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민경 시인의 '나무의 무쓸모'라는 시는 도심에서 자라는 나무들이 조경을 당하고 신도시가 들어서는 과정을 노래한다. 상수리나무는 모자를 가지고 있고 도심에서 싹을 틔운다. 도시에서 사람보다 많은 나무가 있지만 신도시를 만들 면서 부록처럼 조경당한다. 조금이라도 튀어나온 것이 있다면 잘라버린다. 그렇게 신도시들이 만들어진다. 임지은 시인의 '가장 좋은 저녁 식사'라는 시는 요즘 많은 어느 1인 가구의 저녁 식사 모습을 시로 보여준다. 1인 가구도 많지만 혼자서 밥을 혼밥족도 많다. 그런 사람들이 항상 밥을 먹을 때 밥친구라고 하는 동영상을 보며 밥을 먹는다. 시에서도 간편하고 소소한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먹는 영상을 보며 같이 밥을 먹으면 같이 밥을 먹는 득한 기분을 느낀다. 설거지를 하면서도 영상을 보고 차를 마실 때, 책을 읽을 때도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것처럼 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다. 흔한 1인 가구의 모습을 시로 쓰고 있다. 임지은 시인의 또다른 시인 '똑똑'은 재밌는 시였다. '똑똑'이라는 단어의 동음이의어를 다양하게 한 편의 시에서 표현한다. '똑똑'은 문을 두드리는 소리이고, 수돗물이 떨어지는 소리도 된다. 또 명석하고 총명하다는 똑똑하다의 의미도 있고 뭔가 떨어질 때 '똑'하고 나는 소리도 있다. 이런 다양한 의미를 시로 표현하는 것이 재밌었다. 윤의섭 시인의 '기억흔적'은 인간의 삶과 죽음, 인간 존재에 대한 시인의 통찰을 보여주는 시이다. '희미해지고 아물고 지워지면 그러니까 해변의 발자국이 파도에 쓸려 가면 새벽별이 아침 햇살에 녹아버리면...'라는 시로 흔적은 인간 존재의 '있음'을 나타내고 우리는 그것을 확인하며 인간이 성찰의 대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