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행복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 스물아홉, 임신 7개월, 혈액암 판정
이미아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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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평온했던 내 일상에 상상도 하지 못했던 '핵폭탄'이 터졌다. 혈액암 4기, 온몸에 암세포가 퍼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때 내 나이 스물아홉, 결혼한 지 3년을 조금 넘겼고 갓 세살 된 딸이 있었다. 그리고 뱃속에선 둘째 아이가 7개월을 맞고 있었다. (p.5)

 

이런 경우를 두고 '마른 날에 날벼락'이라고 하는 걸까.

세상이 무너진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는 걸까.

정말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낯선 사람이지만 이 몇줄만 읽고도 '에휴..'하는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스물아홉. 29세. 일찍 결혼해 아이가 이제 갓 세살, 그리고 임신 7개월.

그런데 암이라니!! 어떻게 받아 들일 수 있을까. 참 힘겨웠을 것 같다.

아이와 남편이 없더라고 한창 나이지 않은가. 요즘은 공부다 취업이다 사회생활이며 가정생활이 늦어지는 나이에 너무나 안타까웠다.

 

하지만 그녀가 혼자의 몸이었다면 아마 이 병을 이겨냈을까.

엄마는 강하다. 아직 어리고 태어나지도 않을 아이들을 위해 엄마는 뭐든지 할 수 있었다.

갑작스런 암 선고에 제일 먼저 아이를 생각했다.

 

"이미아 님의 최종 진단 결과는 악성림프종입니다.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인데요, 림프구에 있는 면역세포 중에 B세포가 있는데 그 세포에 문제가 생긴 겁니다. 항암치료가 아주 잘되는 암 중 하나입니다. 그러니까...."

"아기는....아기는 낳을 수 있는 거죠?" (p.27)

 

이럴 땐 영화에서 아이와 산모를 건강하게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하지만 현실은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 저자 역시 아이의 생명을 보장 받지 못한 채 함암 치료에 들어간다. 그래도 끝까지 엄마로써 아이의 생명을 포기할 수 없었다. 머리카락이 다 빠지면서까지도 아이에게 해가 갈 치료는 미루고 있었다.

다행스럽게 아이는 건강하게 태어났고 엄마는 본격적으로 항암치료를 받는다.

 

무균실에도 있어보고 아이의 돌잔치도 남편 혼자서 다 준비하고 엄마의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것 같지만 엄마는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볼 수 있다면 더 바랄것이 없었다.

그래서 치료도 열심히 받았다. 첫 아이가 유치원을 가는 것이 보고 싶어 무조건 건강하게 많이 뛰어 놀게 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유치원에 아이를 보낸다.

 

건강을 되찾기 위해 '조혈모세포 이식(=골수 이식)을 하며 빠지는 머리카락에도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치료받는 사람이라고 감추지 않았다. 당당한 아이들을 엄마가 되기 위해.

이 정도면 모성애라는 것이 얼마나 훌륭한지 알 수 있다.

 

치료가 시간이 걸리고 해를 넘기면서 몸과 마음이 지치고 부부사이에도 많이 힘들어 서로에게 짜증도 내고 부부싸움도 한다. 게다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더욱 서로에게 상처될 말을 하지만 가족이지 않은가. 시어머니가 아이들을 돌봐주며 빨리 나으라고 하시는 말씀에 감동받고,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듯 무뚝뚝한 남편이 실은 술을 마시며 걱정했다는 이야기에 저자는 눈물을 보인다.

 

하지만 이런 일상의 모습들에서 그녀가 힘을 얻지만 독자인 난 그녀가 이런저런 상황에 꼭 읊는 시가 좋았다. 중국 고시들인데 평소에 많이 접하지 못한 것들이어서인지 참신하면서 신선했다.

(저자는 중문과를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아마 중시를 읊었나 보다)

소제목 아래에 적힌 중시들을 보며 다음에 나올 내용이 무엇일까하는 상상도 할 수 있었다.

 

錯 착 (잘못했어.)

錯 착 (잘못했어.)

錯 착 (잘못했어.)

 

-육유의 '채두봉' 중에서-

 

이 시가 인상적이었다. 이 시는 중국 시인 육유의 시인데 가족의 반대로 헤어지게 된 옛부인을 우연히 만나 그 정을 잊지 못하고 쓴 시라고 한다. 헤어져 각자 재혼을 했지만 서로의 마음에 담고 있었던 때라 우연한 만남 뒤 두 사람은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다 죽었다는 슬픈 사연이 있는 시였다.  

(이 시는 저자가 남편과 싸우고 난 뒤에 두 사람만의 정을 생각하면서 설명한 시이다.)

 

 

나는 결코 완벽한 엄마가 될 수는 없다. 그리고 궅이 완벽한 엄마가 되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다만 세상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마음의 면역력'은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을 것 같다. 그 힘을 주기 위해선 내가 먼저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길이 쉽진 않겠지만, 그래도 걷고 또 걸을 것이다.

나는 엄마니까.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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