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적당한 말이 없어
정선임 외 지음 / 해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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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선집'이란 한 작가 또는 여러 작가의 작품 가운데 어떤 주제를 가지고 작품을 모아 책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한 작가나 여러 작가의 단편 작품을 모은 작품집과는 또다른 성격을 가진다. 작품집은 주제와는 상관 없이 작품을 모은 것이고 선집은 하나의 '주제'로 작품을 모은 것이 다르다. 그래서인지 선집을 영어로는 '앤솔로지'라고도 부른다. 꽃다발이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는데 여러 작품을 하나의 꽃다발로 묶는다는 의미인 것 같다. <우리에게는 적당한 말이 없어>에서는 '나와 이방'이라는 주제로 작가 4명의 작품들을 모았다. '이방'이라는 주제어처럼 낯선 땅, 포르투갈 리스본, 인도 벵갈루루, 태국 방콕, 사이판 등 다양한 이국을 배경으로 한다. 누구나 낯선 곳에선 이방인으로 동질감도 느낄 수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이질감을 더 크게 느낄 것이다.

첫 번째로 '망고스틴 호스텔'은 제목부터 이국적이다. 망고스틴은 우리나라에서도 사먹을 수 있는 과일이지만 동남아 여행을 가면 꼭 먹어보는 과일이다. 태국엔 망고스틴 호스텔이 있고 다영은 8년 전 이 호스텔에 묵은 적이 있다. 결혼을 앞두고 파혼한 친구와 망고스틴 호스텔에 머물렀고 파혼의 상처를 극복하고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 8년이 지나 다영은 남편과 함께 다시 태국 망고스틴 호스텔을 찾았다. 8년 전과 다른 망고스틴 호스텔에서 다영은 한국인 여행자 예나와 지유를 만난다.

단편 '해저로월'은 포르투갈을 배경으로 한다. 수정은 스페인에서 돌아갈 예정이었는데 아버지의 연락으로 포르투갈에 있는 고모와 함께 귀국하기로 한다. 고모는 오래전부터 외국에서 살았고 어릴 적 기억에 있는 고모밖에 없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장례식에서 본 고모에 대한 기억, 그리고 5년 전 세상을 떠났고 머물고 있던 포르투갈에 묻혔다. 그것도 5년이 지나 가족의 동의를 받아 묘를 옮겨야 한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이참에 고모를 한국으로 모셔가야 했다. 고모가 머물렀던 게스트하우스에 갔고 묘지를 안내받는다. 그곳에서 고모는 장미경이 아니라 '마이라'로 불렸다. 수정은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며 게스트하우스 주인인 클라라에게 고모의 이야기를 듣는다. 클라라는 고모의 분묘를 보여주었고 수정이 고모와 함께 돌아갈 것이라고 하자 마이라가 원하는 일이냐고 묻는다. 수정은 고모를 잘 몰랐다. 혈연관계이긴 하지만 오래전에 고모는 집을 떠나 포르투갈에 정착해 살았다. 고모가 왜 그곳에 정착했는지 모르지만 클라라는 고모가 좋아했다는 지붕이 없는 성당을 보여주었고 고모는 아줄레주가 되고 싶어했다고 말한다. 수정은 이곳에서 일주일 동안 머물기로 한다. 제목 '해저로월'은 바다 밑에서 달을 건져 올리는 되지도 않을 헛수고만 한다는 의미다. 또 마작에서도 사용하는 단어도 마지막에 들어온 패로 조합이 완성되어 승리했을 때를 말하지만 희박한 확률의 기적을 의미한다. 수정은 자신의 인생이 고모의 인생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누군가의 인생 계획대로 살지 않고 낙오된 듯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을 계속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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