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의 조건 -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
신봉승 지음 / 선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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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조건' 이건 무슨 논픽션이란 말인가.

하지만 제목만 보고는 모른다. 이건 소설이다. 역사 소설.

역사소설가 신봉승의 새소설이다. 이번엔 조선의 태조 이성계를 주인공으로 했다.

그의 위화도 회군이 '혁명'인가, '역모, 반역'인가?

 

이 소설을 읽을 쯤에 우연하게도 '삼국지'를 다시 읽고 있었다.

1권에 적혀 말 중에는 '조선의 혁명'과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지만;;)이 있을것 같아 적어본다.

 

 

즉 동양형의 혁명은 결국 자기가 쓰러뜨린 왕조와 비슷한 새 왕조를 여는 것으로 끝나 버리고, 그나마도 어리석은 후계자와 그를 둘러싼 권력 장치의 무능 및 부패로 세월이 갈수록 혁명이란 말에는 어울리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소한 자신이 몸을 일으킬 때보다는 나은 세상을 꿈꾸고, 또 실제로도 어느 정도 그 꿈을 실현한 점에 있어서는 그들 역시도 혁명가들이다.

혁명이란 말에는 약방의 감초처럼 따라붙는 민중을 끌어대 봐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동양의 어떤 태조(太祖)가 민중의 지지 없이 새왕조를 열 수 있었을 것인가.

(이문열 평역의 삼국지 1편 도원에 피는 의 中 p.65~66) 

 

혁명인지 역모인지의 판단은 역사가 하는 것이고 아직 개인적으로 판단을 내리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이번 신봉승의 소설에서는 (물론 픽션이니까 작가의 상상력이 반영되었긴 하지만) 위화도 회군에 대한 이성계의 수없는 고민과 고민을 반복하고 망설임, 죄책감도 엿볼 수 있다.

아마 인간적인 혁명가, 부패하고 썩은 고인물 같은 나라 고려를 살리려는 애국자로 보려는 듯하다.

위화도 회군은 단순히 권력을 쥐고 싶어 벌인 행동이 아니라 수없이 고민하고 번뇌하며 인륜보다는 더 큰 나라의 안위와 백성을 걱정하고 마음으로 신중하게 계획된 일이라고 하는 것 같다.

 

회군만이 살길이다. 그러나 그 회군이 평생의 은인과도 같은 최영 장군을 처단해야 하는 일이라면 이성계로서는 고통이 아닐 수 없다. 동북면(지금의 함경도) 출신인 시골무사 이성계가 고려 조정의 신진세력을 아우를 정도의 위치에 이르게 된 것은 최영 장군의 지지와 보장이 따르지 않고서는 불가능란 일이다. (p.17)

 

그동안 고려국은 전예에 따라 모두 일곱 사람이나 되는 몽고 여인을 왕비로 섬겨야 했고, 그렇게 몽고 여인과 결혼한 임금의 이름에는 하나같이 충열왕(忠烈王), 충선왕(忠宣王), 충숙왕(忠肅王) 등과 같은 '충'자를 썼다. 공민왕에 이르기까지 무려 백여 년 동안 원나라로부터 정치적으로 유례없는 간섭을 받아 고려국의 자주성은 훼손당했고, 원나라의 부마국으로 전락하면서 왕통까지 혼혈화 되지를 않았던가. (p.21)

 

 

이런 큰 일에는 꼭 주위의 사람들이 이래라저래라라고 하는 경우들이 많다.

이성계 역시 거사를 도우려는 사람들 중에는 찬성과 반대가 있다.

그 중 이성계의 두 아들 첫째 방우와 다섯째 방원은 심한 의견차를 나타낸다.

 

"형님, 지난번에 아버님 하시는 일을 도와드리겠다고 약조를 하지를 않으셨습니까!"

방우의 대답에는 가시와도 같은 노기가 실려 있다.

"역모 아닌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설 수 있어!"

"역모라니요! 누가 역모라도 꾀하자고 말씀 여쭙기라도 했사옵니까!"

방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방우는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느낀 듯 소리치고 나선다.

"회군이 역모가 아니고 뭐야? 최 시중을 치는 것은 곧 주상을 능멸하는 일이 아니더냐! '목자득국'은 또 뭐구! 그 목자득국을 위해 회군한다면 역모가 분명하질 않더냐!" (p.151)

 

방우의 항변은 그칠 줄 모른다.

"아버님께서 어찌 최 시중 대감을 처단할 수가 있사옵니까.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평소에 은혜를 베풀어 준 어른에게 등을 돌려서는 아니 될 일이 아니옵니까!" (p.166)

 

이렇게 방우는 회군에 반대했고 반면 방원은 적극적으로 회군을 찬성했다.

방우에 대한 것은 잘 모르겠으니 예전에 역사를 배울 때 방원은 기질이 장수로 무술이 뛰어나 전쟁에서 큰 활약으로 이성계의 애정을 받았다고 얼~핏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 기질 때문에 아마 형제와 동료들을 단칼에 제거하고 자신이 왕의 자리에 오르지 않았을까 싶다.

 

많은 아들들 중 특히 방우와 방원이 소설에는 많이 등장하는데 아무래도 두 사람의 의견이 상반되기 때문에 극적인 효과를 노린것 같다. 방우는 심적으로 약하고 의(義)와 예(禮) 등을 중시하는 선비 스타일이라면 방원은 무(武)와 권력을 우선시하는 무사 스타일이다. 

아들들이 대립할 때에도 이성계는 우유부단함으로 결단력이 없다.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썩은 무라도 잘라야 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하물며 나라를 세우겠다고 회군을 했으면 끝까지 그 마음 변하지 않고 밀고 나가야 장수지요.

 

 

 

천리(天理)로세.

정도전은 중얼거리면서 걷는다. 성리학에서는 하늘의 뜻을 천리하고 한다. 자연의 섭리도 하늘의 뜻이니, 천리일 수 밖에 없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것을 사람의 힘으로 어찌 막을 수가 있으리. (p.268)

 

이번 소설에서는 기존에 알고 있던 조선건국의 개국공신(?)들이 악하게 나오지 않는다.

다들 선한 사람들처럼 나오는데...그 많은 살육과 잔인함은 어디에 있는지...

(이 모든 것이 나의 편견이고 착각인가...그동안 읽었던 조선에 관한 책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방원의 시선은 허공으로 옮겨가 못 박히듯 멎는다.

정치란 백성들을 구호한다는 명제로 흘러가는 것이지만, 어떤 경우에든 사정(私情)이나 사욕(私慾)이 작용하게 마련이다. 단순한 사욕이 사욕(邪慾)으로 변할 때는 정변이 일어나게 되고, 또 그런 일은 유혈참극을 수반하는 것이 역사의 흐름이다. (p.335)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작가의 말을 읽었다.

'고려말 부패의 원천인 전제의 개혁을 완결하면서 새 오아조를 창업하여 왕위에 오르는 과정을 되도록 픽션을 배재하고 사실에 근거하여 집필되었다. 따라서 소설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은 실제의 인물이며, 그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음모, 배신 등의 이합집산까지도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이 소설이 픽션보다 논픽션에 가깝다면 알고 있던 이성계의 이미지와 조금은 다른 듯하다.

물론 확인해 볼 방법이 없을 정도로 오래전 역사가 되어 어떠한 사실도 증명할 수 없지만 기존의 틀을 조금은 깨는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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