세 남녀를 눈에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는 중심적 인물로 의사의 책임감과 윤리,도덕관을 모두 망각하고 인간 본성에 충실한 남자이다.

 

닥터 정은 자신의 진료실로 들어오는 마르셀에게 반해버린다.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환자를 다독이며 얘기를 듣가 깊은 관계가 되어 대학병원에서 쫒겨났다.

그런데 이번에도 환자인 마르셀에게 반한다. 그녀가 상담을 받으러 올 때엔 옷이며, 머리, 향수까지

모든 것이 신경이 쓰인다. 마르셀이 사랑하는 장의 이야기를 듣가 보니 예전에 자신의 상담소에 왔던 다른 환자가 생각이 난다. 그녀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다.

 

오래된 진료기록을 찾아 보니 그녀의 이름은 '마쓰코'였다. 재일교포로 자신의 국적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닥터 정은 마쓰코를 기억해내지만 이야기는 세번째 주인공이자 두 여자를 불행(?)하게 만드는 장본인인 장에게 옮겨간다.

 

장의 어머니는 일본인이었다. 할아버지는 친일파였고 빼돌린 재산으로 집안을 일으키고, 그 돈으로 아버지는 일본으로 유학가 일본인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일본인처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은 한국으로 돌아와 장을 낳는다.

하지만 장의 어머니는 본처가 되지 못하고 아버지는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한다.

따로 집을 얻어 살게 된 어머니와 떨어진 장. 눈에 보이는 구박은 아니지만 집안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다. 일본인처의 아들이니까.

 

자라면서 장 역시 보통의 유년을 보내지 못한다. 자신을 일본인처의 아들로 바라보는 눈빛에서 장은 광기를 느끼며 괴롭힌다. 그들이 괴로워하며 찌푸린 얼굴에서 희열을 느끼는 장.

어른이 되어도 그들이 괴로워 할때 느끼는 짜릿함을 잊을 수가 없다.

 

마지막장은 장과 마쓰코의 만남이다. 방송 프로그램 PD인 장과 외국인 출연자로 만난 마쓰코.

마쓰코는 자신이 재일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

누구보다 조선인을 싫어하니까. 가족 모두가 그랬다. 어렸을 때부터. 

어쩌면 그래서 조선인이 많이 살지 않는 삿포로로 이사 갔는지 모른다.

 

마쓰코의 할아버지는 일본 정부에서 일을하며 공을 세워 일본인으로 다시 태어난다.

전혀 의심할 수 없이 완전한 일본인이 된다. 그래서 가족도 몰랐던 것이다.

그런데 마쓰코가 쌍둥이 자매를 만나고 그 자매가 재일 한국인이라는 폭탄발언을 하고 한국으로 떠나는 것을 보며 마쓰코도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다. 자신은 누구란 말인가.

그런 물음에 한국으로 오고 장을 만난다.

 

초반의 마르셀 이야기는 애로티시즘이지만 후반부의 장과 마쓰코의 이야기는 역사적인 부분이 많다.

전쟁은 생명을 앗아가고 자연을 황폐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그 뒤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여러 모양의 상처들을 남겼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일본과 한국이라는 어느쪽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다. 그들의 혼란은 방황을 낳고 해결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혼란은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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