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읽는 것을 좋아한다. 소설도 장르가 있고 소설마다, 작가마다 소설의 분위기가 있다. 소설마다 그 스토리에 따라 분위기가 다른데 <김섬과 박혜람>은 초반부터 분위기가 주인공 '김섬'이 말하는 우울증과 번아웃이 느껴질 정도로 쓸쓸하게 가라앉고 차분한 북유럽의 이른 아침 빈 거리를 보는 듯했다.
혜람은 파리에서 미술관 도슨트를 하고 있다. 힘들게 공부해 도슨트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 같다. 모든 것을 버리고 다시 한국으로 들어가려고 비행기를 탄다. 하지만 비행기 시간은 미뤄지고 우연히 어학 연수 시절 함께 공부했던 수호를 만난다. 수호와 이야기를 하면서 혜람의 과거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혜람은 준오의 연락으로 파리에 왔고 준오와 동거했다. 준오는 파리의 중학교 미술 실기 교사로 일을 하고 있었고 주변에 친구들도 많았다. 반면 혜람은 낯선 곳에서 새로운 언어를 배우며 지냈고 자신도 일을 하고 싶다는 말에 준오는 그저 집에 있으라고 한다. 그러다 준오가 경시청 공무원에게 그림을 선물한 것이 큰 문제가 되어 경찰에 체포된다. 경찰은 공무원 마담 롤로가 체류증을 주는 대가로 받은 그림이라 생각해 준오를 체포한 것이다. 당시 혜람은 임신을 하고 있었고 경찰 조사까지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