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모두 시인으로 태어났다 - 임동확 시인의 시 읽기, 희망 읽기
임동확 지음 / 연암서가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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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목표 중 하나가 시집을 읽어보는 것이다.

시라는 것을 학교 다닐 때 문제집으로 밑줄을 그으가며 '공부'한 사람이라 '시'라는 정서가 매우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는 시인이 쓴 에세이 한권 때문이었다.

공부 할때 시라는 것이....특히 시어가 함축어로 쓰여진 경우가 많아 그 뜻을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그때부터 시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게 되었나 보다.

시를 하루 아침에 공부한다고 당장에 풀수 있고 알게 되는 것이 아닌것을 알면서도 공부를 해보고 싶었다. 시를 낱말낱말 해부하듯 보며 이런 뜻이다라고 알수 있을 정도의 경지에 오르는 것이 목표가 아니가 가끔은 비가 오는 날, 봄꽃이 화사하게 핀 날, 커피 향기가 사무실 안을 가득 채운 날, 그런 날 시 한편이라도 읽으며 감성을 적시고 싶다.

'우린 모두 시인으로 태어났다'는 시인이 쓴 시 설명서 같은 책이었다.

시 설명서라고 하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초보자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고마운 책이었다.

어렵게 느껴지는 시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설명서 같았기 때문이다.

시인 역시 들어가는 글에 수험생 딸이 시를 밑줄 긋고 시의 뜻을 적어 놓은 문제집을 보며 안타까웠다는 글이 나오는데 나 역시 시를 그렇게 공부하고 읽고 배웠다.

시를 감성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시험을 위해 조각조각내어 무슨 뜻인지 모를 시로 만들어버린 것이었다. 시의 멋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애초부터 한 편의 시는 하나의 주제나 의미로 고정되거나 해석되기를 거부한다. 그 어떤 체계적 사유나 의미로 환원되지 않는 존재의 사태를 보여주기에 모든 시들은 그때마다 새로운 의미 생성의 장(場)을 형성한다. (p.6)

시에 대한 심성이나 느낌조차 정답을 강요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내용 때문이었다.(중략)

그야말로 풍부한 감수성과 자유로운 상상력이 꿈틀거리는 청소년들에게 수능을 위한 정답 또는 단 하나의 의미 찾기로 전락한 시 읽기는 참을 수 없고 견딜 수 없는 훈육의 현장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 바 있다. (p.8)

총30편의 시들은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있다.

생, 죽음, 공간, 사랑, 고독, 침묵, 자아, 고향, 우정, 가족, 조국 등 다양한 주제의 시들이 가득하다.

어렵게만 생각된 시들이 천천히 읽어보면 처음 읽을 떄와 두번 째 읽을 때가 느낌이 다르 듯, 이 책에선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아마 시에서 알 수 없는 아리송한 표현들이 저자의 설명으로 깨끗하게 해결이 되기 때문인것 같다. (물론 설명은 어디까지 저자의 해설이다.)

시에 자주 등장하는 '은유'나, '공감각' 또는 '원근법' '의인법' 등의 단어들도 등장한다.

그런 표현법을 어려워하기 때문에 시 자체를 어려워 한 것은 아닐까 싶다.

시에 나오는 이런 표현들은 쉬우면서 새로운 것 같아 좋았다.

흙이 감정을 참지 못하니 찬란하다 (p.86, 이별률의 찬란 中)

내 영혼에 집 짓고 사시는 병든 귀신들이여 (p.146, 김중의 자화상 中)

그래도 시의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시적 허용'과 '함축적 의미'일 것이다.

가장 어려우면서 가장 광범위한 해석이 가능해 읽는 이의 마음대로 시를 해석하고 마음에 새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시의 내용과 많이 벗어난 해석은 곤란하겠지만;;)

이 책에 나오는 30여편의 시들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시를 하나 발견했다.

배꼽을 위한 연가 5 -김승희

인당수에 빠질 수는 없습니다

어머니,

저는 살아서 시를 짓겠습니다

(중략)

우리의 삶은 모두 이와 같습니다

우리들 각자가 배우지 않으면 안 되는

외국어와 같은 것-

어디에도 인당수는 없습니다

어머니,

우리는 스스로 눈을 떠야 합니다 (p.220~221)

이 시에서 '심청'은 여성성의 대표적인 인물로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서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는 효녀이다. 이 모든 것이 무의식의 힘에 의해 강요된 것, 심청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당연히 그러해야 하는 것이 딸의 도리이다라고 강요 받으며 자라왔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젠 달라졌다. '인당수에 빠질 수 없습니다'라며 자신의 의견을 낸 것이다. 이런 심청의 선언은 '효녀'라는 페르소나를 거부하겠다는 의지로 한 여성의 본연의 모습을 찾겠다는 용기와 도전이 잘 나타나 있다.

이런 거창한 설명이 아니더라도 시를 처음 읽었을 때 힘찬 기운이 느껴져서 좋았다.

심청의 단호하고 강한 의지가 간결하게 보였다. 여자라고 해서 남자에게 의지하고 나약한 존재가 아니라 독립적이고 강한 이미지여서 이 시가 마음에 들었다.

우린 그 앞면만이 보인다고 해서, 달의 뒷면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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