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노랑나비
한정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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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년이라는 시간은 참 길면서도 먼 시간이다. 특히 16살의 중학교 3학년인 손녀와 아흔인 외할머니의 사이라면 더욱더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태어날 때부터 할머니와 함께 산 것도 아니고 한창 사춘기인 중2 손녀 고은은 어느 날 부모님으로부터 통보를 받는다. 이제부터 외할머니 선예와 함께 살아야 하고 고3인 오빠보다는 중3인 손녀 고은이 한방에서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춘기 소녀에게 갑자기 아흔의 할머니와 함께 지내라니 고은은 화가 나고 반항이라고 해 보고 싶었지만 엄마가 단호했다. 그동안 외할머니는 외삼촌 가족과 살고 있었지만 외삼촌의 사업이 망하면서 뿔뿔히 흩어지게 된 것이다. 외할머니가 너무 걱정된 엄마가 단호했던 이유다. 어쩔 수 없이 아흔의 외할머니와 한방을 쓰게 된 고은은 생각보다 외할머니가 자신의 생활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게다가 할머니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고은을 알아보지도 못했다. 그런 할머니가 고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었다. 할머니가 고은이의 나이였을 때의 이야기였다. 해방이 되고 할머니는 17살이었고 한동네 동갑인 친구 순덕과 화자와 수를 놓거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행복한 시절이었다. 하지만 곧 전쟁이 나고만다.

해방이 되었지만 여전히 세상은 어수선했다. 선예의 삼촌은 집안의 자랑으로 일본에서 공부를 했고 결혼한 뒤 해방이 되자 고향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곧 지서에 잡혀가고 빨갱이라고 고문을 당해 죽었다. 삼촌이 죽고 난 뒤 이번엔 선예의 오빠인 광수였다. 광수도 빨갱이라는 오명을 쓰고 잡혀갔고 아버지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겨우 집으로 돌아왔지만 광수의 몸은 상해 있었다. 전쟁이 나고 광수는 전쟁에 나가야 할 것이다. 전쟁이 났다는 말에 마을 사람들은 피란을 떠난다. 친구 순덕과 화자 가족들도 모두 피란을 떠났고 언젠가는 다시 만나자고 약속을 했다. 선예 가족은 피란을 떠나지 않고 마을에 남기로 한다. 고은은 학원을 다니지 않아 학교에서 돌아오면 할머니와 지내는 시간이 생겼다. 그럴 때마다 할머니가 지난 이야기를 해 주었고 고은에겐 역사책에서나 보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이야기를 생생하게 외할머니에게 들었다. 해방되고 사람들은 좌익과 우익으로 나뉘어 서로가 빨갱이라고 신고하며 누명을 쓰기도 하고 평범한 남한과 북한의 젊은이들이 서로 싸우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선예는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경험하게 되면서 자신의 가까운 가족들이 또 죽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한다. 지금 10대들이 하는 고민과는 아주 거리가 있는 고민이었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은 고은은 충격을 받기도 한다. 지금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전쟁터의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가 아주 오래전 이야기 같지만 한국 전쟁이 발발한 지 74년이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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