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6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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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 가나에의 새책이 나온 줄 몰랐다.
이 책도 읽고보니 약간은 "약한" 미나토 가나에 같다. 아무래도 오래전에 쓴 소설같아 일본어판 찾아보니 2011년이라도 되어 있다. 의외였다. 오래전에 쓰여진 듯한 느낌이 많이 드는데.....
 
하지만 미나토 가나에의 글솜씨는 어디 가지 않는다.
좋아하는 작가이기에 눈에 콩깍지가 씌여있기 때문에 그렇다하고 할 수도 있지만 전에 보아왔던 그녀의 책에서 조금은 발전한 듯한, 어쩌면 진화한 듯 하기도 하다.
 
'고백' '소녀' '속죄' '왕복서간' 'N을 위하여''야행관람차'등이 모두 고백톤으로 되어 있다.
이미 일어났던 과거의 사건을 현재의 등장인물들이 나와 회상하는 식이다.
처음으로 '고백'을 읽고 너무나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반전은 참으로 통쾌하다는 생각을 했다.
계속해서 미나토의 작품들을 읽다보니 그 '고백톤'이 지겨워지려고 했다. 매번 같은 형식이다 보니
같은 반찬만 먹다보니 질릴것 같았다.
 
그런데 이번 경우도 그럴 것이라는 예상으로 읽었는데 조금 달랐다.
고백은 고백이다. 하지만 과거의 사건을 뒤늦게 고백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진행형 사건을 등장인물의 시선과 생각에 따라 서술되어 있다. 그것이 새로웠다.
(물론 과거의 사건과 연관이 되어 있긴 했지만 그것은 사건의 발단을 의미하는 것일 뿐.) 
 
그래도 다 읽은 후 중편소설을 장편처럼 늘린것이 아닌가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뭔가 엉성하다고 할까.....미나토 가나에 같지 않은 느낌이었다.
다음 작품은 '고백' 같은 작품을 기대해 본다.
 
우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잘 통했고, 내게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하루미는 위로와 용기를 줬어요. 똑똑하고 행동력 있는 하루미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그녀는 어째서 내 곁에 있는 걸까?
"우리가 둘도 없는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건, 처지가 같아서일까?" 
공원에 도착한 하루미를 보자마자 그렇게 묻고 말았어요.
긍정을 바랐는지, 부정을 바랐는지 모르겠어요. 같은 처지로 태어난 우리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운명적인 일이지만, 그게 전부라면 너무 쓸쓸하지 않을까. p.44~45)
 
보육원에서 만나 친구가 된 하루미와 요코. 두 사람은 베스트프렌드다. 하루미는 신문사의 기자로 커리어우먼의 길을 걷고 있고, 요코는 시의원 후보인 남편을 둔 가정주부다.
그런데 어느날 요코는 하루미에게 들은 부모님 이야기를 동화책으로 만들어 일본그림책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었다.
 
도리에 어긋난 일이라도, 깨닫지 못하면 죄가 되지 않는 걸까? 깨닫지 못하면 죄가 되지 않는 걸까?
잊어버리면 죄가 되지 않는 걸까? 죄가 되지 않으면 벌받을 일도, 속죄할 필요도 없이 태연한 얼굴로 행복하게 살아도 되는 걸까?
아니, 용서받을 수 있을 리 없다. 그렇다면 깨닫게 해주마. 네 소중한 것과 맞바꾸어. (p.85~86)
 
한창 남편의 선거 운동으로 바쁜 날, 요코의 아들 유타가 유괴를 당한다.
유괴범은 30년 전의 과거 사건의 반성을 원한다는 팩스를 보낸다.
경찰보다 직접 유타를 찾아나선 요코와 하루미. 두 사람은 요코가 연관되어 있다는 사건을 알아보는데 그들이 자란 보육원 동네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이었다.
 
그런데 왜 그 사건이 요코와 관련이 있는 것일까?
범인은 누구란 말인가?
 
'경우'는 한 사건을 보는 두 사람의 기억과 누가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를 혼란스러워하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람마다 사건을 보는 시각과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경우'란 이야기도 태어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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